詩.(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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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현 / 너에게 묻는다
너에게 묻는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반쯤 깨진 연탄 언젠가는 나도 활활 타오르고 싶을 것이다 나를 끝 닿는데 까지 한번 밀어붙여 보고 싶은 것이다 타고 왔던 트럭에 실려 다시 돌아가면 연탄, 처음으로 붙여진 나의 이름도 으..
2011.07.05 -
동시
병아리옷 엄기원 조그만 병아리들 노오란 털옷 똑같이 입은 게 귀엽습니다. 새파란 풀밭에 나가 뛰놀때 엄마 눈에 잘 띄라고 고걸 입혔지. 행여나 봄바람에 감기 들까 봐 가벼운 털옷을 입혔습니다. 그리곤 남의 눈에 촌스럴까 봐 멀리서 달음질을 시켜 보았지. 감자꽃 권태응 자주꽃 핀 건 자주 감자 ..
2011.06.28 -
박정대
1965년 강원 정선 출생 고려대학교 국문학과 졸업 1990년 『문학사상』에 촛불의 미학 외 6편이 당선되어 등단 1998년 제 1회 수상 제14회 김달진 문학상 수상 제19회 소월시문학상 수상현재 서문여고 교사 시집, 단편들 내 청춘의 격렬비열도엔 아직도 음악 같은 눈이 내리지 아무르 강가에서 그대 떠난 강가에서 나 노을처럼 한참을 저물었습니다 초저녁별들이 뜨기엔 아직 이른 시간이어서, 낮이 밤으로 몸 바꾸는 그 아득한 시간의 경계를 유목민처럼 오래 서성거렸습니다 그리움의 국경 그 허술한 말뚝을 넘어 반성도 없이 민가의 불빛들 또 함부로 일렁이며 돋아나고 발 밑으로는 어둠이 조금씩 밀려와 채이고 있었습니다. 발 밑의 어둠 내 머리 위의 어둠, 내 늑골에 첩첩이 쌓여 있는 어둠 내 몸에 불을 밝혀 스스로..
2011.06.21 -
임화
네거리의 順伊 네가 지금 간다면, 어디를 간단 말이냐? 그러면, 내 사랑하는 젊은 동무, 너, 내 사랑하는 오직 하나뿐인 누이동생 순이, 너의 사랑하는 그 귀중한 사내, 근로하는 모든 여자의 연인…… 그 청년인 용감한 사내가 어디서 온단 말이냐? 눈바람 찬 불쌍한 도시 종로 복판에 순이야! 너와 나..
2011.05.24 -
마종기 / 바람의 말 & ......
바람의 말 우리가 모두 떠난 뒤 내 영혼이 당신 옆을 스치면 설마라도 봄 나뭇가지 흔드는 바람이라고 생각지는 마. 나 오늘 그대 알았던 땅 그림자 한 모서리에 꽃나무 하나 심어 놓으려니 그 나무 자라서 꽃 피우면 우리가 알아서 얻은 모든 괴로움이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릴 거야. 꽃..
2011.05.21 -
마종기 / 우화의 강
모딜리아니 / 쑤띤의 초상화 우화의 강 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 좋아하면 두 사람 사이에 서로 물길이 튼다 한 쪽이 슬퍼지면 친구도 가슴이 메이고 기뻐서 출렁이면 그 물살은 밝게 빛나서 친구의 웃음소리가 강물 끝에서도 들린다. 처음 열린 물길은 짧고 어색해서 서로 물을 보내고 ..
2011.0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