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7. 5. 11:33ㆍ詩.
너에게 묻는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반쯤 깨진 연탄
언젠가는 나도 활활 타오르고 싶을 것이다
나를 끝 닿는데 까지 한번 밀어붙여 보고 싶은 것이다
타고 왔던 트럭에 실려 다시 돌아가면
연탄, 처음으로 붙여진 나의 이름도
으깨어져 나의 존재도 까마득히 뭉개질 터이니
죽어도 여기서 찬란한 끝장을 한번 보고 싶은 것이다
나를 기다리고 있는 뜨거운 밑불위에
지금은 인정머리없는 차가운, 갈라진 내 몸을 얹고
아랫쪽부터 불이 건너와 옮겨 붙기를
시간의 바통을 내가 넘겨 받는 순간이 오기를
그리하여 서서히 온몸이 벌겋게 달아 오르기를
나도 느껴보고 싶은 것이다
나도 보고 싶은 것이다
모두들 잠든 깊은 밤에 눈에 빨갛게 불을 켜고
구들장 속이 얼마나 침침하니 손을 뻗어 보고 싶은 것이다
나로 하여 푸근한 잠 자는 처녀의 등허리를
밤새도록 슬금슬금 만져도 보고 싶은 것이다
(안도현, 너에게 묻는다 全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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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여태, 이 시가 원래 짧은 詩인 걸로만 알았습니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 이게 다인 줄 알았단 거죠. ^&^;
‘연탄재 발로 차지 마라’는 귀절은 수없이 많이 봤는데,
희한하게도 저 귀절만 소개를 했더군요.
그러니 제가 오해를 할 만도 했습니다.
인터넷에 떠도는 <짧은시 모음>에도 그렇게 나와 있구요.
왜 이런 문제가 생겼을까요?
그렇습니다, 앞엣 부분만 떼어내도 훌륭한 시가 됩니다.
그리고 내용상으로 봐도 아랫부분과 구분을 지을 수가 있어요.
앞 부분은 너에게 하는 말이라면,
그 이후의 뒷 부분은 자신에게 하는 말이거든요.
앞 뒤 연결이 안되는 것은 아니지만,
다소간 유격이 느껴집니다.
차라리 밑에다 한 두 줄 덧붙이고나서
앞부분을 뒤로 돌렸으면 어떨까 싶기도 하네요.
자, 이런 식으로 한번 뒤집어 놓고 읽어볼까요?
반쯤 깨진 연탄
언젠가는 나도 활활 타오르고 싶을 것이다
나를 끝 닿는데 까지 한번 밀어붙여 보고 싶은 것이다
타고 왔던 트럭에 실려 다시 돌아가면
연탄, 처음으로 붙여진 나의 이름도
으깨어져 나의 존재도 까마득히 뭉개질 터이니
죽어도 여기서 찬란한 끝장을 한번 보고 싶은 것이다
나를 기다리고 있는 뜨거운 밑불위에
지금은 인정머리없는 차가운, 갈라진 내 몸을 얹고
아랫쪽부터 불이 건너와 옮겨 붙기를
시간의 바통을 내가 넘겨 받는 순간이 오기를
그리하여 서서히 온몸이 벌겋게 달아 오르기를
나도 느껴보고 싶은 것이다
나도 보고 싶은 것이다
너에게 묻는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엥?
검색을 해보니까, 시가 둘이넹?
아니, 연탄 詩가 셋이넹?
다 따루 따루넹?
하아, 이거 변명을 안할 수가 없구마잉.
어케 됐냐믄.....
첨에, 안도현이 새로 쓴 시가 뭐 있을까 하여
"안도현"을 검색창에 두드렸더니
'너에게 묻는다'는 시가 맨 앞에 뜨는 겨.
그런데 내가 알고 있었던 것과는 다르게,
저렇게 시가 길더라구..?
"아, 그동안 내가 잘못 알고 있었구나" 하면서
지금 이렇게 글을 써놓고는, 그래도 다시 미진해서,
확인차 "너에게 묻는다"로 검색을 해보니깐,
이번에는 '연탄재 발로 차지 마라'가 전문이라는 겨.
모든 게시물이 다 그런 겨.
"역시 그러면 그렇지" 내가 잘 봤던 거군....."그렇다면 뒷부분은?"
「반쯤 깨진 연탄」이라는 시가 따로 또있는 겨.
그니까 지금, 시 두 개를 제목까지 붙여서 내리 써 놨던 거란 말여.
나원!
제발 포스팅할 때 제대로 좀 알고 합시다!
결론적으로 안도현의 "연탄詩" 시리즈는 이렇게 되는 겨.
너에게 묻는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반쯤 깨진 연탄
언젠가는 나도 활할 타오르고 싶은 것이다
나를 끝 닿는 데까지 한번 밀어붙여 보고 싶은 것이다
타고 왔던 트럭에 실려 다시 돌아가면
연탄, 처음으로 붙여진 나의 이름도
으깨어져 나의 존재도 까마득히 뭉개질 터이니
죽어도 여기서 찬란한 끝장을 한번 보고 싶은 것이다
나를 기다리고 있는 뜨거운 밑불 위에
지금은 인정머리 없이 차가운 갈라진 내 몸을얹고
아래쪽부터 불이 건너와 옮겨 붙기를
시간의 바통을 내가 넘겨 받는 순간이 오기를
그리하여 서서히 온몸아 발갛게 달아오르기를
나도 느껴 보고 싶은 것이다
나도 보고 싶은 것이다
모두들 잠든 깊은 밤에 눈에 빨갛게 불을 켜고
구들장 속이 얼마나 침침하니 손을 뻗어 보고 싶은 것이다
나로 하여 푸근한 잠 자는 처녀의 등허리를
밤새도록 슬금슬금 만져도 보고 싶은 것이다
연탄 한 장
또 다른 말도 많고 많지만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
방구들 선들선들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
조선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연탄차가 부릉부릉
힘쓰며 언덕길을 오르는 거라네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듯이
연탄은, 일단 제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 하면
하염없이 뜨거워지는 것
매일 따스한 밥과 국물 퍼먹으면서도 몰랐네
온 몸으로 사랑하고
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 게 두려워
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하였네
생각하면
삶이란
나를 산산이 으깨는 일
눈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어느 이른 아침에
나 아닌 그 누가 마음 놓고 걸어갈
그 길을 만들 줄도 몰랐었네,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