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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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탁번 詩
여기쯤에서 여기쯤에서 그만 작별을 하자 눈뜨고 사는 이에게는 생애의 벼랑은 언제나 있는 법 거기 피어 있는 이름 모를 풀꽃 하나 따서 가슴에 달고 뜻 없는 목숨 하나 따서 만났던 그 자리 그 어둠 앞에 우리의 죄로 젖어 있는 추억을 심고 그만 여기쯤에서 작별을 하자 똑같은 항아리가 어느 한쪽..
2011.09.10 -
이종문 詩
효자가 될라카머 아우야, 니가 만약 효자가 될라카머 너거무이 볼 때마다 다찌고짜 안아뿌라 그라고 젖 만져뿌라, 그라머 효자 된다. 너거무이 기겁하며 화를 벌컥 내실끼다 다 큰 기 와이카노, 미쳤나, 카실끼다 그래도 확 만져뿌라, 그라머 효자 된다. 어처구니 온통 난장판인 어처구니 없는 세상 , ..
2011.09.08 -
시바타 할머니
아흔아홉살. 살아있는 것만도 힘겨운 나이다. 그런데 그 나이에 시집을 냈다. 그것도 평생 처음 낸 시집이다. 그리고 그 시집은 출간 6개월만에 일본에서 70만부가 넘게 팔렸다. 올해 일본 출판계 최고의 스타가 된 99세 할머니 시인 시바타 도요 얘기다. 평생을 글쓰는 일과는 무관하게 살아온 할머니. ..
2011.07.24 -
도종환 / 사랑방....
사랑방 아주머니 도 종 환 죽으믄 잊혀지까 안 잊혀지는겨 남덜이사 허기 좋은 말로 날이 가고 달이 가믄 잊혀진다 허지만 슬플 때는 슬픈 대로 기쁠 때는 기쁜 대로 생각나는겨 살믄서야 잘 살았던 못 살았던 새끼 낳고 살던 첫사람인디 그게 그리 쉽게 잊혀지는감 나도 서른 둘에 혼자 되야서 오남매..
2011.07.21 -
재미난 시모음
자위 함민복 성기는 족보 쓰는 신성한 필기구다 낙서하지 말자, 다시는 기 차 는 간 다 허 수 경 기차는 지나가고 밤 꽃은 지고 밤꽃은 지고 꽃자리도 지네 오 오 나보다 더 그리운 것도 가지만 나는 남네 기차는 가네 내 몸 속에 들어온 너의 몸을 추억하거니 그리운 것들은 그리운 것들끼..
2011.07.18 -
이생진 / 섬... 그리고 고독 外
섬... 그리고 고독 어디 가냐고 묻는 사람이 있다 섬에 간다고 하면 왜 가느냐고 한다 고독해서 간다고 하면 섬은 더 고독할텐데 옳은 말이다 섬에 가면 더 고독하다. 그러나 그 고독이 내게 힘이 된다는 말은 아무에게도 하지 않았다. 고독은 힘만 줄 뿐만 아니라 나를 슬프게도 하고 나를 가난하게도 ..
2011.0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