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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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 시 바로읽기』(고형진)
1. 여우난골의 이야기 정주성(定州城) 산턱 원두막은 뷔였나 불빛이 외롭다. 헝겊심지에 아즈까리 기름의 쪼느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잠자리 조을든 문허진 성터 반디불이 난다 파란 혼들 같다 어데서 말있는 듯이 크다란 산새 한 마리 어두운 골짜기로 난다 헐리다 남은 성무이 한울빛 같이 훤하다 날..
2011.01.17 -
남자시인 詩 몇 편
감꽃 김준태 어릴 적엔 떨어지는 감꽃을 셌지 전쟁통엔 죽은 병사들의 머리를 세고 지금은 엄지에 침 발라 돈을 세지 그런데 먼 훗날엔 무엇을 셀까 몰라. 하동에서 김용택 형님 우리의 아름다운 일생도 정겨운 형님과 나의 인연도 언제가는 저 물새 발자욱처럼 이 세상에서 사라지고 산그늘 잠긴 물..
2011.01.07 -
신경림 시 모음
갈대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길 길..
2011.01.06 -
백무산 시 모음
장작불 백무산 우리는 장작불 같은 거야 먼저 불이 붙은 토막은 불씨가 되고 빨리 붙은 장작은 밑불이 되고 늦게 붙은 놈은 마른 놈 곁에 젖은 놈은 나중에 던져져 활활 타는 장작불 같은 거야 몸을 맞대어야 세게 타오르지 마른 놈은 단단한 놈을 도와야 해 단단한 놈일수록 늦게 붙으나 옮겨붙기만 ..
2011.01.06 -
곽재구 '나 살던 고향'(정태춘 노래) 外
나 살던 고향 (유곡나루) 시. 곽재구 노래. 정태춘 육만 엔이란다. 후꾸오까에서 비행기 타고 전세 버스 부산 거쳐, 순천 거쳐 섬진강 물 맑은 유곡 나루 아이스박스 들고, 허리 차는 고무 장화 신고 은어 잡이 나온 일본 관광객들 삼박사일 풀 코스에 육만 엔이란다. 초가 지붕 위로 피어오르는 아침 햇..
2011.01.06 -
김경미, 나희덕, 최승자
엽서, 엽서 김경미 단 두 번 쯤이었던가, 그것도 다른 사람들과 함께 그저 밥을 먹었을 뿐 그것도 벌써 일 년 혹은 이년 전인가요 내 이름이나 알까 그게 다였으니 모르는 사람이나 진배없지요 그러나 가끔 쓸쓸해서 텅 빌 때 왠지 저절로 꺼내지곤 하죠 가령 이런 이국 하늘밑 좋은 그림..
2011.0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