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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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소문을 오래전부터 들어왔던 것 같은데, (최영미 문정희)
괴물 최영미 「 En선생 옆에 앉지 말라고 문단 초년생인 내게 K시인이 충고했다 젊은 여자만 보면 만지거든 K의 충고를 깜박 잊고 En선생 옆에 앉았다가 Me too 동생에게 빌린 실크 정장 상의가 구겨졌다 몇 년 뒤, 어느 출판사 망년회에서 옆에 앉은 유부녀 편집자를 주무르는 En을 보고, 내가 소리쳤다 "이 교활한 늙은이야!" 감히 삼십년 선배를 들이받고 나는 도망쳤다 En이 내게 맥주잔이라도 던지면 새로 산 검정색 조끼가 더러워질까봐 코트자락 휘날리며 마포의 음식점을 나왔는데, 100권의 시집을 펴낸 "En은 수도꼭지야. 틀면 나오거든 그런데 그 물은 똥물이지 뭐니" (우리끼리 있을 때) 그를 씹은 소설가 박 선생도 En의 몸집이 커져 괴물이 되자 입을 다물었다 자기들이 먹는 물이 똥물인지도 모르는..
2018.02.06 -
동요
꽃밭에서 (1953년) 아빠하고 나하고 만든 꽃밭에 채송화도 봉숭아도 한창입니다 아빠가 매어놓은 새끼줄 따라 나팔꽃도 어울리게 피었습니다. - 어효선 작사 권길상 작곡
2018.01.24 -
정재찬의 시 에세이,『그대를 듣는다』
2017. 5 위로와 소통, 그것을 시가 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사람들의 기억과 가슴속에서 멀어진 ‘불후의 명시’들에 다시 생명력을 불어넣어 누구든 시를 누리고 즐기게 하려는 정재찬 교수의 노력이 담긴 책 『그대를 듣는다』. 이 책에는 시를 통한 ‘몽상’과 ‘묵상’이 고루 녹아 ..
2018.01.24 -
최영미, 『시를 읽는 오후』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 ..
2018.01.22 -
정호승 시집,『나는 희망을 거절한다』
2017. 2.10 (100페이지) 5,600원 창비에서 찍은 그의 시집들이 20쇄 이상 찍은 것으로 나타나 있다. “희망이 있는 희망은 무엇인가 희망은 무엇을 통해 이루어지는가” ─ 절망의 시대, 정호승과 다시 희망을 찾는다! 지옥은 아직 텅 비어 있다고 한다/지옥에는 아직 아무도 살지 않는다고 한다..
2017.11.28 -
가을을 여는 詩 (「서성인다」- 박노해)
서성인다 박노해 가을이 오면 창밖에누군가 서성이는 것만 같다문을 열고 나가 보면 아무도 없어그만 방으로 돌아와 나 홀로 서성인다 가을이 오면 누군가나를 따라 서성이는 것만 같다책상에 앉아도 무언가 자꾸만 서성이는 것만 같아슬며시 돌아보면 아무도 없어그만 나도 너를 따라 서성인다 선듯한 가을바람이 서성이고맑아진 가을볕이 서성이고흔들리는 들국화가 서성이고남몰래 부풀어 오른 씨앗들이 서성이고가을편지와 떠나간 사랑과 상처 난 꿈들이자꾸만 서성이는 것만 같다 가을이 오면 지나쳐온 이름들이잊히지 않는 그리운 얼굴들이자꾸만 내 안에서 서성이는 것만 같다 박노해 지음 / 출판사 느린걸음 | 2010.10...
2017.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