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내 얘기들/네 얘기 · 쟤 얘기 (55)
-
그리움, 그 지독한 아픔
아이가 첫돌 갓 지나고 였으니 한참 전의 일이다. 선후배 계모임의 여행에서 차마 빠질 수 없어 아침 일찍 공항으로 향했는데, 비온 다음날이라 그런지 몇십년 만에 서울의 視界가 가장 좋았다 할만큼 맑은 칠월의 아침이었다. 공항으로 향하는 88도로는 그날따라 정체停滯도 없어 좋았고 잡힐듯 선명..
2008.06.10 -
늘보와 달퐁이
며칠전, 김치를 담으려 산 얼갈이배추단 사이에서 달팽이 한마리가 고물거리고 있었다. 아이를 불러 보여주니, 딴그릇에 옮겨 배추잎을 깔아주고 더듬이에 손을 대보고는 반사적으로 움츠리는데 화들짝 놀라고 이내 까르르 웃고 야단 법석이다. 진녹색 배설물을 보고는 신기해 하기도 하고 더듬이를 ..
2008.06.01 -
민망
외동딸 내 고모님은 봉평리 임씨네 맏아들에게 시집을 갔는데 층층시하 대가족에 가축까지, 족히 수십명의 끼니가 하루 나락 한섬이나 되더란다. 고모님의 시부媤父 되시는 분의 위세가 근방에서 대단키로 소문이 자자했는데 양지말에 작은댁을, 음지말 과수댁을 情人으로 두신탓에 출입이 여간 잦..
2008.05.30 -
무식(無識)
- 장애를 남깁니다, 무너졌어요.. 여기 보이죠? 조각 조각들이. 수술해도, 안 해도 장애입니다... 이름도 살벌한 관절센타 병동, 다닥 다닥 붙어 쪽방 동네같은 구석진 방에 앉아있는 젊은 의사는 눈썹 하나 움직이지 않고 모니터와 나를 번갈아 보며 지극히 절제된 음절로 아끼듯 한마디씩 하곤 더 이상..
2008.05.28 -
Una Furtiva Lagrima (남몰래 흘리는 눈물)
남몰래 흐르는 눈물은 이태리 작곡가 도니제티의 오페라 사랑의 妙藥에 나오는 아리아, 인데 이탈리아의 작은 마을에 사는 네모리노, 란 총각과 마을에서 제일 예쁜처녀 아디나, 의 아기자기한 사랑이야기야.. 연적에게 아디나를 뺏길 위기에 장돌뱅이 약장수에게 사랑을 얻게 할 약으로 속은 네모리..
2008.01.19 -
종달새
거울을 보면서 미장원엘 가야겠다고 맘먹은 건, - 안녕히 주무셨어요? 공튀듯 탄력있게 외치는 아이의 인사 뒤에 터져나온 탄성 때문이었다. - 우와~~ 울엄마 이~뿌다아~~ 민소매 흰색셔츠 몇장으로 여름을 나다 창으로 밀려드는 선선한 기운에 빨강색 니트를 꺼내입은 나를 보고 즐거워한다. 이왕이면...
2008.0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