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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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마주친 한 편의 詩』
우연히 마주친 한 편의 시 저자이병초 출판형설미래교육원 | 2021. 5. 28. 저자 : 이병초 전주 출생. 1998년 문예계간지 《시안》에 연작시 「황방산의 달」이 당선되었고, 시집으로 『밤비』 『살구꽃 피고』 『까치독사』 등이 있다. 그의 시세계는 근대화에 소외된 고향과 거기에 살았던 분들의 이력을 자양분 삼았는데 토속적 이미지를 현재로 재생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의 시에 표면화된 전북의 입말은 날것의 미학을 구현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현재 웅지세무대 교수이다. 목차 1부 10월 10 쉬! 12 내 살던 뒤안에 14 노숙 18 하루해 20 와리바시라는 이름 22 빈집 24 이별 26 섬진강11 28 프란츠 카프카 30 고분에서 32 기차 34 소 36 흰 부추꽃으로! 38 바람의 맨..
2021.08.14 -
이수익, <그리운 악마>
그리운 악마 이수익 숨겨둔 정부 하나 있으면 좋겠다 몰래 나 혼자 찾아드는 외진 골목길 끝 그 집 불 밝은 창문 그리고 우리 둘 사이 숨막히는 암호 하나 가졌으면 좋겠다 아무도 눈치 못챌 비밀 사랑 둘 만이 나눠 마시는 죄의 달디단 축배끝에 싱그러운 젊은 심장의 피가 뛴다면 찾아가는 발길의 고통스런 기쁨이 만나면 곧 헤어져야할 아픔으로 끝내 우리 침묵해야 할지라도 숨겨둔 정부하나 있으면 좋겠다 머언 기다림이 하루 종일 전류처럼 흘러 끝없이 나를 충전시키는 여자 그 악마같은 여자 1994.7월호에서 St. James Infirmary - Blues Underground https://youtu.be/0vJIXqA2TtI ‘숨겨둔 정부(情婦) 하나/ 있으면 좋겠다/ … 아무도 눈치 못 챌 비밀 사랑/..
2021.07.08 -
『시를 잊은 그대에게』
시를 잊은 그대에게 2016.3.11. “눈물이 고일 정도로 감동받고, 소름 끼칠 정도로 감탄했다!” 그저 입시를 위해 문학 참고서로 시를 배워 온 당신. 껍데기는 가라고 사람만이 희망이라고 아무리 외쳐 봐야, 내 몸 뉘일 방 한 칸 없고, 열정을 불사르겠다는데도 부르는 곳은 없으며, 부장님은 퇴근 무렵 보고서를 내던지고, 오늘밤에도 월급은 통장을 스치운다. 그래도 우리 마음만은 가난하지 말자고, 〈죽은 시인의 사회〉 속 키팅 교수를 꿈꾸며 메마른 심장의 상징 공대생들과 함께 시를 읽기 시작한 사람이 있다. 한양대학교 국어교육학과 정재찬 교수는 때로는 지나간 유행가를 흥얼거리고, 때로는 누군가의 추억이 된 영화를 보고, 때로는 어떤 말보다 가슴을 후비는 욕 한 마디를 시 구절에 덧붙이면서 우리 시대를 풍..
2021.05.27 -
복효근 <겨울숲>, 이외수 <겨울비> <놀夕陽>
겨울 숲 복효근 새들도 떠나고 그대가 한 그루 헐벗은 나무로 흔들리고 있을때 나도 헐벗은 한 그루 나무로 그대 곁에 서겠다 아무도 이 눈보라 멈출 수 없고 나 또한 그대가 될 수 없어 대신 앓아줄 수 없는 지금 어쩌랴 내가 할수 있는 일은 이 눈보라를 그대와 나누어 맞는 일뿐 그러나 그것마저 그대만을 위한 것은 아니였다. 보라 그대로 하여 그대 쪽에서 불어 오는 눈보라를 내가 견딘다 그리하여 언 땅 속에서 서로가 서로의 뿌리를 얽어 쥐고 체온을 나누며 끝끝내 하늘을 우러러 새들을 기다리고 있을 때 보라 어느 샌가 수많은 그대와 또 수많은 나를 사람들은 숲이라 부른다. 겨울비 이외수 모르겠어 과거로 돌아가는 터널이 어디 있는지 흐린 기억의 벌판 어디쯤 아직도 매장되지 않은 추억의 살점 한 조각 유기되어 있..
2021.02.01 -
피터 한트케, 「아이의 노래 」外
유년기의 노래 ─ 페터 한트케 지음 그가 아이였을 때 그 아이는 두 팔을 흔들며 걸었지. 걸으면서 생각했지. 시냇물이 강물이 되면 좋을 거야. 강물이 폭포가 되면 좋을 거야. 진흙탕물이 바다가 되면 좋을 거야. 그가 아이였을 때 자기가 아이라는 것을 몰랐지. 모든 것에는 영혼이 깃들어 있었고 모든 영혼들은 하나였었지. 그가 아이였을 때 그는 어떤 의견도 없었고 습관도 없었지. 두 다리를 꼬고 앉아 있다가도 느닷없이 뛰쳐나가곤 했지. 머리칼은 멋대로 뻗쳐있었고 사진 찍을 때 억지 표정을 짓지도 않았지. 그가 아이였을 때 이런 질문을 던지곤 했지. 왜 나는 나이고 네가 아닌 거지? 왜 나는 저기에 있지 않고 여기에 있지? 시간은 언제 시작되었지? 우주는 어디가 끝이지? 지금 내가 사는 것은 그냥 꿈을 꾸는 ..
2020.10.20 -
마종기,「바람의 말」
바람의 말 마종기 우리가 모두 떠난 뒤 내 영혼이 당신 옆을 스치면 설마라도 봄 나뭇가지 흔드는 바람이라고 생각지는 마. 나 오늘 그대 알았던 땅 그림자 한 모서리에 꽃 나무 하나 심어 놓으려니 그 나무 자라서 꽃 피우면 우리가 알아서 얻은 괴로움이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릴 거야.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린다. 참을 수 없게 아득하고 헛된 일이지만 어쩌면 세상 모든 일을 지척의 자로만 재고 살 건가. 가끔 바람 부는 쪽으로 귀 기울이면 착한 당신, 피곤해져도 잊지 마, 아득하게 멀리서 오는 바람의 말을.우화의 강 마종기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 좋아하면 두 사람 사..
2020.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