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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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안진 시모음
전율 누구한테 왜 당했을까 짓뭉개진 하반신을 끌고 뜨건 아스팔트 길을 건너는 지렁이 한 마리 죽기보다 힘든 살아내는 고통이여 너로 하여 모든 삶은 얼마나 위대한가 엄숙한가. - 유안진- 무 /유안진 한때는 나도 잘 나가는 잎채소 배추였지 성깔 하나 괴팍해서 어디서나 뒷걸음질 쳐 도망치고 싶었지, 모가지도 몸뚱이도 오그라들고 옴추려 들다가 뿌리채소가 되었지 나도 한 시절은 남자 일수 있었지 활개쳐 세상을 휘젓고 쏴 댕기며 기고만장 거친 사내, 그런 나한테 서 달아나고 망명해서 드디어 해방되었지, 해방되고 보니 여자였지 나는 결국 지금의 내가 되었지 나는 누구 아닌 나한테서 가장 오해받으며 살고 있지. 슬픈 약속 /유안진 우리에겐 약속이 없었다 서로의 눈빛만 응시하다 돌아서고 나면 잊어야 했다. 그러나 하루..
2022.12.06 -
이런 건 통영에 시비로 세워야겠다.
가난한 내가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소라처럼 휘감고 오르는 골목길과 먼바다로 떠나는 낡은 배 한 척 그대 나를 부끄러이 생각하지 않으신다면 항구의 물굽이 너머 붉은 동백꽃이 피는 겨울 통영에 한 번 다녀가시지요. 첫사랑을 찾아 남쪽 바다를 찾아온 시인처럼 애끓는 그리움을 간직한 마음이어도 좋고 사는 일이 다 그렇지요 라고 생각하는 쓸쓸한 발길이어도 좋아요. 그대가 좋아하는 그윽한 로즈와인향처럼 우아한 시간을 준비할 수는 없지만 미농지 봉투 속에 담긴 오래된 연서 같은 나의 마음을 드릴 수 있으니 그대 정녕 나의 사랑을 미쁘이 생각하신다면 바람 불어 쓸쓸한 날 겨울 통영에 한 번 다녀가시지요. 가난한 내가 그대에게 보여 드릴 수 있는 것은 미역 줄기처럼 야윈 노래 한 곡조와 지난 시절의 남망산 기슭에 울려 ..
2022.11.22 -
불량한 여자에게 外
불량한 여자에게 너는 참 많은 사랑을 한다 한 때 스쳐가는 바람처럼 내게도 한 자락의 사랑을 주었지 나는 평생을 그 사랑에 목 매었다 사랑이 어찌 하나 뿐이려냐 묵은 된장 같은 것이 어찌 사랑이려냐 늘 새롭고 가슴 뛰는 새 옷 같은 것이 사랑이려니 너는 그래서 해마다 늘 봄 같은 새 연애를 하는 거겠지 너는 변해야 만족하는 그런 사랑놀음에 취해 살고 나는 스쳐가듯 가버린 그 맥없는 사랑에 목이 멘다 사랑은 늘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거라고 말하는 너를 그래도 숭배하는 많은 사내들이 있어 참 좋겠다ᆢ https://brunch.co.kr/@knpil/1239 @ 촛불을 들고 가는 여인 / 카스파르 다비드 프리드리히 (Caspar David Friedrich, 1774~1840)
2022.10.05 -
『연인들』─ 최승자 시집
연인들 ─ 최승자 시집저자 출판 문학동네 | 2022. 2. 15. 페이지수72 | 판매가서적 9,000원 e북 6,300원 책소개 “(혹) 잊을 순 있어도, 잃을 순 없는” 우리들의 시인(박연준), 그 폭발하는 언어로 “언제나 미래”가 된 시인(이원) 최승자의 시집 『연인들』을 문학동네포에지 41번으로 다시 펴낸다. 1979년 『문학과지성』으로 등단한 그의 다섯번째 시집이다. 1999년 홀연 11년간의 오랜 침묵 속으로, 저 너머의 세계로 떠나기 전 그가 삶의 자리에 매어두었던 약속 같은 시집이라 하겠다. 2010년 시로 돌아오며 그간 무소식의 사정을 조현병과의 씨름이라 밝힌 바, 그가 골몰했던 정신의 세계, 타로 카드와 음양오행과 신비주의의 세계로 향했던 출발점이며 분수령이 된 것이 이 시집이다. 후..
2022.05.27 -
이어령 시집 ─ 헌팅턴 비치에 가면
이어령 교수의 딸, 이민아 목사 10주기를 맞아 3권의 책이 출간돼 눈길을 끈다. 이혼과 암 투병, 큰아이의 죽음 등 시련과 인내로 가득한 시간을 보냈던 이 목사는 2012년 3월 위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헌팅턴비치에 가면 네가 있을까’(열림원)는 지난달 26일 별세한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이 딸 10주기에 맞춰 발간을 계획했던 시집으로, 그의 유고 시집이 됐다. 시집에는 딸을 잃은 고통과 딸을 향한 그리움이 정제된 시어로 담겼다. ‘헌팅턴비치에 가면 네가 살던 집이 있을까 / 네가 돌아와 차고 문을 열던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 네가 운전하며 달리던 가로수 길이 거기 있을까 / 네가 없어도 바다로 내려가던 하얀 언덕길이 거기 있을까’ (‘헌팅턴비치에 가면 네가 있을까’) ‘사진처럼 슬픈 것도 없더..
2022.05.20 -
김남주
▲ 김호석 作 '김남주'/1995/206 x 141/수묵/작가소장 민족시인 또는 혁명시인 '김남주' 김남주 시인의 시를 노래한 안치환의 음반 'Remember' 와 '꽃다지', '노찾사' 그외 곡들, 그리고 김남주 육성낭송 까지 전곡 모두 이어듣기로 만들었습니다. 곡이 많아서 파일용량을 줄였습니다. 개별곡을 듣고자 하시는 분들은 각 곡의 제목을 딸깍(클릭)하시면 됩니다. 노래 제목의 ( ) 안의 제목은 시의 원 제목 입니다. 모든 곡은 노래의 가사가 아닌 김남주 시인의 원작을 올렸습니다. 전곡 모두 파일을 열어서 들을 수도 있고 각자 저장해서 들을 수도 있습니다. 단, 좀 더 나은 음질을 듣기를 원하시는 분들은 각 파일의 용량을 늘리시면 됩니다. 안치환의 음반 수록곡 중에서 마지막 곡인 김남주 시인의 육..
2021.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