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효근 <겨울숲>, 이외수 <겨울비> <놀夕陽>

2021. 2. 1. 19:39詩.

 

 

겨울 숲

                              복효근

 

 

새들도 떠나고

그대가 한 그루

헐벗은 나무로 흔들리고 있을때

나도 헐벗은 한 그루 나무로

그대 곁에 서겠다

아무도 이 눈보라 멈출 수 없고

나 또한 그대가 될 수 없어

대신 앓아줄 수 없는 지금 어쩌랴

내가 할수 있는 일은

이 눈보라를 그대와 나누어 맞는 일뿐

그러나 그것마저 그대만을 위한 것은 아니였다.

보라 그대로 하여

그대 쪽에서 불어 오는 눈보라를 내가 견딘다

그리하여 언 땅 속에서

서로가 서로의 뿌리를 얽어 쥐고 체온을 나누며

끝끝내 하늘을 우러러

새들을 기다리고 있을 때

보라 어느 샌가

수많은 그대와 또 수많은 나를

사람들은 숲이라 부른다.

 

 

 

 

 

 

 

겨울비

                             이외수



모르겠어
과거로 돌아가는 터널이
어디 있는지
흐린 기억의 벌판 어디쯤
아직도 매장되지 않은 추억의 살점
한 조각 유기되어 있는지
저물녘 행선지도 없이 떠도는 거리

늑골을 적시며 추적추적 내리는 겨울비
모르겠어 돌아보면
폐쇄된 시간의 건널목
왜 그대 이름 아직도
날카로운 비수로 박히는지

 

 

 

 

 

 

 

놀 (夕陽)                 

                                   이외수

 


이 세상에
저물지 않는 것이 어디 있으랴
누군가 그림자 지는 풍경 속에
배 한 척을 띄우고
복받치는 울음 삼키며
뼛가루를 뿌리고 있다

살아 있는 날들은
무엇을 증오하고 무엇을 사랑하랴
나도 언젠가는 서산머리 불타는 놀 속에
영혼을 눕히리니
가슴에 못다한 말들이 남아 있어
더러는 저녁강에
잘디잔 물비늘로 되살아 나서

안타까이 그대 이름 불러도 알지 못하리
걸음마다 이별이 기다리고
이별 끝에 저 하늘도 놀이 지나니
이 세상에 저물지 않는 것이 어디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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