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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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의 침묵』, 시집으론 처음 읽습니다.
만해스님 시는 제가 대략 다 읽어본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네요. 처음 보는 시가 많습니다. 심우장 시절 전까지의 시를 읽어보았는데, 좋은 작품은 몇 편 안되는 것 같습니다. 온통 다 사랑타령이네요. 마치 사춘기 소년의 일기장을 보는 듯합니다. 그런데 도대체, 만해스님의 혼을 쏙 뽑..
2014.12.16 -
이재무, 감나무
감나무 이재무 감나무 저도 소식이 궁금한 것이다 그러기에 사립 쪽으로는 가지도 더 뻗고 가을이면 그렁그렁 매달아놓은 붉은 눈물 바람결에 슬쩍 흔들려도 보는 것이다 저를 이곳에 뿌리박게 해놓고 주인은 삼십년을 살다가 도망 기차를 탄 것이 그새 십오년인데…… 감나무 저도 안부가 그리운 것이다 그러기에 봄이면 새순도 담장 너머 쪽부터 내밀어 틔워보는 것이다 재식이 아비의 평생과 죽은 엄니의 생애가 고스란히 거름으로 뿌려져 있는 다섯 마지기 가쟁이 논이 팔린 지 닷새째 되는 날 품앗이에서 돌아온 둘째동생 재식이는 한동안 잊었던 울음 쏟고 말았다 맷돌 같은 손으로 흘러넘치는 눈물 찍으며 대대손손 가난뿐인 빛 좋은 개살구의 가문의 기둥 찍고 찍었다 동생의 아이구땜으로 "정직하게 성실하게 살자" 가훈이 덜컹 마루 끝..
2014.08.18 -
최승자 시 몇 편 外
너는 날 버렸지, 이젠 헤어지자고 너는 날 버렸지, 산 속에서 바닷가에서 나는 날 버렸지 수술대 위에 다리를 벌리고 누웠을 때 시멘트 지붕을 뚫고 하늘이 보이고 날아가는 새들의 폐벽에 가득찬 공기도 보였어 하나 둘 셋 넷 다섯도 못 넘기고 지붕도 하늘도 새도 보이잖고 그러나 난 죽..
2014.07.23 -
'결혼에 대하여' - 칼릴 지브란-
그때 알미트라가 말을 이었다. "스승님, 결혼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요." 그가 이렇게 대답했다. 너희는 함께 태어났나니, 언제나 한결같이 함께하리라. 죽음의 천사가 흰 날개를 펄럭이며 이승의 삶을 마감하려 다가올 때도 너희는 함께 있으리라. 그렇다. 신의 고요한 기억에서조차 너희..
2014.07.11 -
왜 오늘 난 황지우 시가 꽂힐까?
반갑게 악수하고 마주앉은 자의 이름이 안 떠올라 건성으로 아는 체하며, 미안할까봐, 대충대충 화답하는 동안 나는 기실 그 빈말들한테 미안해, 창문을 좀 열어두려고 일어난다. 신이문역으로 전철이 들어오고, 그도 눈치챘으리라, 또 다시 핸드폰이 울리고, 그가 돌아간 뒤 방금 들은 ..
2014.06.02 -
오늘은 詩 한 편 올려보고 싶은데.....
꽃씨 유경환 요 / 김치경 노래 풀꽃이 피면서 하늘을 담아요 노란꽃 송이엔 노란 하늘 빨간꽃 송이엔 빨간 하늘 풀꽃이 지고서 꽃씨가 여물면 꽃씨속에 잠겨 있는 고향하늘~무지개
2014.0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