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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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애경 / 장사를 하며 外
장사를 하며 - 양애경 더 이상 세상에 무슨 아름다움이 있을까 구겨진 지폐 몇 푼을 깎자 못 깎는다 흥정을 하고 욕을 먹고 돌아오는 밤에도 별, 너는 나뭇가지 끝에 지상의 모든 빛을 흐리며 빛나고 있구나 이제 나는 알고, 슬프다 멀리서 반짝이기만 하는 것은 몇 억년 이후에라도 닿을 ..
2009.06.30 -
백창우, <그래 그런거겠지>
그래 그런 거겠지 백창우 1 그래, 그런거겠지 산다는게 뭐 그런거겠지 새벽녘 어머니의 바튼 기침처럼 그렇게 안타까울 때도 있는거겠지 그래, 그런거겠지 산다는게 뭐 그런거겠지 장마철 물이 새는 한낮의 짧은 잠처럼 그렇게 어수선할 때도 있는거겠지 아무렴 삶의 큰 들에 고운 꽃만 ..
2009.04.15 -
심우도
심우도(尋牛圖)읽기 - 조광명 - 방우(放牛) 소를 처마에 비끌어매고 나는 고삐만 들고 산에 오르네 고삐여 산에 자유로워라 고삐여 산에 마음껏 뛰놀아라 고삐를 산에 비끌어매고 나는 빈 몸으로 산을 내리네 처마는 없네 소는 없네 심우(尋牛) 왜 자꾸 허깨비가 눈앞에 어른거리는가 소꼬리같은 허깨..
2009.02.25 -
성선경
* 성선경 1960년 경남 창녕 출생. 198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바둑론' 당선. 시집 <널 뛰는 직녀에게> <서른 살의 박봉 씨>(문학과경계사) 성선경-흔들리는 하현달 성선경-처서 성선경-도깨비바늘풀 성선경-장진주사 성선경-벌목 성선경-석류 성선경-찬밥 성선경-삶 구두 한 컬레 성선경-달팽이..
2008.09.24 -
어머니 외 / 박경리
어머니 어머니 생전에 불효막심했던 나는 사별 후 삼십여 년 꿈 속에서 어머니를 찾아 헤매었다 고향 옛집을 찾아가기도 하고 서울 살았을 때의 동네를 찾아가기도 하고 피난 가서 하룻밤을 묵었던 관악산 절간을 찾아가기도 하고 어떤 때는 전혀 알지 못할 곳을 애타게 찾아 헤매기도 했다 언제나 그..
2008.08.06 -
뼈아픈 후회 / 황지우
뼈아픈 후회 - 황지우 슬프다. 내가 사랑한 자리마다 모두 폐허다. 완전히 망가지면서 완전히 망가뜨려놓고 가는 것, 그 징표없이는 진실로 사랑했다 말할 수 없는 건지 나에게 왔던 사람들, 어딘가 몇군데는 부서진 채 모두 떠났다. 내 가슴속엔 언제나 부우옇게 이동하는 사막 신전, 바..
2008.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