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문 詩

2011. 9. 8. 22:07詩.

 

 

 

 

효자가 될라카머

 

 

아우야, 니가  만약 효자가 될라카머
너거무이 볼 때마다 다찌고짜 안아뿌라
그라고 젖 만져뿌라, 그라머 효자 된다.
너거무이 기겁하며 화를 벌컥 내실끼다
다 큰 기 와이카노, 미쳤나, 카실끼다
그래도 확 만져뿌라, 그라머 효자 된다.

 

 

 

 

 

 

어처구니

 


온통
난장판인
어처구니 없는 세상 ,
제일로 그 중에도 어처구니 없는 것은
知天命, 이 나이토록
어처구닐 모른
그 일.

 

 

 

 

 

아내의 독립선언

 

아침 식탁에 오른 등푸른 꽁치 중에 어느 한 마리를 내가 뜯기 시작하면 언제나

그 놈을 함께 뜯어 먹곤하던 아내,

그 아내가 돌연히 오늘 독립선언을 했다.

내가 한 놈을 골라 이미 뜯고 있는데도 그녀가 다른 한 놈을 골라 잡은 것이다.

 

 

 

 

 

 

 

보름달 

 

 

밤마다 밤마다

잠도 못잤는데

어쩌면 포동포동

살이 쪘을까?

 

날마다 날마다

햇볕도 못 쬐었는데

어쩌면 토실토실

여물었을까?

 

 

 

 

 

 

열반

 

 

삶은 돼지머리,
삶은 돼지머리

양쪽 콧구멍에 시퍼런 돈을 꽂고 고사상 가운데 앉아
큰절을 받고 있는,

月出山 月燈寺에 이제 막 떠오르는 초생달 같은 눈에
곧추선 속눈썹을 하나씩 뽑아 당겨도 눈도 깜짝 하지
않는,

아아 저 拈花示衆의 절묘한 미소를 짓고, 자네 열반이
란 게 무엔지 아느냐며,

다시금 으하하하하 웃고 있는 돼지머리.

 

 

 

 

 

 

봄날 

 

 

개미

네 마리가

상여 매고 떠납니다.

 

명정도 만장도 없이 상여매고 떠나는 데,

강 건너 수양버들이

몸부림을

칩니다.

 

 

 

 

 

 

만추

 

 

어머니,

웬 한숨을

그렇게, 쉬세요, 녜?

무슨 일,

있으세요,

말씀해, 보세요, 녜.

얘들아 산 너머 마을에

별똥별이

졌단다.

 

 

 

 

 

 

 

 

환생

 

 

지랄발광이로다

무덤가

야생의 꽃 !

그 옛날 그녀의 입에 한 움큼씩 들어갔던 그 많은 형형색색의 그 결핵약 환생 같은,

 

 

 

 

 

 

 

도분



시(詩)벗 이정환이 어느 날 나를 보고 노벨 문학상을 타면
국밥을 사라기에, 상금을 싹둑 잘라서 반을 주겠다고 했네. 
아 글쎄 그랬더니 그가 손사래를 치며 국밥 한 그릇 이면
그것으로 족하다 하네.
그 대신 시조상(時調賞) 타면 절반을 잘라 주고. 
정말 도분이 나서 그렇게는 못하겠고 그 노벨 문학상을
기어이 타야겠네. 
상금을 싹둑 잘라서 절반을 나눠 주게……

 

*도분 : 화. 성질.

 

 

 

 

 

 

고등어 색시에게 

 

 

살얼음  끼어 있는

어물전

좌판 구석

새신랑 고등어가 새색시 고등어를

뒤로 꼭, 껴안고 누웠다

춥제, 그자

춥제,

그자

새신랑 품에서도 옛 애인을 생각

하는,

색시야

이제 그만

뒤로 벌떡 돌아누워

뜨겁게 너그 신랑을

꼭 껴안아

주지

그래

 

 

 

 

 

 

 

아마

 

 

백리 밖 주말농장에 배추를 심어 놓고 벌레를 잡는 꿈을 밤마다 꾸다가는

토요일 오후가 되면 달려가곤 했다.

한번은 저녁 답에 부리나케 내달려가 첩첩 어둠 속에 고작 셋을 잡았는데,

며칠 후 과속 스티커가 석 장이나 날아왔다.

결국 한 마리당 삼만 원이 친 셈이니, 벌레도 제 몸값에 입을 딱 벌리고는

죽어도 참 행복하게 죽어갔을거야, 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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