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주
2021. 10. 20. 19:50ㆍ詩.
▲ 김호석 作 '김남주'/1995/206 x 141/수묵/작가소장 민족시인 또는 혁명시인 '김남주' 김남주 시인의 시를 노래한 안치환의 음반 'Remember' 와 '꽃다지', '노찾사' 그외 곡들, 그리고 김남주 육성낭송 까지 전곡 모두 이어듣기로 만들었습니다. 곡이 많아서 파일용량을 줄였습니다. 개별곡을 듣고자 하시는 분들은 각 곡의 제목을 딸깍(클릭)하시면 됩니다. 노래 제목의 ( ) 안의 제목은 시의 원 제목 입니다. 모든 곡은 노래의 가사가 아닌 김남주 시인의 원작을 올렸습니다. 전곡 모두 파일을 열어서 들을 수도 있고 각자 저장해서 들을 수도 있습니다. 단, 좀 더 나은 음질을 듣기를 원하시는 분들은 각 파일의 용량을 늘리시면 됩니다. 안치환의 음반 수록곡 중에서 마지막 곡인 김남주 시인의 육성 낭송인 '이 가을에 나는' 은 김남주 육성낭송시선에 있습니다. 김남주, 그는 누구인가 김남주 시인은 80년대 한국 민족문학을 대표하는 사람이다. 그는 80년대 사회변혁운동의 이념과 정신을 온몸으로 밀고나간 '전사(戰士)시인' 이며, 혁명적 목소리로 한국문단을 일깨운 '민족 시인'이다. 또한 청춘의 10년을 감옥에서 보내는 등 반독재 투쟁에 앞장선 혁명 시인이었다. 1946년 전남 해남에서 농민의 아들로 태어나 호남의 명문 광주일고를 입학하였으나 입시 위주의 교육에 반대, 자퇴하였고 이후 검정고시로 전남대 영문과에 입학하였다. 대학 재학중 '3선개헌반대투쟁'에 참여하는 등 반독재 학생운동에 투신한 그는 1972년과 이듬해에 전국 최초의 반유신투쟁 지하신문 '함성'과 '고발'을 제작·배포하여 징역 8개월의 옥고를 치렀고, 이후 대학에서 제적당했다. 1974년『창작과비평』에「진혼가」등으로 문단에 얼굴을 내민 김남주 시인은 이후 작가 황석영 등과 함께 '민중문화연구소' 등을 결성하기도 했다. 1978년 가장 강력한 반유신투쟁 지하조직 '남민전'의 '전사'로 활동하다가 이듬해 10월 4일, 80명의 동지와 함께 체포·구속된 김남주 시인은 이 사건으로 징역 15년형이 확정되어 광주교도소 등지에서 복역했다. 그는 옥중에서 교도관 몰래 수많은 옥중시를 써서 극비리에 유출했는데, 이 시들은 80년대 우리사회 변혁운동에 일대 도화선이 됐다. 또한 김남주 시인은 1988년 12월 21일 9년 3개월의 옥고 끝에 석방되기까지 80년대 한국문학의 빛나는 정점이자, 큰별이었다. 김남주 시인은 옥중투쟁에서 얻은 지병으로 투병하다가 1994년 2월 13일, 불과 마흔 아홉의 나이로 그 생을 마감했다. 2월 16일, '민족시인 고 김남주선생 민주사회장'이 치러져 광주 망월동 5·18 묘역에 안장됐다. 2000년 5월 20일, '민족시인김남주기념사업회'와 '광주전남작가회의' 주최로 광주 비엔날레공원 안에 대표작「노래」가 수록된 '김남주 시비(詩碑)'가 제막되었다. 유족으로는 박광숙 여사와 아들 토일 군이 있다. 김남주 시인 주요 저서 1984년 첫시집『진혼가』간행 1987년 제2시집『나의 칼 나의 피』간행 1988년 제3시집『조국은 하나다』간행 1989년 시선집『사랑의 무기』제4시집『솔직히 말하자』간행 1990년 광주항쟁시선집『학살』간행 1991년 제5시집『사상의 거처』간행 1992년 제6시집『이 좋은 세상에』 및 옥중시선집『저 창살에 햇살이』간행 1993년『나의 칼 나의 피』『조국은 하나다』재출간 1994년 유고시집『나와 함께 모든 노래가 사라진다면』간행 ▲ 임옥상 作 김남주시인 / 1994 / 53 x 40cm / 흙에 채색 똥파리와 인간 똥파리에게는 더 많은 똥을 인간에게는 더 많은 돈을 이것이 나의 슬로건이다 똥파리는 똥이 많이 쌓인 곳에 가서 떼지어 붕붕거리며 산다 그곳이 어디건 시궁창이건 오물을 뒤집어쓴 두엄더미건 상관 않고 인간은 돈이 많이 쌓인 곳에 가서 무리지어 웅성거리며 산다 그곳이 어디건 범죄의 소굴이건 아비규환의 생지옥이건 상관 않고 보라고 똥없이 맑고 깨끗한 데에 가서 이를테면 산골짜기 옹달샘 같은 데라도 가서 아무도 보지 못할 것이다 떼지어 사는 똥파리를 보라고 돈 없이 가난하고 한적한 데에 가서 이를테면 두메산골 외딴 마릉 깊은 데라도 가서 아무도 보지 못할 것이다 무리지어 사는 인간을 산 좋고 물 좋아 살기 좋은 내 고장이란 옛말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똥파리에게나 인간에게나 똥파리에게라면 그런 곳을 잠시 쉬었다가 물찌똥이나 한번 찌익 깔기고 돌아서는 곳이고 인간에게라면 그런 곳은 주말이나 행락철에 먹다 남은 찌꺼기나 여기저기 버리고 돌아서는 곳이다 따지고 보면 인간이란 게 별 것 아닌 것이다 똥파리와 별로 다를 게 없는 것이다 ▲ 김봉준 作 '해방의 십자가'/1983/250x400/아크릴릭/분실 자유 만인을 위해 내가 노력할 때 나는 자유이다 땀 흘려 힘껏 일하지 않고서야 어찌 나는 자유이다라고 말할 수 있으랴 만인을 위해 내가 싸울 때 나는 자유이다 피 흘려 함께 싸우지 않고서야 어찌 나는 자유이다라고 말할 수 있으랴 만인을 위해 내가 몸부림칠 때 나는 자유이다 피와 땀을 눈물을 나워 흘리지 않고서야 어찌 나는 자유이다라고 말할 수 있으랴 사람들은 맨날 밖으로는 자유여, 형제여, 동포여! 외쳐대면서도 안으로는 제 잇속만 차리고들 있으니 도대체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도대체 무엇이 될 수 있단 말인가 제 자신을 속이고서 지는 잎새 쌓이거든 당신은 나의 기다림 강 건너 나룻배 지그시 밀어 타고 오세요 한줄기 소낙비 몰고 오세요 당신은 나의 그리움 솔밭 사이 사이로 지는 잎새 쌓이거든 열두 곁 포근히 즈려밟고 오세요 오세요 당신은 나의 화로 눈 내려 첫눈 녹기 전에 서둘러 가슴에 당신 가슴에 불씨 담고 오세요 오세요 어서 오떼요 가로질러 들판 그 흙에 새순 나거든 한아름 소식 안고 달려 오세요 당신은 나의 환희이니까요 ▲ 홍성담 作 '창'(全州獄에서)/23 x 17/종이에포스터칼라 저 창살에 햇살이 (햇살 그리운 감옥의 창살) 내가 손을 내밀면 내 손에 와 고운 햇살 내가 볼을 내밀면 내 볼에 와 다순 햇살 깊어가는 가을과 함께 자꾸자꾸 자라나 다람쥐 꼬리만큼은 자라나 내 목에 와 감기면 누이가 짜준 목도리가 되고 내 입술에 와 닿으면 어머니가 씹어주고는 했던 사각사각 베어먹고 싶은 빨간 홍당무가 된다. ▲ 김호석 作 '농부 아저씨 김씨의 한숨'/1991/182 x 91/수묵채색/개인소장 물따라 나도 가면서 흘러 흘러서 물은 어디로 가나 물 따라 나도 가면서 물에게 물어본다 건듯건듯 동풍이 불어 새봄을 맞이했으니 졸졸졸 시내로 흘러 조약돌을 적시고 겨우내 낀 개구장이의 발때를 벗기러 가지 흘러 흘러서 물은 어디로 가나 물 따라 나도 가면서 물에게 물어본다 오뉴월 뙤약볕에 가뭄의 농부를 만났으니 돌돌돌 도랑으로 흘러 농부의 애간장을 녹이고 타는 들녘 벼포기를 적시러 가지 흘러 흘러서 물은 어디로 가나 물 따라 나도 가면서 물에게 물어본다 동산에 반달이 떴으니 낼 모레가 추석이라 넘실넘실 개여울로 흘러 달빛을 머금고 물레방아를 돌려 떡방아를 찧으러 가지 흘러 흘러서 물은 어디로 가나 물 따라 나도 가면서 물에게 물어본다 봄 따라 여름가고 가을도 깊었으니 나도 이제 깊은 강 잔잔하게 흘러 어디 따뜻한 포구로 겨울잠을 자러 가지 ▲ 너희는 아느냐, 돌멩이 하나에 실린 역사의 무게를.. 돌멩이 하나 하늘과 땅 사이에 바람 한점 없고 답답하여라 숨이 막히고 가슴이 미어지던 날 친구와 나 제방을 걸으며 돌멩이 하나 되자고 했다 강물 위에 파문 하나 자그많게 내고 이내 가라앉고 말 그런 돌멩이 하나 날 저물어 캄캄한 밤 친구와 나 밤길을 걸으며 불씨 하나 되자고 했다 풀밭에서 개똥벌레즘으로나 깜박이다가 새날이 오면 금세 사라지고 말 그런 불씨 하나 그때 나 묻지 않았다 친구에게 돌에 실릴 역사의 무게 그 얼마일 거냐고 그대 나 묻지 않았다 친구에게 불이 밀어낼 어둠의 영역 그 얼마일 거냐고 죽음 하나 같이할 벗 하나 있음에 나 그것으로 자랑스러웠다 ▲ 노순택 作 '잠시 멈춘 전쟁 024'/80*120 (cm)/2003 3.8선은 3.8선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삼팔선은 삼팔선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당신이 걷다 넘어지고 마는 미팔군 병사의 군화에도 있고 당신이 가다 부닥치고야 마는 입산금지의 붉은 팻말에도 있다 가까이는 수상하면 다시 보고 의심나면 짖어대는 네 이웃집 강아지의 주둥이에도 있고 멀리는 그 입에 물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죄 안 짓고 혼줄 나는 억울한 넋들에도 있다 삼팔선은 삼팔선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낮게는 새벽같이 일어나 일하면 일할수록 가난해지는 농부의 졸라 맨 허리에도 있고 제 노동을 팔아 한 몫의 인간이고자 고개 쳐들면 결정적으로 꺾이고 마는 노동자의 휘여진 등에도 있다 높게는 그 허리 위에 거재(巨財)를 쌓아올려 도적도 얼씬 못하게 가시철망을 두른 부자들이 담벼락에도 있고 그들과 한패가 되어 심심찮게 시기적절하게 벌이는 쇼쇼쇼 고관대작들이 평화통일 제의의 축제에도 있다 뿐이랴 삼팔선은 나라 밖에도 있다 바다 건너 원격조종의 나라 아메리카에도 있고 그들이 보낸 구호물자 속이 사탕에도 밀가루에도 달라의 이면에도 있고 자유를 혼란으로 바꿔치기 하고 동포여 동포여 소리치며 질서의 이름으로 한강을 도강(渡江)하는 미국산 탱그에도 있다 나라가 온통 피묻은 자유로 몸부림치는 창살 삼팔선은 감옥의 담에도 있고 침묵의 벽 그대 가슴에도 있다. 산국화 서리가 내리고 산에 들에 하얗게 서리가 내리고 찬서리 내려 산에는 갈잎이 지고 무서리 내려 들에는 풀잎이 지고 당신은 당신을 이름하여 붉은 입술로 꽃이라 했지요 꺽일 듯 꺽이지 않는 산에 피면 산국화 들에 피면 들국화 노오란 꽃이라 했지요. 희망이 있다 (나와 함께 모든 노래가 사라진다면) 내가 심고 가꾼 꽃나무는 아무리 아쉬워도 나 없이 그 어느 겨울을 나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땅의 꽃은 해마다 제각기 모두 제철을 잊지 않을 것이다. 내가 늘 찾은 별은 혹 그 언제인가 먼 은하계에서 영영 사라져 더는 누구도 찾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하늘에서는 오늘밤처럼 서로 속삭일 것이다. 언제나 별이 내가 내켜 부른 노래는 어느 한 가슴에도 메아리의 먼 여운조차 남기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삶의 노래가 왜 멎어야 하겠는가 이 세상에서.. 무상이 있는 곳에 영원도 있어 희망이 있다. 나와 함께 모든 별이 꺼지고 모든 노래가 사라진다면 내가 어찌 마지막으로 눈을 감는가. ▲ 김봉준 作 '총파업 시대' / 1989 / 70x40 / 와트만지,담채 붓그림 / 작가소장 아이고! I Go! (날마다 날마다) 차에 깔려 죽고 물에 빠져 죽고 날마다 날마다 죽음이다 흉기에 찔려 죽고 총기에 맞아 죽고 날마다 날마다 죽임이다 공부 못해 죽고 대학 못가 죽고 취직 못해 죽고 장가 못가 죽고 날마다 날마다 죽음이다 아이는 단칸 셋방에 갇혀 죽고 에미는 하늘까지 치솟는 전세값에 떨어져 죽고 날마다 날마다 죽음이다 농부는 농가부채에 눌려 죽고 노동자는 가스에 납에 중독되어 죽고 날마다 날마다 죽음이다 여름이면 흙사태에 묻혀 죽고 겨울이면 눈사태에 얼어 죽고 날마다 날마다 죽음이다 낮에 죽고 밤에 죽고 아침에 죽고 저녁에 죽고 시도때도 없이 세상을 온통 죽음의 공동묘지 이 묘지에서 고개 들고 죽음이 세계에 항거한 자는 쇠파이프에 머리가 깨져 죽고 최루탄에 가슴이 터져 죽는다 노래(죽창가) 이 두메는 날라와 더불어 꽃이 되자 하네 꽃이 피어 눈물로 고여 발등에서 갈라지는 녹두꽃이 되자 하네 이 산골은 날라와 더불어 새가 되자 하네 새가 아랫녘 웃녘에서 울어예는 파랑새가 되자 하네 이 들판은 날라와 더불어 불이 되자 하네 불이 타는 들녘 어둠을 사르는 들불이 되자 하네 되자 하네 되고자 하네 다시 한번 이 고을은 반란이 되자 하네 청송녹죽(靑松綠竹) 가슴으로 꽂히는 죽창이 되자 하네 죽창이 ▲ 여명 / 1983 / 55x43 / 채색목판화 / 작가소장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셋이라면 더욱 좋고 둘이라도 함께 가자 뒤에 남아 먼저 가란 말일랑 하지 말자 앞서 가며 나중에 오란 말일랑 하지 말자 일이면 일로 손잡고 가자 천이라면 천으로 운명을 같이 하자 둘이라면 떨어져서 가지 말자 가로질러 들판 물이라면 건너주고 물 건너 첩첩 산이라면 넘어주자 고개 넘어 마을 목마르면 쉬어가자 서산 낙일 해 떨어진다 어서 가자 이 길을 해 떨어져 어두운 길 네가 넘어지면 내가 가서 일으켜주고 내가 넘어지면 네가 와서 일으켜주고 산을 넘고 물을 건너 언젠가는 가야 할 길 누군가는 이르러야 할 길 가시발길 하얀 길 에헤라, 가다 못 가면 쉬었다나 가지 아픈 다리 서로 기대며 ▲ 김봉준 作 '노래' / 1983 / 35x26 / 채색목판화 / 작가소장 김남주의 시를 노래하다 꽃다지, 노찾사, 메아리, 노동자 노래단, 문민협, 박치음 등등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 꽃다지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 노찾사 함께 가자 우리 이길을 - 서울대 메아리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셋이라면 더욱 좋고 둘이라도함께 가자 앞서가며 나중에 오란 말일랑 하지 말자 뒤에 남아 먼저 가란 말일랑 하지 말자 둘이면 둘 셋이면 셋 어깨동무하고 가자 투쟁 속에 동지 모아 손을 맞잡고 가자 열이면 열 천이면 천 생사를 같이하자 둘이라도 떨어져서 가지 말자 가로질러 들판 산이라면 어기여차 넘어주고 사나운 파도 바다라면 어기여차 건너주자 고개너머 마을에서 목마르면 쉬었다 가자 서산낙일 해 떨어진다 어서 가자 이 길을 해 떨어져 어두운 길 네가 넘어지면 내가 가서 일으켜주고 내가 넘어지면 네가 와서 일으켜주고 산 넘고 물 건너 언젠가는 가야 할 길 시련의 길 하얀 길 가로질러 들판 누군가는 이르러야 할 길 해방의 길 통일의 길 가시밭길 하얀 길 가다 못 가면 쉬었다 가자 아픈 다리 서로 기대며. 사랑은(사랑) - 대학노래패 사랑만이 겨울을 이기고 봄을 기다릴 줄 안다 사랑만이 불모의 땅을 갈아엎고 제 뼈를 갈아 재로 뿌릴 줄 안다 천 년을 두고 오늘 봄의 언덕에 한 그루의 나무를 심을 줄 안다 그리고 가실을 끝낸 들에서 사랑만이 인간의 사랑만이 사과 하나를 둘로 쪼개 나눠 가질 줄 안다 ▲ 홍성담 作 '혈루'/1993_1994/목판화 바람에 지는 풀잎으로 오월을 노래하지 말아라 - 노동자 노래단 바람에 지는 풀잎으로 오월을 노래하지 말아라 오월은 바람처럼 그렇게 오월은 풀잎처럼 그렇게 서정적으로 오지는 않았다 오월은 왔다 비수를 품은 밤으로 야수의 무자비한 발톱과 함께 바퀴와 개머리판에 메이드 인 유 에스 에이를 새긴 전차와 함께 기관총과 함께 왔다 오월은 왔다 헐떡거리면서 피에 주린 미친 개의 이빨과 함께 두부처럼 처녀의 유방을 자르며 대검의 병사와 함께 오월은 왔다 벌집처럼 도시의 가슴을 뚫고 살해된 누이의 웃음을 찾아 우는 아이의 검은 눈동자를 뚫고 총알처럼 왔다 자유의 거리에 팔이며 다리가 피묻은 살점으로 뒹구는 능지처참의 학살로 오월은 오월은 왔다 그렇게! 바람에 울고 웃는 풀잎으로 오월을 노래하지 말아라 오월은 바람처럼 그렇게 오월은 풀잎처럼 그렇게 서정적으로 일어나거라 쓰러지지 않았다 오월의 무기 무등산의 봉기는 총칼의 숲에 뛰어든 맨주먹 벌거숭이의 육탄이었다 불에 달군 대장간의 시뻘건 망치였고 낫이었고 한 입의 아우성과 함께 치켜든 만인의 주먹이었다 피와 눈물 분노와 치떨림 이 모든 인간의 감정이 사랑으로 응어리져 증오로 터진 다이너마이트의 폭발이었다 노래하지 말아아 오월을 바람에 지는 풀잎으로 '바람'은 학살의 야만과 야수의 발톱에는 어울리지 않는 말이다 노래하지 말아아 오월을 바람에 일어나는 풀잎으로 '풀잎'은 피의 전투와 죽음의 저항에는 어울리지 않는 말이다 학살과 저항 사이에는 바리케이드의 이편과 저편 사이에는 서정이 들어 설 자리가 없다 자격도 없다 적어도 적어도 오월의 광주에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