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 뮤엑 - 하이퍼리얼리즘 조각가

2018. 9. 3. 18:30미술/미술 이야기 (책)

 

 

 

 

 

 

▶ 론 뮤엑, 하이퍼리얼리즘(극사실주의)을 말하다

 

글 : 차신영 (해외통신원, 호주 Macquarie University 대학원생)

 

 

호주  얼마 전까지 호주예술계는 호주 멜번 출신의 천재적 조각가이자 하이퍼리얼리즘의 대표 주자로 손꼽히는 론 뮤엑(Ron Mueck)의 전시회로 떠들썩했다. 그간 영국을 중심으로 활동해 오던 그의 작품이 단품으로 전시된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12점의 작품이 한 공간에 전시되는 건 이번이 처음. 호주언론의 대대적인 관심 속에 올 4월 그의 고향인 멜번의 국립빅토리아 갤러리(the National Gallery of Victoria)에서의 4월 전시회를 시작으로 5월 퀸즈랜드 아트 갤러리(Queensland Art Gallery)에서 그 두 번째 전시회가 개최되었다. 빅토리아 전시회 시작 전부터 이미 호주 주요 방송들은 론 뮤엑의 다큐멘터리와 인터뷰 영상을 쏟아 냈고, 이런 언론의 대대적인 지지 속에서 두 전시회는 그야말로 문전성시 속에 막을 내렸다.

 

 

 

론 뮤엑

| 하이퍼리얼리즘

“실물크기의 작품은 만들지 않아요.
재미가 없을뿐더러, 실물크기의 사람들은 우리가 매일 만나잖아요” 

                                                                          - 론 뮤엑-

 

 

 

죽은아버지브리스번 아트갤러리는 5월 1일부터 8월1일까지 론뮤엑의 대표작 12점을 선보였는데, 이는 남반구에서 열렸던 그의 전시회 규모 면에서 최대 규모라고 한다. 전시회에 발을 들여 놓자마자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았던 작품은 그의 처녀작이자 뮤엑에게 세계적 명성을 안겨다 준 작품 <죽은 아버지>(Dead Dad, 1996)로, 특이하게도 다른 작품들과 구분이 된 또 하나의 작은 공간에 따로 전시가 되어있다. 누워있는 이 작은 남자의 손과 발은 힘없이 축 쳐져 있고, 두 눈은 지그시 감겨 있다. 분명 편안하게 수면을 취하고 있는 모습이 아니다. 이 작품 속의 남자는 다름이 아닌 뮤엑의 아버지로 실제 그가 아버지의 임종을 지키며 느꼈던 슬픔, 연민, 죽음을 표현한 작품이다. 한 남성의 육체에서 생명이 빠져나가는 모습을 형상화 한 것일까. 작품의 사이즈는 2~3살 된 아이 정도로 굉장히 작았다.

 

죽은 아버지 작품이 전시된 독립된 공간을 나오니 이번엔 그야말로 5m에 육박하는 거대 아이가 관객을 맞이한다. 이 <여자아이>(A Girl, 2006)라는 엄청난 규모의 작품은 엄마의 자궁을 막 빠져 나온 신생아이다. 군데군데 묻어있는 피, 신생아 특유의 주름이며, 발톱모양이 너무 정교해 보여 이들로 하여금 경외심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이다. 그리고 그런 관객들에게 이 거대 아이는 두 손을 아래로 꼭 쥔 채 ‘태어나는 게 이렇게 힘들어서야’ 라는 표정을 짓고 있다. 바로 작품의 크기만큼이나 거대한 가능성을 지닌 ‘생’의 탄생 순간이다.

 

 


 

여자아이

 

 

| 생과 사 (Life and death)

뮤엑은 위의 두 점의 작품으로 하여금 관객들에게 죽음과 탄생이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그리고 관객들을 이끌고 ‘과연 삶과 죽음 사이에는 무엇이 존재할까’ 라는 또 다른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작가는 각양각색의 우리의 모습들을 보여준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인간의 몸, 옷을 입고 있는 인간, 나약하고 연약한 인간, 그리고 천장의 후크에 매달린 채 도살당한 한 마리의 거대 닭까지. 

 

매달린닭목이 잘리고 털이 뽑힌 채 매달려 있는 거대 닭은 바로 옷을 벗고 있는 인간 작품들 옆에 나란히 전시가 되어있는데, 작가는 이런 전시구도로 하여금 관객들에게 인간 역시 이 닭처럼 한없이 나약한 존재이며, 단지 겉치장을 함으로써 나약함을 숨기는 존재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건 아닐까.

 그리고 여기 아주 작은 여인이 누워있다. 이불 속에 작은 몸을 힘겹게 누이고 얼굴만을 간신히 내 놓고 있는 이 여인은 죽음을 기다리며 병원 침상에 누워있는 우리내의 할머니이기도 하고, 우리 미래의 한 모습이기도 하다. 이 작품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데, 한동안 옆에 서있던 한 중학생으로 보이는 여학생이 이렇게 말하는 게 아닌가.

“I want to pick her up and carry her out in my arms”
(할머니를 제 두 팔로 꼭 안고, 여기서 데려나가고 싶어요).
“I feel the same way.”
(나도 그래)

 

 

 

 


아주작은여인

옷을 벗은 채 의자에 앉아있는 거대한 남자의 모습도 인상적이다. 작품명과 너무나도 걸맞게 수염은 덥수룩하고 머리도 헝클어진 이 남자. 본인이 관객들의 관심을 받는 게 꽤 불편하기라도 한 듯 불안하고 안절부절 못한 표정으로 관객들을 바라본다. “사람 불편하게 도대체 뭘 그렇게 빤히 쳐다봐요?”

 

 

 



헝클어진 남자


길 한 편에서 무언가 얘기를 하고 있는 두 노인의 모습도 보인다. 앞으로 굽어진 자세며 발목부분에서 주름 잡혀 있는 스타킹까지 어느 길거리 모퉁이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노인들의 모습이다. 남편의 외도를 걱정하고 있을까, 아니면 자식걱정을 하고 있을까. 그녀들은 꼭 다물어진 입으로 어느 말 못할 사연을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일까.

이 작품을 잠시 감상하고 있을 때 등 뒤로 누군가의 시선을 느껴졌다. 몸에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채 작은 작은 목조배에 들어가 앉아있는 한 남성의 시선과 마주친다.

 

 

 
두여인들,배를타고있는남자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 그의 시선이 머무는 곳을 따라 가보니 저 멀리 한 여성이 보인다. 자기 키보다 훨씬 긴 나뭇가지 묶음을 버겁게 들고 있는 여인은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몸으로 한없이 버거워 보이는 나뭇가지 묶음을 들고 있다. 그녀의 가슴과 팔에 고스란히 긁힌 상처는 보는 이들로 하여금 당장이라도 연고를 발라주고 싶은 충동을 일으키기 충분했다.

 

 

 
나뭇가지를들고있는여인

 

 

 

 


침대에서이 작품은 브리스번 아트갤러리에 한동안 단품으로 전시되어있었던 작품으로『죽은 아버지(Dead Dad)』와 더불어 뮤엑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단품으로 전시되어 있었을 때도 갤러리에서 몇 번 본 적이 있는데, 다른 뮤엑의 작품들 속에 함께 누워있는 그녀는 오늘따라 더 외롭고 슬퍼 보였다. 자세히 관찰해 보면 팔에 희미하게 나있는 솜털과 얼굴의 주름, 주근깨, 콧등의 모공, 코끝에 겉도는 듯한 기름기도 섬세하게 표현되어 있다.

 




 

 

| 관객이여 반응하라

 

 

 

이처럼 뮤엑은 때로는 아주 작은 크기의 작품을 때로는 엄청난 크기의 작품을 선보이며, 그의 모든 작품에는 작품의 크기에 상관없이 섬세한 디테일이 너무도 정교하게 표현되어 있다. 그리고 탄생, 유아기, 청년기, 출산, 노년기, 죽음 등의 인간의 인생의 순환을 주제로 ‘인간이란 존재는 과연 무엇인가’ 라는 철학적 메시지를 관객들에게 던진다. 그의 첫 번째 작품 죽은 아버지는 아주 작은 반면, 거대아기는 엄청나게 크다. 바로 우리가 생과 죽음을 그렇게 느끼지 않는가. 그의 작품을 감상하고 있자면 “정말 똑같다” “정말 크다” 라는 식의 그저 객관적 평가를 넘어, 작품 하나하나 베어 나오는 작가의 삶과 죽음에 대한 고찰을 엿볼 수 있다. 그래서 관객들은 5분이고 10분이고 그의 작품 앞에 서있게 되며, 쉽게 발길을 때지 못한 채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누군가를 혹은 자기 자신을 고찰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하이퍼리얼리즘이 관객들에게 던지는 메시지이며, 뮤엑이 전달하려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마스크2

 


사실 하이처리얼리즘(극사실주의)는 미국적인 즉물주의가 낳은 미술사조라고도 볼 수 있지만, 종래의 추상미술과 사진 자체에 대한 아이러니의 표현이라고도 할 수 있다. “사진은 결코 작품의 정확한 느낌을 전달할 수 없다"라는 말처럼, 사진을 봐서는 좀처럼 관객들은 작품이 얼마나 큰지, 어떠한 느낌일지를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이런 측면에서 정교한 디테일에 경외감을 불러일으키는 뮤엑의 작품은 관객들에게 리얼리즘이라는 메시지 속에 작품을 직접 보고, 체험할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 마치 우리의 삶과 마찬가지로 예술도 직접 체험해 보지 않고는 제대로 그 맛을 알 수 없다는 듯이 말이다. ‘평범한 건 좋아하지 않는다’ 라는 뮤엑의 말과 달리, 나는 그의 작품 속에서 너무나도 평범한 우리 인간의 삶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의 전시회를 둘러보고 있노라면, 그의 정상적이지 않은 사이즈의 작품들이 오히려 사실적인 표현으로 다가오는 느낌이 든다. 거대한 가능성을 가지고 세상에 막 태어난 신생아와 생명이 빠져나간 초라하고 볼품없는 노인의 육체까지, 그의 작품은 관객의 가슴을 한없이 울렁이게 하며 반응을 하게 한다. 그리고 전시회를 빠져나와 집으로 가는 길에 관객들은 철학서 한권을 정독한 듯한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로고
 

 

 

 

 

 

 

 

 

 

 

 

 

 

 

 

 

 

 

 


 

 

 

RON MUECK
론 뮤익
Australia Sculptor, born in 1958

론 뮤익은 호주에서 태어나 극사실주의 조각가로 영국에서 활동하고 있다.
찰스 사치의 눈에 띄어 예술가의 길에 들어선 ron mueck
아버지의 시체를 만든 작품 "Dead Dad"를 데미안 허스트 등 영국 미술계를 한때 주도했던 YBA주축의 전시 "센세이션"전에 출품하여

많은 이의 주목을 받게 된다.

극 사실 주의 조각 이라는 분야가 생소한 만큼 그 또한 원래 순수 미술이 아닌 영화, 인형 등의 소품을 만드는 사람이었다.
그러한 작업들이 치열하게 이어지면서 예술의 경지에 오르게 되었음을 보면, 그 치열함에 경의를 표하고 싶어진다.
초기에는 라텍스를 주재료로 이용하여 작품 활동을 하였지만, Fiber Glass를 새로운 재료로 도입함으로써

더욱 더 사실적이며 치밀하게 묘사 된 조각 작품들을 발표하고 있다.

 

 

 


출처: http://megazineme.tistory.com/149 [ILZIN]

 

 

 

 

 

 

 

 

 

 

 

 

 


 

/ 온라인 중앙일보 2013.11.18.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프로아 파운데이션에서 16일(현지시간) 조각가 론 뮤익(Ron Mueck)의 전시회가 열렸다. 호주출신의 조각가 론 뮤익은 세계적인 극 사실주의적 아티스트로 영국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신화통신=뉴시스]

 

 

 

 

 

 

 

 

 

 

[보태기 - 블로그 지기]

 

그의 작업실을 엿보자.

 

 

 

 

 

 

몇 작품을 더 붙여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