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6. 1. 20:01ㆍ책 · 펌글 · 자료/예술.여행.문화...
- 황안나 / 여행가 여행작가
『 내 나이가 어때서』 프롤로그 중에서
- 글쓴이 미상 -
여자 홀로 긴 머리카락을 날리며
기차에서 내리는 모습은
생각만 해도 가슴 저려오는 매력으로 느껴진다.
비행기 차가에 혼자 앉아 책을 읽으며
커피를 마시는 여자도 역시 아름답다.
바닷가를 혼자 거닐며
생각에 잠겨 있는 여자의 모습도 그림처럼 멋지다.
이런 연출을 기대하면서
여자는 혼자서 여행을 떠나고 싶어 한다.
모든 여자의 영원한 꿈은 혼자 여행하는 것이다.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도
둘이 하는 여행과는 달리
혼자 떠나고 싶은 여행에 대한 충동이 더 크다.
여자는 고독한 모습으로 존재할 때가 아름답기 때문이다.
여자의 깊은 가슴속에는 항상 메워지지 않는 빈자리가 있다.
부모도 형제도 사랑하는 사람도 메워줄 수 없는 자리……
가을이나 겨울 같은 어떤 특정한 계절이 아니라
모든 계절과 계절 사이, 마음의 울렁임을 따라
영원히 혼자 떠날 수 있는 여행을 꿈꾸면서 산다.
그러나 가방을 꾸리기만 한다.
태어나서 엄마의 감시를 받으면서 요조숙녀로 자라나
겨우 어른이 되어 마음대로 행동하게 되었구나 했을 때
한 남자를 만나 결혼하게 된다.
그 뒤 세월이 좀 지나면 아이들이 태어난다.
아이들은 더 작은 눈으로 짠 그물이 되어서 여자를 조인다.
움직이면 움직일 수록 더 강하게 조여드는
결박의 끈으로 여자의 인생을 송두리째 묶어놓고 만다.
잠시도 문 밖으로 나갈 수 없게 만든다.
나중엔 못 나가는 것인지 안 나가는 것인지
그 구분마져 애매하게 된다.
결국 아이들이 커서 어른이 된 날
여자는 모든 그물에서 해방된다.
그때 자기 자신을 돌아보면
이미 오십이 가까워진 나이가 되었음을 발견한다.
그땐 여자 홀로 가방을 들고 기차에서 내려도
아름답게도, 매력적으로도 보이지 않는다.
청승맞고 초라해 보일 뿐.
아무도 그 여자에게 말을 걸고 싶어하지 않는다.
어디로 가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전혀 알려고 하지 않는다.
말하자면 누구의 관심도 눈길도
끌 수 없는 여자가 되어버린 나이에야
겨우 모든 그물에서 해방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여자는 아무데에도 가고 싶어지지 않는다.
무슨 옷을 입고 나서야 남의 시선을 끌 수 있을까.
백화점에도, 이름난 디자이너의 옷가게에도 몸에 맞는 옷은 없다.
젊고 아름다워 보이는 옷은 몸에 맞질 않는다.
좋은 옷 입고 밖으로 나가고 싶었던 시간이
다 지나가버렸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이제부터야말로 여자는
자기 자신으로 돌아갈 수 있는 시간이 된 것이다.
이제까지 놓친 시간이 아무리 길고 아깝다 해도
그건 생각하지 말기로 한다.
잊어버리기로 한다.
지워버리기로 한다.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 ……
거냘픈 허리에 기다란 스커트를 입고
긴 머리칼을 되는 대로 틀어 올리고 기차에서 내린다.
황야를 달려온 속도 없는 기차에서 내리면
그 여자는 새롭고 낯선 아프리카의 공기를
몸으로 느끼며 주위를 살핀다.
사람이 산다는 것은 그렇게 자기가 존재하고 싶은 자리에
자기 자신을 놓아두는 것이다.
무엇이 나를 얽매고 있는 것인가!
이 시는 내 마음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해 인터넷에서 다운 받아 실은 것이다.
누구의 작품인지 몰라 이름을 밝히지 못했다.
( P13~ 22 발췌)
황안나 / 샨티 2005
책 서문에다, 저렇게 남의 글을, 그것도 이름도 없는 인터넷에 떠도는 글을,
내 맘과 같다고 해서 장장 3페이지씩이나 그대로 옮겨 놓는다는 일이 납득이 되십니까?
자신의 삶에 대한 이만저만한 자신감이 아니고서는 어림 없는 일입니다.
이런 걸 보며 다시 느낍니다만, 글을 쓰는 거나, 말로 친구를 사귀는 거나, 영업으로 장사를 하는 거나, 뭐든지
세상살이에는 진실 이상 가는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너’에게 통한다 해도 내게 통하지 않으면 결국은 아무것도 아니죠. 내가 내 자신을 설득 못하는데
뭔 만족감이 있겠으며…… 장기적으로 보면 ‘너’에게도 들통나버리고 맙니다.
* 그런데 서문에 쓴 저 글은, 남자라고 해서 뭐가 다를까요?
1.
하루에 보통 30~40킬로미터씩 걸었다.
나주, 광주, 담양, 임실, 무주, 상주, 월악산, 제천, 평창, 오대산, 명개리, 드디어 구룡령에 도착했다.
구룡령 입구에서 마중 나온 남편을 만났다.
세 명이 함께 떠난 줄 알고 있던 남편은 혼자 올라오는 나를 보자마자 와락 끌어안으며
"여보! 내가 당신한테 뭘 잘못했는데 이런 짓을 한 거야?" 하고 목놓아 울었다. 나도 울었다.
백발이 성성한 노부부가 고개 위에서 서로 끌어안고 우는 모습은 진풍경이었으리라.
2.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 중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고깃배 옆에 느긋하게 누워 있는 어부와 어느 사업가의 대화이다.
담뱃대를 물고 여유 있게 먼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어부에게 사업가가 묻는다.
“왜 고기를 안 잡는 거요?”
“오늘 잡을 만큼은 잡았소.”
“왜 더 잡지 않소?”
“더 잡아서 뭘 하게요?”
“돈을 벌어야지요. 그러면 배에 모터를 달아서 더 깊은 바다에 나가 고기를 더 잡을 수 있잖소.
그렇게 되면 나일론 그물을 사서 고기를 더 많이 잡고 돈도 더 벌게 되지요.
당신은 곧 배를 두 착이나 거느릴 수 있게 될 거요. 아니, 선단을 거느릴 수도 있겠군.
그러면 당신은 나처럼 부자가 되는 거요.”
“그런 다음엔 뭐 하죠?”
“그런 다음엔 느긋하게 인생을 즐기는 거요.”
“지금 내가 뭘 하고 있다고 생각하시요?”
“ ........ ”
그렇다. 나 역시 내일 담보로 오늘을 희생하고 싶지 않다.
무엇을 하기에 ‘오늘’은 항상 적합한 때이다.
‘지금’이 아니면 도대체 언제 자기가 원하는 것을 해본단 말인가!
3.
나는 혼자 걸으며 살아온 날도 정리하고, 살아갈 날도 생각해 보고 싶었다.
그런데 자유로운 만큼, 딱 그만큼 외로워지는 건가보다. 물론 여행만 그런 게 아닐 게다.
그러니 자유를 누리려면 고독과 쓸쓸함도 함께 견딜 줄 알아야 할 것이다.
이번 여행을 통해 자유와 쓸쓸함을 실컷 맛보자. 다시 한번 나를 다독인다.
- “영원히 살 것처럼 배우고 내일 죽을 것처럼 살라.”
뭔놈어 책이 이리 슬프냐
난, 엄두가 안 나는데 어칼까, 가을에 한번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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