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4. 21. 08:39ㆍ이런 저런 내 얘기들/내 얘기.. 셋
이놈 말고, 죽어라 약 쳐대던 큰놈 있잖습니까? 그놈도 살았습니다.
이놈은 가벼워서 겨울에 들여놨었고, 큰놈은 무거워서 나뭇가지 다 잘라내고는 밖에다 그대로 두었었는데,
얼어 죽지 않았습니다. 잎이 작게 여기 저기 돋아나고 있는 중입니다. 흙 갈면서 보니까 뿌리는 싱싱해요.
가지를 너무 잘라냈다더군요. 하지만 여름에 두어번 꽃 피는 걸 볼 겁니다.
이건 순전히 집착입니다. 저는 식물에, 화분에 그다지 관심 있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런데 이놈들 만큼은 기어코 살려서 꽃을 피워보고 싶은 거예요.
요‘나무들’에 애착이 있는 것이 아니라 요놈들과의‘인연’에 애착을 갖는 것입니다.
제 전무한 상식으로 이거 살려내느라 그동안 애 많이 썼답니다. ^__^
알고보니 이 ‘엔젤 트럼펫’, 별볼일 없는 나무입디다.
화초 좀 해본 사람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흔하고, 잘 크고, 기르기도 쉬운 나무입디다.
뚝 짤라서 쿡 찔러 놓면 삽니다. 그리고 금세 커요. 香이 아주 진하긴 한데 그다지 좋은 향내는 아닙니다.
제가 집착하는 이유는 순전히 체코 시골 여관에서 만났던 그 추억 때문입니다.
그레고리 펙·비비안 리를 추억하십니까, 아니면 첫사랑 칠성이·봉순이를 더 추억하십니까?
그렇지요? ‘잘난 년·똑똑한 놈’을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다만‘인연’을 추억하는 것이라면,
누구나 저 엔젤 트럼펫처럼 자신을 추억해 줄 사람도 있을 수가 있다는 것인데,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그 추억을 더럽히지는 말아야죠. 고결하게 살아서…….
비록 머문 자리는 더듬더듬하고 얼룩이 졌을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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