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현,「그리운 당신 오신다니」 外

2013. 11. 11. 12:41詩.

 

 

 

 

그리운 당신 오신다니 

 

                                      안도현

그리운 당신 오신다니
어제도 나는 강가에 나가                                    
당신을 기다렸습니다
당신이 오시려나, 하구요
보고 싶어도 보고싶다는 말은 가슴으로 눌러두고
당신 계시는 쪽 하늘만 바라보며 혼자 울었습니다
강물도 제 울음 소리를 들키지 않고
강가에 물자국만 남겨놓고 흘러갔습니다
당신하고 떨어져 있는 동안
강둑에 철마다 꽃이 피었다가 져도
나는 이별 때문에 서러워 하지 않았습니다
꽃 진 자리에 어김없이 도란도란 열매가 맺히는 것을
해마다 나는 지켜보고 있었거든요
이별은 풀잎 끝에 앉았다가 가는 물잠자리 날개처럼 가벼운 것임을
당신을 기다리며 알았습니다
물에 비친 산 그림자속에서 들려오던
그 뻐꾸기 소리가 당신이었던가요
내 발끝을 마구 간질이던 그 잔물결들이 당신이었던가요
온종일 햇볕을 끌어앉고 뒹굴다가
몸이 따근따끈해진 그 많은 조약돌들이
아 아, 바로 당신 이었던가요
당신을 사랑했으나
나는 한번도 당신을 사랑한다, 말하지 못하고
오늘은 강가에 나가 쌀을 씻으며
당신을 기다립니다
그리운 당신이 오신다니
그리운 당신이 오신다니

 

 

 

 

 

 

 

 

 

아도니스를 위한 戀歌

 

                                                 최영미


너의 인생에도 한번쯤 휑한 바람이 불었겠지
바람에 갈대 숲이 누울 때처럼
먹구름에 달무리 질 때처럼
남자가 여자를 지나간 자리처럼
시리고 아픈 흔적을 남겼을까
너의 몸 골목골목 너의 뼈 굽이굽이
상처가 호수처럼 상처가 호수처럼
괴어 있을까
너의 젊은 이마에도 언젠가 노을이 꽃잎처럼 스러지겠지
그러면 그때 그대와 나
골목골목 굽이굽이
상처를 섞고 흔적을 비벼
너의 심장 깊숙한 곳으로
헤엄치고프다
사랑하고프다.

 

 

 

아도니스 : 그리스 신화 나오는 미소년아프로디테(Aphrodite) 사랑 받았으나,

사냥 하다가 멧돼지에게 물려 죽었다.

죽으면서 흘린 에서 아네모네, 여신 눈물에서 장미 피어났다고 한다.

꽃말 '추억' 복과 장수를 가져다준다 해서 복수초'라고도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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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연애시를 잘 안읽는다.

그렇게 절절한 연애를 한 적이 없어서인 지, 나이를 먹어서인지..

가슴 짠 한 추억도, 애타는 그리움도, 갈망도 없다.

따라서 시인의 감성이 그대로 나에게 전해오진 않는다.

 

아울러,

사랑이라든가, 우정..등, 이런 것을 '관념'으로 받아들이는 걸 거부한다. 

사랑은 머리속에 있는 게 아니다.  

있다면 가슴속에 있다.

 

이 말은,

사랑이란 것은 머리속으로 궁리하고, 재고, 어쩌고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가슴이 시키는데로 하면 되는 거란 뜻이다.

 

사랑이란 말이 오늘날같이 왜곡되고 변질되어 있는 시대에

그냥 가슴이 시키는데로 하면 되는 것이 사랑이라니, 이 얼마나 위험한가?

그러나, 어쩔 수 없다.

사랑의 본질이 그런 것이니까...

 

우리는 Love라는 말을 '사랑'으로 알아듣는데,  분명 이 말은 '사랑하다'라는 動詞다.

이 '사랑하다'는 말에는 '주다'(give)라는 의미가 들어가 있다.

주는 것!, 주고 또 주는 것, 못줘서 안달이 나는 것. 그리하여 나의 전부를 내어주는 것!

그래서 행복해 하는 것!........이게 사랑이다.  - 책에는 이렇게 쓰여있다.-

 

실상,  

이런 경험은 인류에게 아직 도래하지 않았다.

아주 극소수의 사람만이 이런 체험을 하였을 뿐이다. - 그들은 광인(狂人)이다.-

 

나머지 사람들은 겉으로 보기에 사랑 비스무리한 것에 사랑이란 상표를 붙이고 

착각 속에서 히히낙낙 거래하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자기가 하는 거래는 '진짜 사랑'이라고 굳게 믿으면서....

 

아무렴 어떤가?

 

진실을 얘기하자면...

사랑이건, 사랑 비스무리한 것이건..

그것은 하나의 즐거운 유희(遊戱)에 지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인생 자체가 유희이기 때문이다.

유희인 인생에서 유희인 사랑뿐이 더 나오겠는가?

 

* 철학책이나, 종교적인 책들을 보면 인생을 대단한 것으로 기술해놨는데..

실상, 인생 그 알몸은 유희다. 

그러나 그 인생 그 사랑에 그대가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얘기는 달라진다. 

 

 

그러면, 유희(遊戱)라는 게 뭔가?

신나게 노는 거다. 즐겁게 노는 거다. 

 

묻는다.

노는 데 무슨 보상이 있느냐? 

그대는 놀면서 무슨 보상을 바라는가?

 

잘 들어라.

신나게, 즐겁게.... 이게 보상이다. 다른 보상은 없다.

신나게, 즐겁게 놀았으면   아! 잘 놀았다!! 하지 않느냐?.... 이게 보상이라는 거다..

 

사랑도 이와 같은 것!!

 

그대가 누군가를 사랑해서...

'사랑하였으므로 난 행복하였네라!' 또는, (그를) 사랑해서 (지금) 나는 행복하다!'고 느낀다면

그 '행복'이 보상이라는 거다.   

그외 다른 보상은 없다.

 

뭘  더 바라는가?

그러나 그대는 무엇인가를 더 바란다.

그렇게해서

거기서부터 비극은 시작된다. 안그런가?

 

..........................

 

지금, 그대가 생각하는 사랑'이라는 것!

지금 그대가 행하는 '사랑하는' 일!    

미안하지만 100% 상처를 남긴다.

위의 시처럼 100% 추억을 곱씹으며 회한에 젖는다.

그러니 어떻해야 할까?

한 생각만 바꿔라!

 

사랑은 유희(遊戱)다!

 

 

다시 말한다.

 

사랑하라!

지금.

후회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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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aum 미즈넷에서 베껴온 것인데 글쓴이가 정확히 누구인지는 확인 안해서 모릅니다.

그림은 제가 넣은 것인데 일러스트 로렌조 마토니 작품입니다.

 

 

 

 

 

 

 

 

 

너를 기다리는 동안

                                            황지우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 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 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 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강은교)

이 시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착상이 떠올랐는지요?

그 동기는 무엇이었는지요?

구체적으로 답해주십시오.

황지우)

"이 시는 1986년 11월 어느 날 중앙일보 사옥 내 계간 <문예중앙>에 속한 한 빈 책상 위에서 씌어졌습니다.

그 당시 나는 건국대 사태 이후 5공의 탄압이 극성을 부리던 때 지명수배되어 ‘도바리’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낮에는 주로 안전지대인 신문사 도서관에서 책도 보고 잡지사 잡글도 쓰고 하면서 노닥거렸죠.

그런데 하루는 그 신문사에 딸린, 무슨 하이틴 잡지에 근무하는 선배 시인이 지나가다가

“이봐, 황시인! 시 하나 줘. 하이틴이야. 쉽고 간단하게 하나 얼른 긁어줘!” 하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그 자리에서, 한 5분 걸렸을까요, 쓰윽 긁어서 줬습니다.

그리고는 잊어버렸습니다.

독자를 경멸하면서 함부로 써버린, 이 무시받고 망각된 시를 내가 다시 의식하게 된 것은 그로부터 몇 달 뒤였습니다.

친구 부인이 모 대학가 앞에서 그 당시 불온시 되던 사회과학 서점을 하고 있었는데,

그 뭣이냐, 너를 기다린다나 어쩐대나 하는 시가 어느 시집에 있느냐고 물어오는 거였어요.

그게 성우 출신 김세원 씨가 어느 FM 방송에서 낭송한 뒤로 여러 사람이 와서 찾는다는 말을 듣는 순간,

는 얼핏 수치심 같은 걸 느꼈습니다.

2001년 6/15 남북정상회담이 이루어지고 그해 8월 서울에서 이산가족 상봉이 있던 날 아침,

차를 몰고 학교로 가다가 나는 한 FM 라디오에서

50년 동안 누군가를 필사적으로 기다려야만 했던 우리 역사의 슬픈 객들을 위해 이 시가 음송되는 걸 우연히 들었습니다.

이 매우 객관적인 매체에 의해 들려지는 내 시가 내 귀에 아주 낯설었지만,

그날 이후로 나는 이 시를 더 이상 부끄러워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출처: 시에 전화하기 )


 

 

 

 

 

 


 

뼈아픈 후회

 

                                                         황지우 

  

슬프다.  

내가 사랑한 자리마다 모두 폐허다.  

완전히 망가지면서 완전히 망가뜨려놓고 가는 것, 

그 징표없이는 진실로 사랑했다 말할 수 없는 건지 

나에게 왔던 사람들, 어딘가 몇군데는 부서진 채  

모두 떠났다.

 

내 가슴속엔 언제나 부우옇게 이동하는 사막 신전,  

바람의 기둥이 세운 내실에 까지 모래가 몰려와 있고 

뿌리째 굴러가고 있는 갈퀴나무, 

그리고 말라가는 죽은 짐승 귀에 모래 서걱거린다. 

 

어떤 연애로도, 어떤 광기로도 

이 무시무시한 곳에 까지 함께 들어오지는 못했다. 

내 꿈틀거리는 사막이, 

끝내 자아를 버리지 못하는 그 고열의 신상이  

벌겋게 달아올라 신음했으므로, 

내 사랑의 자리는 모두 폐허가 되어있다.

 

아무도 사랑해 본 적이 없다는 거 

언제 다시 올지 모를 이 세상을 지나가면서 

내 뼈아픈 후회는 바로 그거다  

그 누구를 위해 그 누구를 한번도 사랑하지 않았다는 거

 

젊은 시절,  

내가 자청한 고난도 그 누구를 위한 헌신은 아녔다. 

나를 위한 헌신, 한낱 도덕이 시킨 경쟁심, 

그것도 파워랄까, 

그것마저 없는 자들에겐 희생은 또 얼마나 화려한 것이었겠는가

 

그러므로 나는 아무도 사랑하지 않았다. 

그 누구도 걸어들어 온 적 없는 나의 폐허.. 

다만, 

죽은 짐승 귀에 모래의 말을 넣어주는 바람이 떠돌다 지나갈 뿐 

나는 이제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다. 

그 누구도 나를 믿지 않으며, 기대하지 않는다.

 

 

 

 

 

 

 

 

 

거리  

 

 

 

 

                                                백창우

 

 

1

 

너는 모를거다
때때로 내 가슴에 큰 소나기 쏟아져 내 삶을 온통 적시는 것을

어디론가 멀리 떠나가 꿈도 없는 긴 잠 속에 며칠이고 나를 눕히고 싶다

때때로 내 가슴에 큰 바람 몰아쳐 내 눈과 귀를 멀게 하는 것을

아무도 없는 어둠 한구석 찬 벽에 등 기대 앉아 새벽이 오도록 별을 바라보고 싶다

나는 안다  너는 내 마음 속에, 나는 네 마음 속에 이토록 크게 자리잡고 있지만
때때로 우린, 철저히 혼자라는 것을

 

 

2

    

그래, 그럴수도 있겠지  너는 너를 살고 나는 나를 살아
우리의 삶이 많이 달라보일 수도 있겠지
네가 쫓는 파랑새가 내 앞길엔 없고
내가 찾아내 이름 붙여준 아주 조그만 별이 네 하늘엔 없을 수도 있겠지
네 마음을 울리는 노래가 내겐 별볼일 없고
내 영혼을 사로잡는 시 한 편이 네겐 그저 그럴수도 있겠지
그래도 우린 이렇게 함께 살아가지 가끔 서로의 살아있음을 확인하며
넌 너의 이름을 갖고 난 나의 이름을 갖고
넌 너의 얼굴로 난 나의 얼굴로

 

 

3  

 
그대와 내가
어느 만큼의 거리를 두고 서로를 바라보는 일은 참 좋다 
사랑은 둘이서 한 곳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각기 바라보는 것에 대해 이해하는 것 
그대는 그대의 길을 가고 나는 나의 길을 가더라도
우리 사랑 훼손받지 않기 위해 할 일은 
그대가 어느 만큼의 거리를 두고 나를 사랑하는 일
내가 어느 만큼의 거리를 두고 그대를 사랑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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