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현「마지막 편지」

2013. 6. 4. 09:20詩.

 

 

 

 

마지막 편지

 

                                   안도현

 

 

내 사는 마을 쪽에
쥐똥같은 불빛 멀리 가물거리거든
사랑이여
이 밤에도 울지 않으려고 애쓰는
내 마음인 줄 알아라

우리가 세상 어느 모퉁이에서 헤어져
남남으로 한 번도 만나지 않은 듯
서로 다른 길이 되어 가더라도
어둠은 또 이불이 되어 우리를 덮고
슬픔도 가려주리라

그대 진정 나를 사랑하거든
사랑했었다는 그 말은 하지 말라
그대가 뜨락에 혼자 서 있더라도
등 뒤로 지는 잎들을 내게 보여주지는 말고
잠들지 못하는 밤 그대의 외딴집 창문이 덜컹댄다 해도
행여 내가 바람되어 두드리는 소리로 여기지 말라

모든 것을 내주고도
알 수 없는 그윽한 기쁨에
돌아앉아 몸을 떠는 것이 사랑이라지만
이제 이 세상을 나누어 껴안고
우리는 괴로워하리라

내 마지막 편지가 쓸쓸하게
그대 손에 닿거든
사랑이여 부디 울지 말라
길 잃은 아이처럼 서 있지 말고
그대가 길이 되어 가거라

 

 

 

 

 

 

 

 

 

‘사람에게는 네 가지 고독함이 있다.

태어날 때도 혼자서 오고, 죽을 때도 혼자서 가며,

괴로움도 혼자서 받고, 업을 짓고 받는 것도 나 자신 혼자서 받고,

윤회의 수레바퀴도 혼자서 돌고 돈다.

이생에 부모를 만나고 가족을 만나고

이성을 만나고 친구를 만난다고는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인연 따라 오고갈 뿐

결국에는 혼자서 걷고 있는 것이다. 

자기답게 자기 자신의 삶을 그려나가는 것이야말로

나에게 주어진 내 삶의 몫을 온전히 해나가는 수행자의 길이다.’

‘사랑하는 사람도 갖지 말고 미워하는 사람도 갖지 말고

홀로 가야할 길을 걸으라.’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내 살면서 누구에게 요만큼 뭘 바란 적은 딱히 기억이 안 나는데,

내가 무심했거나, 조금 더 주지를 못했던 일들이 더러 갑자기 생각나 마음에 걸리곤 한다.

어쩌거나 사람 마음이란 게 - 情이란 게,,

어디 두부 썰듯, 짚단 베듯이 싹뚝 베 지는 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