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0. 5. 12:11ㆍ이런 저런 내 얘기들/개(犬) 이야기
결론적으로 수술 못했습니다.
추석 다음날부터 칠복이 상태가 좋질 않았습니다.
처음 발병할 때처럼 앞다리도 더 들고 헉헉대기도 더 하고.... 평소와 다릅니다.
돌덩이 같은 앞다리를 들고 절뚝거리는 일은 이미 오래되었지만,
그래도 어중간하게 걷고, 별로 아파하는 기색은 없었거든요.
티 안내고 잘 먹고 잘 지낸 편이었지요.
그래서 갑자기 이러는 것은 산책시킨 후유증 때문이 아닌가로만 여겼습니다.
그런데 집사람 얘기로는 작년에도 그 작년에도 김장철이 될 무렵에 더 안 좋았었답니다.
듣고보니 그런 것도 같고, 만져보니 또 더 커진 것도 같고요……
별러왔던 일이겠다, 어찌될깝세 그냥 수술해보자, 맘먹었습니다.
개천절인 엊그제 그 '케나인 동물병원'엘 데려 갔습니다.
공휴일이라서 처음 칠복이를 진료했던 수의사는 안나왔더군요.
수술을 전제로한 검사를 여러가지 하였습니다.
혈청검사도 하고, X-ray 사진도 찍고, 초음파검사도 다시 하고, 당뇨검사도 하고.
그리고 수술날짜를 오늘로 잡았더랬습니다.
오전에 입원시켜서 수액 맞고 오후에 수술하기로 하였는데,
오늘 수술을 할 외과 수의사를 만나보니 처음 칠복이를 진료했던 그 분입디다.
얘기도 듣고 검사결과도 봤는데, 결론이 수술이 어렵겠다더군요.
외과적인 문제보다 내과적인 문제 때문에 수술이 어렵다는 겁니다.
심장도 크고, 간도 크고, 내분비계통에도 문제가 있어 보이고, …… ,
칠복이가 마취를 견뎌낼지에 대한 자신이 없답니다.
급한 상황은 아니니까 수술을 미루고 내과적인 검사를 더해보자고 하더군요.
알고보니 축 늘어지 배의 정체는 간(肝)이었습니다.
간이 그렇게 커져서 밑으로 내려온 겁니다.
저는 여태 혹이거나 복수겠거니로 생각했었죠.
목이나 옆구리, 사타구니에 있는 혹 제거 수술은 별거 아니지만 마취 때문에 못한다고 치고,
앞다리의 단단한 살덩어리 부위는 수술 자체를 어려워 하는 눈치였습니다.
물렁거린다면 모를까 제가 봐도 엄두가 나질 않더군요.
그러면서 칠복이 나이를 자꾸 거론합디다.
만으로 10세, 우리 나이로 치면 11세라면서 큰 개는 수명이 12년이라는.....
요지인즉슨, "지금은 수술하지 말자" 입니다.
칠복이 체중을 이번에 달아보니까 27kg가 나가더군요.
봐서는 몰랐는데 그동안 살이 더 쪘더라구요.
그 병원에 처음갔을 때 23kg였는데, 그때에도 체중을 원인으로 지목했었습니다.
X-ray 사진을 보니까 엉치쪽의 뒷다리 고관절도 예전에 비해서 많이 망가졌더군요.
관절이 둥글어야 되는데 각이 졌습디다. 그러니 뒷 다리를 옮길 때마다 얼마나 아플까....
칠복이 모든 질병의 알파와 오메가가 과체중 비만 때문이라니까
일단은 체중을 줄이는 방법밖에는 없을 듯합니다.
제가 술을 안 마시듯 칠복이도 간식 야식을 끊게 해볼 생각입니다.
이거 한 두번 해본 소리도 아니고 어렵다는 거 잘 아는데..... (에휴)
체중이 줄면 다리에 실릴 부하가 줄고, 고령이라니까 종양도 급격히 커지지는 않을테니.....
식이요법으로 더 악화나 되지 않도록 노력해 봐야죠.
제가 생각해도 체중만 20kg이내로만 줄이면 잘 걸을 것 같긴 합니다.
3년정도만 더 살면 좋겠습니다.
오늘 집 나가면서 칠복이를 병원에 맡기고 올 생각을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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