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8. 22. 08:39ㆍ이런 저런 내 얘기들/개(犬) 이야기
‘바니’ 라고, 1년 전에 죽은 개가 있습니다. 죽고 나서 제가 글도 한 꼭지 썼더랬었죠.
어제 그 ‘바니 엄마’를 만났어요.
나이가 육십쯤 되었는데 사람이 덜떨어지죠.
얼굴이랑 하는 짓이 꼭 ‘못난이 삼형제’ 인형 중에 주근깨 많은 애처럼 생겼습니다.
꽁짜를 경우 없이 밝히는데다 말도 아무렇게나 눈치 없이 막 하고, 그래서 지능이 좀 모자란 듯 보이는데,
(그래도 음식솜씨는 좋다고 합디다.)
하야튼 완전 ‘내 방식 대로’ 사는 단순-무식-변화무쌍한 여잔데,
“향을 살라야쥬?”
“뭔 향을유?”
“오늘이 ‘바니’ 간 지 1주기가 되는…… ”
그러니깐 말인즉슨 오늘 밤에 젯상을 차리시겠다....?
아닌게 아니라 장을 봤습디다. 손에 비닐봉지 하날 쥐켜들었어요.
혼자 사는 여자가 아닙니다. 남편이 있고, 자식도 있습니다.
‘바니’ 가지고 남편이랑 꽤나 싸웠었답니다. ‘바니’ 내다 버리라고.
그러면 막걸리 한 통 사다 주며 얼르고 하는 눈치였는데, 그 남편이 몸을 다쳐서 요즘은 집안에만 있답니다.
오늘 저녁에도 내외가 어떻게 붙을런지... . ㅋㅋ
젯상 차리고 향불 피우고... 비좁은 집이라서 향내가 진동할텐데…….
하하하하하… 겁나게 궁금합니다.
"개학선"이랍디다. 한참 웃었네.
*
*
ㅋㅋㅋㅋㅋㅋㅋ
향 피웠대요.
촛불도 켜고 10분간 제사 지내줬대요.
젯상엔 통닭이랑, 바니가 좋아했던 계란과자, 소세지(바니는 사료를 안먹고 소세지만 먹었었죠),
그리고 술 대신 물.
축문 같은 것도 읊었대요. “거기서는 이 엄마보다 더 좋은 주인 만나서 행복하게 잘 살아라.”
남편이랑 어찌했는지는 안 물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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