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6. 26. 14:58ㆍ이런 저런 내 얘기들/개(犬) 이야기
며칠전에 속초 누님네가 왔는데,
아버지 생신이 지난 21일이었거든요. 함께 산소 다녀왔습니다.
빈손으로 왔냐니깐 꽁치랑 도루묵 가져왔다고 합디다. 국내산 귀하다네요.
근데 요번 토요일에 시골집에서 갤 먹겠다고 누나네가 개 한 마리 사겠다는 모양입니다.
아버지 계셨으면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일이죠.
아마 이모부님 생신이 그때쯤 될 겁니다.
이모네가, 개고기라면 사족을 못 쓰게 좋아하는 집안입니다.
옛날에 이모 살아계실 때는 개소주를 내려서 여름내내 보양식으로 먹더군요.
집 뒤란에다 일부러 식용개를 길렀습니다.
닭장처럼 지어놓고 그 안에 가둬두고 서너마리씩 키웠습니다.
저는 한번도 그 개들이 다 큰 걸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니깐 중개(中犬)도 되기 전에 잡아먹었단 얘기죠.
그것도 이모부가 직접 잡았습니다.
제가 왜 말을 안했겠어요. 어찌 내가 기르던 개를 잡아먹냐고요.
경우가 그렇게 발랐던 이모도 그땐 실실 웃기만 하시더군요.
몹쓸 짓이란 건 인정하신단 말이지요.
이모네는 아무튼 개고기 말만 들어도 목울대가 움직이는 사람들입니다.
자기네끼리 쳐다보며 혓바닥이 맛있대나 껍질이 맛있대나….
그렇다고해서 이번에 매형이 말을 꺼낸 것은 이모네를 생각해서는 아닐 겁니다.
우리 집안은 원래부터 개고기를 먹지 않습니다.
아버지 어머니가 개고기를 입에 대는 걸 저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천렵을 가서도 개고기를 먹을 때면 슬며시 자리를 피했다가 오시곤 하셨습니다.
당연히 형, 누나, 동생, 우리 식구 모두 안 먹게 됐죠.
(각기 살면서 등 떠밀려서 보신탕 한 두 그릇이야 먹어는 봤겠지요.)
그런데 속초 큰누님이 개고기를 잘 먹습니다. 물론 안 먹다가 시집 가서부터 먹는 거지요.
제가 이번에 개고기 먹는다는 얘길 산소에 가면서 형수한테서 들은 듯한데,
자기 얘긴 안하고 "형도 탕은 안먹고 살쩜은 먹는다"고 에둘러 말하는 투가…,
감 잡죠. 은근히 ‘그 날’을 기다리는 눈치더구요.
계에서 개고기 먹는 날은 형수가 대신 나간다고 들은 것 같습니다.
아니 글쎄, 중학교선생하는 조카기집애가 개고기를 그렇게 환장하게 좋아한답디다.
같은 학교 선생이랑 둘이서 아예 물색해가면서까지 다닌대요. 시집도 안 간 년들인데.
그년도 개를 끔찍히 좋아하는 년이예요. 지금도 기르고 있고요. 두 마리씩이나.
보나마나 누님네쪽 조카놈들도 게거품 물 놈이고,
이모네야 당연히... 이거 주말에 다 불러들이게 생겼습니다.
그러니, 상황이 제가 빠질 수 없잖습니까.
솔직히 가고 싶지 않고, 그리 말하려고도 합니다. 핑게거리 좋죠 머.
그리고 모여서 술 마셔봐야 재밌지도 않습니다.
..........
..........
진짜 개고기 먹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예전에 개고기 먹지 말자며 글 한 줄 쓴 적이 있었는데, (<개 이야기> 첫머리에 있을 겁니다.)
개고기 논쟁 붙으면 맨날 그 소리가 그 소리라서 더 떠들고 싶진 않네요.
이번에도 보나마나 개고기 먹으면서 또 그 소리들 할 겁니다.
안줏거리로.
행복론
최영미
사랑이 올 때는 두 팔 벌려 안고
갈 때는 노래 하나 가슴속에 묻어놓을 것
추우면 몸을 최대한 웅크릴 것
남이 닦아논 길로만 다니되
수상한 곳엔 그림자도 비추지 말며
자신을 너무 오래 들여다보지 말 것
답이 나오지 않는 질문은 아예 하지도 말며
확실한 쓸모가 없는 건 배우지 말고
특히 시는 절대로 읽지도 쓰지도 말 것
지나간 일은 모두 잊어버리되
엎질러진 물도 잘 추스려 훔치고
네 자신을 용서하듯 다른 이를 기꺼이 용서할 것
내일은 또 다른 시시한 해가 떠오르리라 믿으며
잘 보낸 하루가 그저 그렇게 보낸 십년 세월을
보상할 수도 있다고, 정말로 그렇게 믿을 것
그러나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은 없고
인생은 짧고 하루는 길더라
내 생각도 니랑 똑같더라
개 얘기로 바꿔놓고나니까 이 양반한테 미안하네.
이해하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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