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8. 24. 04:36ㆍ이런 저런 내 얘기들/내 얘기.. 셋
동창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우지진다
소치는 아이는 상기 아니 일었느냐
재 너머 사래 긴 밭을 언제 갈려 하나니
이 양반도 나처럼 자다가 일어나서 쓴 거 같어.
나이도 내 나이쯤 됐을 적이고 말이야.
이 시조에 대한 얘기는 나중에 다시 하기로 하고.
………
사람들 보니, 나는 잠이 안 오는데 남들은 쿨쿨 잘 자는 걸 보면 약올라 하더군.
(난 안그래)
흔히 노인네들이 잠 안온다고 하소연 많이들 하지. 2시에 깬다느니 3시에 깬다느니 하면서.
그러면 내가 그러지. “아, 잠 안 오면 벌떡 일어나서 마늘이라도 까세요…”
말인즉 그렇잖아. 잠이 오면 자고, 안 오면 안 자고..... 간단하지 뭐가 문제래?
수험생이나 운동선수 등등 같으면야 사정이 다르다 하겠지만
맨날 하는 일 없이 빈둥빈둥 노는 사람이 그딴 말을 하니깐 웃기잖아.
낮에 졸리면 낮잠을 자던가.
반드시 자야만 된다는 법이 있는 거냐구.
베개 끌어안고 몸부림치지 말고 그냥 낮처럼 지내란 말이야.
………
울 어머니가 그렇게 잠을 못 주무신다고 고통을 호소하셨는데,
시골집에 계실 때야 못 주무신단 얘긴 누차 들었어도 구체적인 상황은 잘 모르지.
곁에 바싹 붙어서 어머니 눈꺼풀을 딜다보고 있지는 않았으니까.
그런데 2년간 장기간 입원하시면서 부터는 늘 지켜봤으니.....알게 됐지.
내가 병원에 가면 간병인에게 하는 인사가 그거야.
“어머니 어젠 좀 주무셨어요?”
그러면 간병인이 근심어린 말투로 낮잠을 주무셨다더라고. (허면 밤엔 안 주무시고 괴롭히니까)
코 골며 잘 주무셨대. (그래봐야 한 두 시간이겠지만.)
깜빡 잠든 걸 모르시는지 그래놓고는 사람만 보면 붙들고 잠을 못잔다고 하소연하신다데.
어머니만이 아니라, 사람들 대부분 수면을 양(量)으로 생각들을 하지.
………
이런저런 사정으로 고민이 많은 사람의 불면증은 별개겠는데,
아니야, 따지고 보면 그들도 마찬가지지. 그네들도 자야만 된다는 강박관념에서거든.
생존본능 같은 거지.
다분히 심리적인 거란 거, 더 나아가면 病이라는 것, 그들 역시도 알아.
그런데 그게 말 같지 않지. 당해봐야 알지.
………
내가 학교다닐 때 초저녁에 자고는 자정 무렵에 일어나서 새벽까지 공부했었지.
그게 습관이 돼서 꽤 오랜 세월을 그렇게 했어.
그런데 어느날 산신령이 나타나서 그러더라고. 몸 망치는 일이라고.
모든 만물이 낮에는 활동하고 밤에는 자지 않느냐.
거기엔 당연히 그래야만 하는 이치가 있다는 거야.
말하자면 음양오행의 원리랄까, 뭐 그런건데.
너는 지금 그 순리에 따르지 않고 거슬리며 살고 있다는 거래.
자연법칙을 역행하면 아무리 열심히 해도 결실을 못 맺는다는 거야.
식물이 밤에 활동하고, 낮엔 고개 푹 수구리고 햇빛 안 보고 자면, 그게 맺히겠냐 이거야.
듣고보니 그럴 듯하더군.
왜 낮과 밤이 있는지, 왜 거기에 순응하며 살아야 하는지
를
잠 안 올 때 듣는 클래식
01. 포레 꿈꾼 후에 02. 드보르작 현악 세레나데 03. 마스네 타이스의 명상곡
04.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 05. 드뷔시 베르마스크 모음곡 중 월광
06.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14번 (월광) 07. 생상스 백조 08. 쇼팽 자장가 내림라장조
09. 드보르작 현악4중주 슬라브 제3악장 10. 쇼팽 전주곡 7번 Preludes Op.28 - 7
다시 시조로 돌아가서,,
동창이 밝아서 새가 우지짖기 시작한다는 말은 동틀 무렵이란 얘기잖아.
보통 3월 말 4월 초에 밭을 가니까 5시반쯤 됐을 시각이겠군.
‘머슴놈아! 왜 안 일어나냐!’
─ 자기가 잠이 안오고 심심하니까 사람 소리 듣고 싶어서 귀만 쫑긋하고 있는 거야.
“야 이 자식아, 그렇게 잠이 안오면 니가 나가서 여물도 쑤고, 쟁기 손질이랑 해주면 안되겠니?”
‘소치는 아범’이라고 안하고 ‘아이’라 했으니,
머슴이래야 이제 겨우 열 댓이나 됐을 나이일텐데,,
한심하기 짝이 없는 놈.
어떻게, 오로지 그 어린 것의 노동력에 의지해서 온식구가 붙어먹고 살 생각을 하냐?
나이 열 댓이면 잠이 얼마나 많을 때야? 그것도 하루 종일 고된 노역을 하는 아이인데.
어린 머슴 하나뿐이면 넉넉지도 않은 집안인데, 거기서 제 노동력을 빼?
아무리 조선시대 신분사회라고 해도 그렇잖아.
요즘 세상에도 있어. 나원, 이런 놈들 보면 구역질이 나더라.
보나마나지. 저 어린 것이 땀 뻘뻘 흘리며 쟁기질 할 때 저는 밭두렁에 앉아서 곰방대나 빨고 앉았겠지.
오늘은 어디 가서 누구랑 놀까, 이따우 생각이나 하면서 그걸 안빈낙도(安貧樂道)래더라.
………
………
이 시조 쓴 놈, 당파싸움에 이골이 난 놈인데, 나중에 영의정까지 해먹었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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