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킷 리스트'라는 게 있습니까?

2012. 7. 2. 17:44이런 저런 내 얘기들/내 얘기.. 셋

 

 

 

존엄한 죽음을 위한 선언서

  

 

저는 제가 병에 걸려 치료가 불가능 하고 죽음이 임박한 경우를 대비 하여

저의 가족, 친척, 저의 치료를 맡고 있는 분들께 다음과 같은 저의 희망을 밝혀 두고자 합니다. 

이 선언서는 저의 정신이 아직 온전한 상태에 있을 때 적어 놓은 것입니다.

따라서 저의 정신이 온전할 때는 이 선언서를 파기할 수도 있지만,

철회 하겠다는 문서를 재차 작성 하지 않는 한 유효 합니다. 

 

* 저의 병이 현대 의학으로 치료할 수 없고 곧 죽음이 임박하리라는 진단을 받은 경우,

죽는 시간 을 뒤로 미루기 위한 연명조치는 일체 거부 합니다.

 

* 다만 그런 경우 저의 고통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는 최대한 취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로 인해 예를 들어 마약 등의 부작용으로 죽음을 일찍 맞는다 해도 상관없습니다.

 

* 제가 몇 개월 이상 이른바 식물인간 상태에 빠졌을 때는 생명유지를 위한 연명조치를 중단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와 같은 저의 선언서를 통해 제가 바라는 사항을 충실하게 실행해 주신 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아울러 저의 요청에 따라 진행된 모든 행위의 책임은 저 자신에게 있음을 분명히

밝히고자 합니다.

  

 

작성자 : 000

20005. 4. 9. 토요일 오후 10;20

 

 

 

 

 

 

 

 

 

 

 

 

남들은 다 이렇게 사는구나! 

 

그런데 이 분 말씀을 들어보니 장기 투병하는 환자들을 실제로는 직접 못 보신 것 같습니다.

나이가 칠십 넘어서 암과 같은 중병을 얻으면 그 이후의 치료라는 것은 거의 전부가 생명 연장의 수단일 뿐입니다.

경험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수술을 한다해도 마찬가집니다.

외려 상태가 안 좋아지거나, 괜히 들쑤셔서 죽음만 재촉했다,는 경우를 더 많이 봤습니다.

수술이 잘 되어서 해당 부위는 치료가 됐다고 의사가 말을 할지라도 나중에 결과를 보면 그렇지가 않습니다.

큰 수술한 다음부터는 기력을 잃어버려서 보행도 힘들어지고 늘 간병인이 붙어 있어야 되는 상황이 됩니다.

말하자면 본격적으로 병객이 돼버립니다. 거기서부터는 이른바 ‘노환’으로 취급당하죠.

‘노환’이란 무엇입니까? 죽을 날 기다리며 그때 그때 생명 연장하는 환자의 병이 노환 아닙니까?

예를 들어서 A라는 주병(主病)을 얻어서 입원했다면, A는 어떻게 해서든 눌러놓습니다.

그런데 입원해 있다보면 잠복해 있던 B C D E 라는 병이 복합해서 나타납니다.

환자 상태가 좀 안 좋다 싶으면 의심되는 부위의 검사를 합니다. 수치상 B가 원인이라는 결과가 나옵니다.

그러면 B에 대한 치료를 합니다. 곧 괜찮아지죠.

다시 C가 나타나면 C 치료하고, D가 생기면 D 치료하고…, 계속 돌아가면서 그런 상황이 반복됩니다.

이처럼 곁가지를 치료한다고 해서 근원적인 해결이 안된다는 것은 의사도 알고, 가족도 알고, 환자도 압니다.

그렇지만 어쩝니까? 지금 이 분처럼 고통을 두려워하시는데요.

당장 고통의 원인이 C D E인데 어떻게 그 치료를 안합니까?

그리고 고통이 심한 경우는 병원에서 알아서 진통제 씁니다. 복용약도 있고 패취도 있고, 보호자가 원하면 줍니다.

이 분 말씀의 뜻은 알아듣습니다만, 그런데 실제로 겪어보면 그렇게 추상적으로 경계가 그어지는 게 아닙디다.

그리고 막상 ‘그 순간’이 임박하더라도 그렇습니다.

본인도 그렇고 가족도 그렇고, 어느쪽에서든 끈을 놔버리린다는 것이 쉽지가 않습니다. 

임종에 임해서 죽은 듯 지내던 분이 마지막 눈을 뜬다거나, 맥박이 잠시 올라가는 것을 보십시요.

부모자식 간의 사랑과 미련이란 것이 그렇게 간단치가 않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 분처럼 식물인간 되는 것을 걱정하시는 분들이 많던데, 그건 걱정 안해도 될 듯합니다.

그럴 상황이 오면 담당 주치의가 미리 얘기를 해줍니다.

남은 시간이 얼마라는 것과, 그러한 상황이 오면 의료진으로서는 호흡기를 낄 수 밖에 없는데, 어쩌시겠습니까, 라고

간호하는 가족에게 물어봅니다. 하지 말라는 뉘앙스를 깔면서요.

물론 응급상황으로 들어온 환자에게는 그럴 수가 없겠지요. 바로 그런 경우가 식물인간 되기 십상입니다.

아버지 때 중환자실에서 식물인간으로 취급되는 환자를 몇몇 분 봤습니다.

제가 사나흘 있었을텐데 찾아오는 방문객이 없더군요.

정작 문제는 치매환자일 겁니다.

제 부모님 경우는 말기에 곁다리로 온 치매라서 그로 인한 문제는 그리 크지 않았습니다만,

치매가 일찍 온 경우는 참 난감할 겁니다. 치매 상태로 오래 살고 싶은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보니까 치매는 가족도 보살필 수가 없겠더군요. 요양원으로 보낼 수밖에 없는데, 현재로선 답이 없는 듯합니다.

효성이 지극한 자식을 둔 사람은, 말은 저런 식으로 해도, 속마음은 오래도록 같이 있고 싶어 할 겁니다.

아파서 나오는 신음소리야 어쩔수 없다지만, 사랑하는 자식이 옆에서 지켜준다면 참을 수 있지요.

그런데 그런 자식이 어디 흔합니까? 극히 드물죠. 그래서 이 분과 같은 말이 나오는 겁니다.

자식이 강건너 불구경하듯 하고, 고통도 참을 수 없고…, 그러면 미련이랄 것도 없으니 빨리 가고 싶겠죠.

그리고 굳이 이런 얘기를 미리 안하더라도 자식들이 알아서 제 앞길 잘 챙깁니다.

수 개월 병상에서 죽게 아픈 사람보다도 그 곁에서 하룻밤 지새우는게 백 배 힘들게 느껴지거든요.

부모를 간병인에게 다 맡겨놓고 오랫만에 찾아오는 자식들의 표정이 어떠한지 아십니까?

저는 이런식으로까지 그런 자식들을 생각해서 염려해줄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한마디로 기우죠. 자식들을 위한 거라면 오버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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