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

2012. 4. 28. 14:30이런 저런 내 얘기들/내 얘기.. 셋

 

 

 

참 우연도 많아.

 

이번에 어머니 장례식장으로 쓴 데가 바로 아버지 때 쓰던 바로 그 방이야.

어머니가, 실은 23일이 아니라 그 전날인 22일 오후 2시쯤에 결정적인 고비가 왔었거든.

담당의사도 그리 말했고, 가족들도 의심없이 받아들이고 있었어.

맥박은 300에 육박하고 혈압도 뚝 떨어져서 최고혈압이 40 언저리를 맴돌고 있었으니까.

아래 혈압은 아예 잡히지도 않았고....

아버지때 경험해서 알지. 언제쯤 돌아가시겠단 걸.

그래서 장묘일 하는 분에게 오늘을 못 넘기시겠다, 준비해달라 전화를 했고,

동생은 병원에 부속된 장례식장에 예약을 하러 갔는데, 다녀온 동생 말이 방이 없다는 거야.

그것 참 난감하데. 갑자기 다른 곳의 장례식장을 어디서 어떻게 물색하냐구.

전혀 그런 생각은 염두에 둬보지도 않았었거든.

다음날 7시에 발인하는 방이 있다곤 하지만, 그때까지 어카고 있겠냐 말이야.

그런데 어머니가 기막히게 시간까지 맞춰주시대. 다음날 6시 12분에 돌아가셨으니까.

상조회사에 연락하고 다시 장례식장에 확인하러 가보니까 바로 먼저 아버지 때 쓰던 그 방이더라구.

어디에 뭐가 있는지, 우리가 뭘 해야하는지, 절차와 이용방식을 잘 알지.

주방 아줌마도 먼저 그 아줌마가 그대로 있고.

나중에 산에 가서 하관식을 집행해주는 사람도 보니까 지난번의 그 장례버스 기사분이시더군.

아버진 어머니 생신날에 돌아가셨고, 어머닌 아버지 사십구재에 돌아가셨고,

아버지 때는 비가 오다 갯고, 어머닌 줄창 좋다가 그 날만 비가 왔고.

어쨌든 두 분 다, 내내 좋던 날씨가 장례식날 딱 하루씩 비가 왔어.

매형이 그러시더군. 어머니 제삿날을 아버지랑 함께 하면 어떻겠냐구.

일리가 아주 없는 말은 아니야.

어머니가 윤3월 3일에 돌아가셨으니까, 원칙대로 하자면 제사가 60년만에 돌아오거든.

그래서 보통 그냥 윤달은 무시하고 3월로 치는데,

글쎄.... 과연 그래도 되는 건지.....

 

 

 

 

 

                                          금산 군북면 신안리 보곡산골

 

 

 

아침 일찍 돌아가셨으니까 꼬박 3일간의 장례식이었는데,

첫 날 친구랑 점심을 먹다가 창밖을 보니 산비탈에 철쭉이 활짝 피었더라고.

 

“저거 철쭉이지?”

 

“그럼, 진달래는 잎이 없지.”

 

“철쭉이 벌써 저렇게 피었구나……”

 

“지금쯤엔 산벚꽃이 좋아. 금산쪽에 가면 산벚꽃 군락이 많다.

바람불 때 봐바라, 벚꽃이 부옇게 흩날리는 걸 보면 정말 멋드러져.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ㅎㅎㅎ 딱 그 노래가 생각 나더라.

산벚꽃 필 때는 또 연두빛이 얼마나 예쁜지... 기막히지.”

 

“그래, 그 빛깔이 참 오묘하긴 해. 이름을 붙일 수가 없는 빛깔이야.”

 

산벚꽃을 보면서 순간적으로 ‘봄날은 간다’를 떠올린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

예리하게 순간을 포착해서 아름다움을 발견해 낸다는 거,

또 그 아름다움을 적절한 비유로 표현해 낸다는 거,

쉽지 않은 일이고 탁월한 감식안인데,

제대로 아름다움을 볼 줄 아는 사람은 틀림없이 아름답고도 행복한 사람이란 생각이 순간 들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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