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먹는 밥

2012. 2. 15. 17:26책 · 펌글 · 자료/문학

 

 

 

 

 

 

 

거룩한 식사

 

 

나이든 남자가 혼자 밥 먹을 때
울컥, 하고 올라오는 것이 있다
큰 덩치로 분식집 메뉴표를 가리고서
등 돌리고 라면발을 건져 올리고 있는 그에게,
양푼의 식은 밥을 놓고 동생과 눈흘기며 숟갈 싸움하던
그 어린 것이 올라와, 갑자기 목메게 한 것이다
몸에 한 세상 떠넣어 주는
먹는 일의 거룩함이여
이 세상 모든 찬밥에 붙은 더운 목숨이여
이 세상에서 혼자 밥 먹는 자들
풀어진 뒷머리를 보라
파고다 공원 뒤편 순댓집에서
국밥을 숟가락 가득 떠넣으시는 노인의, 쩍 벌린 입이
나는 어찌 이리 눈물겨운가 

 

(황지우)

 

 

 

 

 

 

 

 

 

나와의 겸상

 

 

2년 전 겨울이었다.

강원도 인제 백담사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다 어느 황태구이집에 들렀다.

만해 마을 가까운 곳이었는데 한 선배 소설가가 혼자서 밥을 먹고 있었다.

그는 새 소설을 위해 그곳에서 2달째 머물고 있다고 했다.

오랜만에, 게다가 낯선 곳에서의 우연한 만남에 반가워 자리를 같이하자고 했지만

그는 혼자서 식사를 마치고 싶다고 했다.

결국 그와 멀찌감치 떨어진 자리에서 식사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식사를 마친 후 그와 소줏잔을 나눴다.

그가 말했다.

 

“혼자 밥 먹을 때면 떠오르는 얼굴이 있지 않던?

아마도 그 사람이 네가 가장 좋아하는, 혹은 좋아했던 사람이고

가장 필요한, 혹은 고마운 사람일거야.

아니면 가장 그리운 사람이든지.

오늘 황태구이를 유난히 좋아하던 ‘그 사람’이 문득 그리웠다.”

 

그랬던 것 같다. 강진에서 고등어조림을 먹을 때는 고등어조림을 유난히 좋아하시던  아버지가 떠올랐고,

장흥에서 메생이국을 먹을 때는 서울살이에 힘들어 하던 한 시기를 살뜰히 챙겨준 한 선배 시인의 얼굴이

떠올랐던 것 같다.

혼자서 밥을 먹어 보시라.

숟가락 가득 밥을 떠서 입 안으로 넣고 천천히 씹어보시라.

그 밥은 참 맛있을 것이고 누군가의 얼굴이 모락모락 떠오를 것이다.

그 사람에게 전화 한 통 넣어 따뜻한 밥 한 끼 나누자고 말해보는 건 어떠실는지.

 

“혼자 밥 먹는 시간은 반성의 시간이자 성찰의 시간이기도 하다.

숟가락을 입 속으로 가져가는 동안 나는 1m 정도 붕 떠서 내 삶을 내려다본다.” 

 

 

(여행작가 / 최갑수)

 

 

 

 

 

 

  

When a Man Loves a Woman
Sung By
*Michael Bolto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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