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9. 24. 08:49ㆍ이런 저런 내 얘기들/내 얘기.. 셋
사람을 그리워 하는 일
오인태
하필 이 저물녁
긴 그림자를 끌고
집으로 돌아오다가
한 그루 나무처럼
우두커니 서서
사람을 그리워하다
사람을 그리워하는 일
홀로 선 나무처럼
고독한 일이다
제 그림자만 마냥
우두커니 내려다보고 있는
나무처럼 참 쓸쓸한 일이다
아버지가 호기심이 무지하게 많으신 분입니다.
몇 해 전만 같아도 꽤나 '빨빨거리며' 둘러보실 분이신데,
이젠 별로 관심 있어 하지도 않으시더군요.
그저 바람이나 쏘이는 걸로 만족해 하시는 눈치십니다.
아버지 건강하실 때는 어머니랑 둘이서 이곳 인삼축제에 자주 오셨답니다.
요근래에 제가 네번째 모시고 나온 것 같은데, 이렇게 나오면 정신이 아주 좋으셔요.
동생 말이, 완전히 딴 사람이 된 듯하다네요.
아버지 사시는 집조차도 잊어버리셨는데,
엊그제는 예전처럼 말짱하셨거든요. 희한하죠.
그러니까 치매라도, 중증 치매가 아니면 치료방법이 있을 듯합니다.
지금 금산 인삼 ‘엑스포’하는 중입니다. 축제가 아니고요.
입장료를 받습니다.
엑스포 행사장은 금산읍내 입구쪽에 있더군요.
여기는 약초시장 입니다.
음악 공연장 옆에다 인삼 막걸리 시음장을 해놨더군요.
제가 시간이 없어서 엑스포장까지는 둘러볼 수가 없었습니다.
아버지가 애주가이십니다.
'빼갈' 같은 독한 술을 좋아하시는데, 그거야 선물이나 들어오면 마시는 거고,
평소엔 아무 술이나 주종(酒種) 가리지 않고 잘 드셨습니다.
많이 드시진 않았죠. 세 잔, 네 잔, 그렇게 잔 술로만 즐기십니다.
저보고 늘 그러셨어요. 술 많이 마셔서 몸 망가뜨리지 말라고.
나중에 늙으면 유일한 친구가 술이고, 사는 낙이란 게 술 뿐이라고요.
지금도 술이 잡수시고는 싶은가 본데, 안되지요.
그래도 이따금 안주꺼리가 있거나 술자리가 있을 때면 한 잔 정도씩은 드립니다.
먼저번에 저희집에 오셨을 때 소곡주 두 잔 드리고나서 후회 많이 했습니다.
급격히 컨디션이 나빠지시더군요.
‘산수갑산을 가는 한이 있더라도...’라는 농담이 통할 상황이 아닙니다.
손이 떨려서 잔을 못 잡으시고 입에 대어드려야 합니다.
능이버섯입니다.
보이는 저만큼을 15만원 달라더군요. 작년엔 4만원이었습니다.
모양상으로 하품입니다. 많이 비싸죠.
작년엔 이곳 상인들이 농산물시장에서 떼다가 팔았는데
이번에는 직접 채취해 온 것을 팔더군요.
오전엔 어땠는지 모르겠는데, 오후에 가니까 파는 사람이 두 세 사람밖에 없었습니다.
가지고 있는 것도 이것이 다입니다.
아무래도 열흘은 지나야 많이 나올 것 같습니다.
송이버섯이 저 정도면 2kg 되겠는데요? 비싼 가격은 아니로군요.
싸리버섯은 싼 줄 알았더니 10만원 내라네요.
왼편에 있는 것은 다슬기. 한 공기에 6천원.
금산에 철래강(?)이라고 있는데, 아주 맑고 주변경치도 좋습니다.
그래서 어죽 파는 집들이 많습니다.
더덕이 많이 나왔더군요. 값도 쌉니다. 1kg에 7천원~1만원입니다.
강원도에서 가져왔답니다. 재배하는 곳이 많아져서 앞으론 흔할 것 같습니다.
오히려 도라지 값이 더 비쌉니다. 15,000원 써붙였더군요.
지금 보이는 저것은 자연산 산더덕이랍니다. 10만원 내라더군요.
저 정도 굵기면 10년도 넘었겠지요. 귀한 거네요.
친구가 그러더군요, 너는 여한이 없지 않냐구.
아버지와 나눈 추억으로 치자면 그렇긴 합니다만, 어찌 여한이 없을 수야 있겠습니까.
많이 아쉽지요. 아버지는 제게 특별히 고마운 분입니다.
사는 게 많이 곤궁했음에도 제가 가난을 전혀 느끼지 않고 성장한 것은,
훗날 제 위트와 여유와 미학과 지식욕의 원천이 되었습니다.
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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