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하고 초월하는 지식인"

2011. 5. 18. 09:04책 · 펌글 · 자료/정치·경제·사회·인류·

 

 

앞에 1 은 장석만/고미숙/윤해동/김동춘 對談《인텔리겐차》에서 발췌한 글입니다.

뒤에 2 에서는 제 의견을 붙여보겠습니다.

 

 

 

 

1

 

 

세상을 '위해서' 또는 '향해서' 인문학 연구자가 할 수 있는 일이 점점 줄어드는 것 같습니다. 사회가 변한 탓일까요?

70~80년대 지식인들은 전방위적인 관심을 갖고 활동했고, 사회가 또 그걸 필요로 했던 것 같은데요. 지금은 시각이

전방위적이라 해도 실제로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은 없고, 또는 딜레탕트적 활동에 머물 수밖에 없습니다. 장석만

생님은 어떤 견해를 갖고 게신지요?

 

─  현실저항적인 인텔리겐치아로서의 지식인을 생각한 건 1970~80년대죠. 그런데 지식인이 항상 그럴 수 있는 것

아니고, 사회가 달라지기도 했어요. 저항의 방법도 삭발하고 데모하는 것만 있는 것도 아니고요. 어쩌면 오히려

70~80년대적 상황이 예외적이라고 볼 수 있죠. 그러면 여러 새로운 방법을 모색해야 하는데, 70~80년대식의 참여

외에도 지식을 활용해서 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여러가지로 열려 있고 그 스펙트럼도 굉장히 다양하다고

봐요. 자기가 갖고 있는 전문지식을 풍요롭게 활용할 수 있게끔 하고, 또 그에 대한 사회적 반응을 통해서 피드백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죠. 그 방법은 각각 다를 겁니다.

 

중요한 원칙은 무슨 방법을 선택하든, 자기 속에 폐쇄적으로 머무르는 것은 피해야 한다는 겁니다.  전문 영역에 갇

혀서 전공 논문만 쓰는 건 사실 쉽다고도 볼 수 있죠. 그건 변화하는 감수성도 필요 없고, 그저 해온 관성대로 하면

되잖아요. 또 그것만 하면 존경도 받고, 승진도 하기가 쉽고, 보상도 쉽게 받죠. 하지만 여기저기 발언하고 개입하면

체신머리없다고 욕먹지요.  이문열이나 이진우의 입장은 코미디 자체지만,  강준만의 글쓰기는 높이 평가하는 편입

니다. 자기를 던지고 드러내면서 얻어맞을 각오를 하고 스스로 발가벗는 태도는 쉽지 않습니다. 그렇게 하려면 상황

에 대한 감수성도 있어야 하고 공부도 많이 해야죠. '안티조선' 문제를 놓고 일부 언론에서 '편가르기' '지식인의 양

극 분해'니 하는데, 웃기는 일입니다. 게임의 법칙을 지키면서 하는 논쟁이나 토론은 가로막을 필요가 없습니다. 

태까지 우리가 제대로 된 토론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전공 외에 그런 일을 하면 '공부 안하고 쓸데없는 일 한다'고 하잖습니까?

 

─ (웃음) 그렇죠.  그렇게 야단을 치는 이들은 전공 공부라는 안전한 자기 영역에만 머물러 있으라는 거죠. 그게 편

한 거 누군 모르나요? 고생인줄 알면서도 다른 뭔가를 하려는 사람들한테 오히려 가산점을 줘야 하는 것 아닌가요?

유명한 학자들이 자기 영역에 편안히 자리잡고서 뒷짐지고 서 있는 모습은 나태한 태도에 불과합니다.

 

 

(여기까지만 옮기겠습니다.)

 

 

 

 

인텔리겐차 

 

 

 

 

2

 

 

전에 '미네르바 사건'으로 난리 한번 쳤잖습니까?

제 기억으로, 당시에  미네르바의 주장에 반박하는 경제학 교수의 글은 없었던 것으로 압니다.

금융 계통의 실무자나 관료들이 더러 뉴스에 잠깐 나와서 비아냥거리기는 했죠.

'사이비(似而非)'라고. (안 들리게)

(웃음) 뭐가 비슷하고 뭐가 아닌줄도 모르는 것들이 말이죠. ^^

경제학자랍시고 대학에서 자리 꿰차고 우쭐거리던, 명색이 '교수'들─.

제자들 얼굴 보기에 꽤나 민망했을 겁니다. (또 웃음)

 

 

'재야(在野)'니 '재조(在朝)'니 하는 말은 정치인과 학자에게만 통용되는 말이지요?

그 외에는 들어본 바가 없는 것 같습니다.

사립학교에 있는 학자라고 해서 '재야학자'로 취급하지는 않는 것으로 아는데, 맞나요?

그렇다면 '재야 · 재조'의 가장 큰 구별점은 봉급이나 월급을 제대로 받아먹으며 사느냐, 그거겠군요.

 

 

역사책도 그렇습니다. '정사(正史)'와 '야사(野史)'.

나랏돈으로 쓰면 '정사', 내 개인 돈으로 책을 내면 '야사' ... 그런 셈이지요?

여러분은 正史를 더 믿습니까, 野史를 더 믿습니까?

正史에 대해서 신뢰를 못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왕조가 바뀌면 뒤엎은 지난 왕조의 기록을 고스란히 남겨둘 턱이 없지요. 당연한 거 아닙니까?

그렇지만 野史는, 누가 뻥 한번 치자고 제 돈을 쳐들여가며 그 짓을 하겠습니까?

순전히 공부에 재미 들려서 하는 겁니다. 인정도 받고, 그걸로 돈도 벌면이야 물론 좋고요.

 

 

그런데 이상한 점이 하나 있어요.

저와 같은 생각을 가진 분들이 글을 쓸 때 인용하는 것을 보면 얘기가 달라지는 거예요.

정사를 더 신뢰하는 듯 느껴지더라는 겁니다. 앞 뒤 얘기가 달라져요.

무심코 그러는 건 압니다.

바로 그 점이에요,  "무심코!"

여기에 '재야(在野)' '재조(在朝)'의 함정이 있는 겁니다.

나도 모르게 '재조(在朝)'를 정통으로 생각하도록 세뇌가 되어 있다는 겁니다, 우리는.

지금 이명박 정부 들어서 천안함이니 뭐니 국민 사기치는 게 얼마나 많습니까?

그런데도 훗날엔 이명박이 어거지 주장이 正史로 남게 되는 거예요. 나랏돈으로 썼으니 그게 정사 아닙니까?

참내, 이러니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를, 역사책 한 두 권만 봐서는 알 길이 없는 거예요.

자, '역사' 인용은 함부로 할 것이 아니다, 그 말입니다.

 

 

미대 · 음대 교수 비리 터져나올 대마다 손가락질하고 침을 뱉으면서도,

그들이 심사하는 국전이나 콩쿨에 입상한 것을 버젓이 자랑으로 여기고, 또 사회도 경력으로 인정을 해줘요.

모든 사람들이 까마귀 고기를 먹었어요.

요즘에 대학물 안 먹어본 사람이 어딧습니까? 다들 아는 사실이죠. 그러면서도 그래요.

까놓고 얘기해서, 우리나라 기득권의 풍토란 것이,

누이좋고 매부 좋고, "만수산 드렁칡으로 얽혀 한 오백년 살자는.... 그거 아닙니까?

교육이니 뭐니가 거기에 끼어들지 못해서 안달들을 하는 거구요.

거기 껴들어야만 능력 있는 사람으로 인정하잖아요, 지금.

 

 

제가 그동안 그림 소개를 꽤 했지요? ㅎㅎㅎㅎㅎㅎ

지금은 별로 그렇지 않습니다만, 처음엔 답답했던 적이 많았답니다.

이건 뭐가 기둥인지 서까래인지를 알아야지요.

학교에서 미술사 전공하는 애들이 보는 책을 봐 볼까까지도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그런 책들은 재미가 없겠습디다. ^^

그래서 생각한 것이 '독서백편의자현(讀書百遍 意自見)'입니다.

걸리는대로, 닥치는대로 읽고 보다보면 뭔가 열리는 날이 오겠지.

 

 

 

.........

.........

 

 

 

 

(저도 여까지만 할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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