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5. 16. 13:41ㆍ이런 저런 내 얘기들/내 얘기.. 셋
이게 우리집 베란다 화분 전부랍니다. 내보이자니 좀 쪽시럽네요. ^^
제가 화초나 식물에 대해서는 모릅니다. 싫어한다는 게 아니라 상식이 없단 말이죠.
그렇더라도 이렇게까지 허술하고 모양없이 꾸밀 사람은 아닙니다만....
먼저 살던 집에서는 그런대로 잘 했어요.
난(蘭) 화분 댓 개하고 큰 나무 심은 화분 세 갠가 네 갠가였는데,
매일매일 잎사귀를 제가 물티슈로 닦아주고 그랬습니다. 잎이 반짝반짝 윤이 났죠.
그럼, 그랬던 사람이 지금은 왜 이렇게 변했느냐?
핑게가 될런지 모르겠는데,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는 동향집이라는 것입니다.
이 집은 원해서 산 집이 아니고, 어찌어찌 하다가 보니 본의 아니게 눌러앉아 살게 된 집입니다.
동향집, 해가 어떻게 들고 나는지 아시지요?
저도 동향집엔 처음 살아보는데, 이게 아주 어중떠요. 안정감이 없습니다.
당연히 식물도 안될테지요. 햇빛을 아침나절만 받으니까, 오후부터는 응달이예요.
그리고 화분도 양지에서 봐야 예쁘지 응달에서 보면 별루잖아요.
정이 안 갑니다.
두번째 이유는 칠복이입니다.
칠복이를 처음 데려왔을때는 '지랄견' 명성 그대로 날라다녔죠. 동에 번쩍 서에 번쩍거리며 사고쳤어요.
바닥에 있는 물건치고 멀쩡한 게 없었습니다. 티비 리모콘만도 다섯 개 넘게 씹었다잖았습니까.
특히 이놈이 제가 뭐든 만졌다하면 기어코 그걸 박살 냅니다.
화분이라고 해서 남아날 턱이 없지요.
저녁에 들어오면 제가 정성스레 만지잖아요. 제가 돌아섰다 하면 그 즉시,
훌러덩 뒤집어 놓고, 깨 놓고, 씹어놓고, 그리곤 도망가서 숨습니다.
알면서도 한다는 얘기죠. 그놈을 붙잡아다가 화분에다 코주둥이 들이대고 줘팼지요.
그래봤자 다 소용 없습디다.
결국에는 화초 기르는 거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이게 답니다. 초라하죠? ㅋㅎㅎ
이거 기억나시죠? '엔젤 트럼펫' - '천사의 나팔'
체스키 크롬로프에서 프라하 가는 중간에 묵었던 여관에서 처음 봤다는─.
문 열고 들어가자마자 香이 진동을 하더라는─.
그래서 꼭 길러봐야겠다고 결심을 했었더라는─.
체코 여행기 <레드니체 - 발디체>엔가 들어있을 겁니다.
알고봤더니 모르는 사람이 없더군요.
꺾꽂이 해도 되고. 물만 많이 주면 잘 산다는군요.
나중에 보니까 우리 아파트 현관에도 이게 있는 거예요.
누군가 이사가면서 버리고 간 것을 경비 아저씨가 보기좋게 가꾼 것이었습니다.
이것만이 아니라 우리 동(棟) 입구엔 예쁜 나무랑 화초랑 그야말로 기화요초가 잔뜩했었어요.
경비 아저씨가 그 방면에 선수이셨거든요.
그랬더니 다른 동 아줌마들이 질투가 나서 자기네 경비를 쫘대더랍니다.
어느날 갑자기 화분이 다 없어진 거예요.
관리소장이 우리 동에 있는 화초를 전부 없애라고 했다더군요. 그제야 말이 쑥 들어갔답니다.
드런 여편네들!
그런 사연을 안고 저 화분이 우리집으로 오게 된 겁니다.
처음엔 굉장히 컷어요. 천정까지 닿을 정도였습니다.
자꾸만 잎이 말라죽길래 중도막을 싹뚝 짤라버렸는데, 그래도 여전히 하얗게 거미줄을 치고 잎이 말라 죽어요.
나중에 알고봤더니, 응애라는 병충해였습니다. 농약을 치고 나니까 저렇게 죽다 살아났습니다.
꽃몽오리 바로 터지게 생겼지요? 기대가 큽니다. 소원 풀었어요.
친구가 빌려준 철쭉 (사스끼)입니다. 아주 준 것이 아니라 빌려준 겁니다.
꽃 피는 거 보고나면 돌려주기로 했는데, 귀찮아서 꿍치고 둔 지가 두 해 됐습니다.
제가 관리하지 못할 거라는 걸 피차 잘 알거든요.
원래 모양은 동그랳어요. 나중에 돌려주면 알아서 하겠거니 하고 그냥 두다보니 저렇게 됐습니다.
친구가 바로 이 사스끼 분재 전문이랍니다. 국내서 서 너 손가락 안에 들 자신 있대요.
사는 아파트 베란다에도 빼곡하고, 시골집에다도 하우스 만들어 놨답니다.
분재가 3천 개가 넘죠. 품종만도 4~500 종류나 된다더군요. 기른 지가 꽤 됐고요.
지금은 팔지 않고 있다가 60살 넘어선가 70살 넘어선가 팔 거랍디다.
원래 이 품종은 한 나무에서 여러 색깔의 꽃이 피는 거예요.
지금 저 주황색하고, 흰색하고, 얼룩무늬하고, 그렇게 세가진가 핍니다.
햇빛을 충분히 못 받아서 저렇게 된 거랍니다.
친구한테 가면 멋진 거 많은데, 이젠 염치 없어서 못 달라겠어요. ㅎㅎㅎ
동물을 끔찍히 좋아하는 사람이나 식물을 끔찍히 좋아하는 사람 중에는 나쁜 맘씨 가진 사람 못 봤습니다.
그러나 둘 간에는 차이가 있어요.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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