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5. 3. 20:00ㆍ이런 저런 내 얘기들/내 얘기.. 셋
강경 젓갈시장을 오랫만에 가봤습니다.
새우젓은 지금 사야한다면서요?
여름 나면 물을 붓는다나 망가진다나.
그리고 소금값 올라서 곧 새우젓값도 올릴 거라고.
벌써 오래 전부터 말씀이 있으셨는데..... 이번에 다시 재촉하시길래.....
우리꺼, 동생네꺼, 작은어머니네꺼, 그 정도면 갈만하죠.
작은어머니 말씀이 택배로 받는 것에 거의 3분의 2값밖에 안된답니다.
작년에는 아는 분께 부탁해서 택배로 받아 썼거든요.
저야 가격이니, 김장할 때 새우젓이 얼마나 들어가는지, 그런 내막 모르죠.
바가지로 팝니다. 다른 곳도 그렇습니까?
한 바가지에 3만원부터 10만원까지 있더군요.
비쌀수록 새우에 살이 많답니다.
김치 담그는덴 비싼 거 필요없다고 싼 걸로 사시더군요.
바가지 크기가 달라졌는지,
예전에는 한 바가지 퍼 담고, 뭐때매 더 준다면서 한 바가지 더 얹어주고,
또 뭐라뭐라하면서 더 퍼주고.... 마지막으로 국물 한번 껸져주고 그랬는데,
이번에 가 보니까 그런건 없어졌더군요. 그냥 한 바가지만 딱 퍼주고 맙디다.
새우젓 두 바가지에 액젓 한 병이면 가을에 김장 담그는 것까지도 충분하다네요.
저 드럼통중에 다섯개에는 황석어젓이 들어 있답니다
저는 황석어젓을 좋아합니다. 특히 식당 같은데 가서.
그리고 비린내가 진동하는 '전라도 김치'도 좋아하는 편입니다.
매일 그거만 먹는다면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황색어젓 담가논 통을 들여다보면 침이 꿀꺼덕합니다.
당장 밥에다 얹어서 맛보고 싶어요.
아닌게 아니라 옛날엔 맛보라고 밥도 주고 막걸리도 주고 그랬습니다.
그런데 막상 사다가 집에서 먹어보면 씹히는게 있습니다.
아주 성가시거든요. 그래서 군침이 돌아도 못 샀습니다.
오늘 젓갈 파는 아줌마가 얘기해주더군요.
그냥 토막내면 당연히 씹힌답니다. 엇썰기? 대각선으로 짤르면 안 씹힌대요.
그리고 황석어젓은 줄창 먹기엔 좀 그렇습디다. 바로 질리지요.
김치찌개 할 때 넣어도 괜찮긴 하더만.
제주도에서 나는 새끼돔 있죠? 자리돔!
그거, 전에 제주도 가서 무지 맛있게 먹었습니다. 대가리고 가시고 간에 씹으면 스물스물 녹아요.
그래서 올 때 제주공항에서 한 통 사다가 혼자서 잘 먹었습니다..
하 맛있었던 기억이 나서 얼마 전에 인터넷으로 주문했었는데,
씹히는 정도가 아니라 날카롭게 가시가 찌릅디다. 위험할 정도로.
억지로 먹어보려다가 못 먹고 말았습니다. 달리 먹는 요령이 있는 건지.
지금 여기는 저온 보관창고입니다.
매장 구석에 붙어있습니다. 대량으로 숙성시키는 데는 아닙니다.
얼마전에 아는 분이 저 드럼통 하나를 통째로 다 사다가 동네사람들과 나눴다더군요.
200만원 줫답니다.
무지하게 싼 거지요. 반값밖에 안될 겁니다.
강경 젓갈시장이 국내서 최고로 크죠? 그럴겁니다. 비교도 안되게 클 겁니다.
옛날 생각하면 틀립니다. 강경읍내가 전부 젓갈집입니다.
저 변두리까지도 젓갈집이 생겼더군요. 열 배는 늘어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젓갈만 파는게 아닙니다. 예전의 재래시장통으로 가면 다른 해산물도 많이 팝니다.
찬바람 날 때, 황색어. 황색어젓 말고 황석어.
그거 넙적한 나무상자로 포장해서 파는데, 상상할 수도 없이 싼 가격입니다.
아버지가 그걸 좋아하셔서 겨우내내 술안주로, 밥반찬으로 잡수셨거든요.
굉장히 싸게 샀다는 얘기를, 밥상에 앉을 적마다 어머니가 속삭이셨습니다.
이번에 새우젓 사면서 조개젓도 샀습니다. 큰 병으로 15.000원.
명란젓도, 작은 병으로 23,000원
동생은 갈치 속젓을 삽디다., 그거 삼겹살 궈먹을 때만 먹으니까 무지 오래 먹어요.
소줏잔으로 하나 정도만 해도 일 년 먹는 것 같습니다. 냄새 진동하죠.
많다고 덜어주겠답디다.
참, 계산 끝내고나면 써비스가 있습니다. 장아찌나 황석어 중에 본인이 골라서 줍니다.
그런데 그 장아찌는 자기네가 만든 게 아니고 다른 데서 가져온답니다.
젓갈에 박아서 만든다는 것만 알지, 비밀이랍니다. 해봤는데 안되더랍니다.
작은어머니가 귓속말로 그러시더군요. 장아찌가 좋다구요.
그런데 사람들이 통 없습디다. 그 많은 젓갈가게에 손님을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다만 우리가 찾아간 그 집만 북적이더군요.
제일 오래 된 집이고 속이는 게 없다고 소문이 나서 그렇답니다.
강경에서 살다온 사람들한테 물어보면 그 집을 일러준다는군요.
오는 길에 부모님도 안 계시는 시골집에 들렀습니다.
종묘 가게에 들려서 모종을 사다가,
고추 심고,
호박 심고,
가지 심고,
개 밥 챙겨주고 왔습니다.
아버지가 거의 이십 년이나 가꿔오셨던 영산홍 나무가 죽었더군요.
아버지도 알고 계시는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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