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2. 24. 09:39ㆍ미술/내 맘대로 그림 읽기
먼저,
그림 세 점에 대한 해설부터 읽어보고 나서 얘기나눕시다.
미친 여자(The Monomaniac of Envy) / Theodore Gericault
19세기 낭만주의 예술가들은 천재와 미친 사람이 닮은꼴이라고 여기는 풍조가 있었는데 '제리꼬(Theodore Gericault)' 역시 이러한 관점에서 광인들에 대한 흥미를 많이 느껴 무려 열점이 넘는 광인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이 '미친여자(The Monomaniac of Envy)'라는 그림은 광인들의 그림들 중에 가장 뛰어난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기도 하다. 미친여인의 표정뿐만 아니라 미묘한 심리상태까지 완벽하게 포착했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허름한 옷을 입은 노파는 무엇인가 뚫어지게 응시하고 있는데 섬뜩하게 충혈된 눈빛이 보는 이의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기도 한다. 여인의 목에 두른 붉은색 목도리는 광인들이 겪는 심리적 불안함의 고통을 반영하고 있는 듯 하다. (펌)
도박 환자의 표상(Portrait Of A Madwoman) / Theodore Gericault
'제리코(Theodore Gericault)'는 33세의 젊은 나이로 생을 마감하기 직전인 1822년에서 1823년 경 정신과 의사이자 친구인 '조르주(Georges)'의 부탁으로 미친사람들을 화폭에 담았다.당시 정신 의학계에선 광인들을 얼굴모습과 골상학에 있어 특정한 유형을 보여준다고 믿었기 때문에 이들의 얼굴을 초상화로 하여 남겨놓기도 했다. '도박 환자의 표상(Portrait Of A Madwoman)'라는 이 작품은 도박의 편집증에 빠진 여인을 묘사하고 있다. 이 여인은 자의식을 드러내는 대신 자폐증의 세계에 갇혀 있는 듯 하다,촛점을 잃고 멍한 눈으로 정면을 응시하는 여인의 모습에서 정상인들과 다른 광인들의 심리적 불안과 망상을 그럴듯 하게 포착하고 있는 듯 하다. 그렇다고 '제리코(Theodore Gericault)'는 정신이 온전치 못한 사람들 혹은 도박과 술로 황폐해진삶을 추스르지도 못하는 사람들을 차거운 시선으로 비하하지 않았으며 자신의 내면세계에 깊이 침잠하여 현실감각을 잃은 낭만주의의 천재들을 대하듯히 따뜻한 연민의 시선으로 그렸다고 한다. (펌)
무소르그스키 초상 / 일리야 레핀 Oil on canvas. 69 × 57 cm. The State Tretyakov Gallery, Moscow.
러시아 음악가를 그린 초상화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것은 레핀이 그린 <작곡가 무소륵스키의 초상>일 것이다. 워낙 초상화
가로서 명성도 대단했지만, 당대의 명망가들과 교유가 많았던 까닭에 레핀은 위대한 음악가들의 초상 또한 많이 남길 수 있
었다. <작곡가 무소륵스키의 초상>은 무엇보다 모델이 된 이의 위대한 예술혼이 우리 앞에 생생하게 살아나오는 듯한 느낌
을 준다는 점에서 진정 감탄스러운 작품이라하지 않을 수 없다. 무소륵스키가 살아서 우리 앞에 있다 하여도 과연 이 정도로
예술혼이 느껴질수 있을까? 작품의 생동감은 무소륵스키의 한껏 취한표정과 그 취기에도 불구하고 날카롭게 쏘아보는 눈빛
사이의 긴장에서 나온다. 피아노 모음곡 <전람회의 그림>으로 유명한 무소륵스키는 비타협적이고 고집이 센 한편 파격적이
고 즉흥적인 착상으로 이름이 높았다. 이 그림은 무소륵스키가 죽기 직전 병상에 있을때 그려진 것으로, 붉게물든 코와 헝크
러진 머리, 풀어진 얼굴이 해체 되어가는 육체의 현실을 생생히 전해준다. 반면 그렇게 육체가 흔들릴수록 더욱 선명하게 살
아나오는 영혼은, 위대한 예술은 위대한 정신의 소산임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육체와 영혼이 이렇게 뚜렷이 분리되어 보이
는 그림도 드물 것이고, 또 육체와 영혼이 이처럼 극적으로 결합되어 보이는 그림도 드물 것이다. (글. 이주헌)
■
위엣 그림 두 점은 <젤리코의 '뗏목'>을 검색하다가 우연히 某 카페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원글의 출처는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아랫 그림 <무소르그스키 초상화>는 전에도 한번 이주헌님의 해설을 붙여서 포스팅했었던 것입니다.
'이주헌'이라는 미술평론가는 책도 몇 권 내고 한겨레 신문에도 연재를 하셨던 꽤 알려진 분입니다.
지금의 저 설명글은 삼성카드 잡지 <S-메가진>(?)에 서너 달 전인가 실렸던 것입니다.
.
.
자, 먼저 위엣 그림 두 점을 보십시다. 글 모양새가 어느 책에서 베껴온 듯합니다.
위에 할머니는 '미친 여자'고, 아래 할머니는 '도박 중독자'라고 되어있군요.
어떻습니까? 여러분도 그렇게 느껴지십니까?
저는 반대로 읽힙니다.
미친 사람과 도박하는 사람의 표정이 어떤 건지는 모릅니다만,
만일에 저 두 할머니를 그 두가지 중에서 줄 잇기를 하라고 문제를 낸다면,
저는 위에 할머니가 도박하는 할머니고, 아래 할머니가가 미쳤거나 치매끼가 있는 할머니라고 하겠습니다.
제 말이 맞다는 가정하에 얘기합니다.
책을 처음 쓴 사람의 착각일 것 같지는 않습니다. 교정을 여러번 보니까 그럴리가 없겠죠.
짐작에 인터넷상에 누군가 올려놓고 카페니 블로그니 돌려보다가, 중간에 옮기는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말이지요,
일반 사람들은 저 말을 금과옥조로 받아들여서, 외려 자신의 견해를 저기에 맞추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제가 저 그림을 가져온 그 카페에서도 그랬습니다.
여러개의 댓글이 깔렸었는데, 단 한 사람도 예외 없이 "어쩜 표현을 저렇게 잘했냐", "기막히다"
즉, 저와 같은 의문을 갖는 사람이 없더란 겁니다.
이런 현상은 일반 사람에게만 그치는 것이 아닙니다. 더러는 평론가들도 같은 실수를 저지릅니다.
제가 우리 옛그림에 대한 해설서를 보면서 의문이 가는 대목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해설서들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결국 같은 감상문입니다. 수사만 다를 뿐이지 해석은 동일합니다.
'이 그림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른 분도 있다', '나는 통설과 다르게 이렇게 본다' 라는 말이 없었습니다.
아니, 느낌이란 것은 백이면 백 사람이 다 다를 수도 있는 것인데, 어찌 이런 일이 있답니까?
.
.
이제 아랫 그림으로 눈을 돌려보십시다. 요약을 해보자면 이렇습니다.
1) 위대한 예술혼이 느껴진다.
2) 취기에도 불구하고 쏘아보는 눈빛
3) 병으로 인해 해체되어가는 육체의 현실, 육체와 영혼의 분리
1) 예술혼이란 건 얼굴에 어떤 식으로 나타납니까?
범상하지는 않군요. 한 승질 다부지게 하게 생겼습니다.
오래전에 뭔 드라마에서 쿠웨이트朴이 부르슨가 지루박인가 땡기자면서 '예술하자'로 표현하는 걸 봤습니다.
그때도 예술혼이 필요한 건지는 모르겠는데, 아무튼 알콜중독자와 예술혼과의 차이를 제가 잘 모르니까
동의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2) 제가 술을 마시기 때문에 술 취한 사람들을 많이 봐서 좀 압니다.
예, 술 마신 것 맞습니다. 술이 무지 쎈 사람이군요. 저런 눈빛 가능합니다.
3) 코가 빨개지도록 술을 마시고도 저 정도의 눈빛을 가질 수 있는 사람에게다,
'육신이 해체되기 직전의 병객(病客)으로 보인다'는 말에 동의 하십니까?
저는 오히려, 지금의 저 양반한테 잘못 걸렸다간 뼈도 못 추릴 것 같습니다.
그리고 육체와 영혼의 분리라..... 예, 아닌게 아니라 그건 그렇게 볼 수도 있겠습니다. 술이 좀 됐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2)와 3)은 양립하기가 어려운 것입니다. 중환자 병 간호 해보신 분들은 아실 겁니다.
이주헌님! 그러지 마시고 그냥 이런 정도로 해석하면 안되겠습니까?
'술 잔뜩 먹어도 정신줄 놓지 않는 무소르그스키',
그러면 이주헌님이 왜 저런 장황한 수사를 늘어놓느냐??
예, 그건「이 그림은 무소륵스키가 죽기 직전 병상에 있을때 그려진 것으로」 에 집착하시기 때문입니다.
이 그림 자체의 작품성을 세밀히 뜯어보기보다는, 널리 알려진 주변 상황 한 가지에다 살을 붙이다 보니,
이런 식의 추상적인 해설이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화가의 이력이나 그림 그릴 당시의 내 외적인 여러가지 주변상황에 대한 고려도 중요하겠습니다만,
그래도 작품을 해석하는 정공법은 내 눈으로 본 그림에 대한 느낌을 먼저 말하는 게 순서라고 생각합니다.
전문 평론가란 사람들이 주종(主從)을 바꾸어서 얘기한다면 우습지 않습니까?
.
.
이런 얘기는 비단 미술에서만은 아니겠지요.
음악도 마찬가지이겠고, 모든 예술의 감상이나 비평에도 해당하는 걸 겁니다.
'예술에는 다수설은 있으되, 통설은 있을 수 없다' 라고 생각합니다.
제 결론은 이겁니다. "주관을 갖고 감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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