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오(李宗吾) 『기서 후흑학(奇書 厚黑學)』

2010. 12. 1. 16:04책 · 펌글 · 자료/인문 · 철학 · 과학

 

 

 

 

淸末의 반유(反儒) 사상가 이종오(李宗吾) 지음 

 

『기서 후흑학(奇書 厚黑學)』

 

 

 

이종오에 의하면 후흑(厚黑 :얼굴 두껍고 속이 검은 인간))에는 세 단계가 있다고 한다.

수련을 쌓음에 따라 1단계에서 2단계로, 2단계에서 3단계로 옮아간다고 한다.

후흑의 1단계는 '두께는 성벽처럼, 검음은 먹같이'를 목표로 하는 단계이다.

얼굴의 피부는 처음부터 두꺼운 것이 아니다.

처음엔 종이처럼 얇은 것이지만 수련의 공을 쌓음에 따라 점차 두꺼워지는 것이다.

뱃속의 검음도 마친가지다.

처음엔 유백색인데, 이것도 수련의 공을 거듭함에 따라 회색으로, 청색 자색을 거쳐

마지막으로 먹같이 검게 되는데,

여기에 이르면 후흑학의 초보적인 단계에 진입한 것이 된다.

 

2단계는 '두껍고도 단단하고, 검고도 빛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단계의 수업을 쌓으면 상대가 아무리 급습하더라도 결코 당황하지 않고 떨지 않으며

침착하게 이에 대처해 나간다.

이종오는 유비를 바로 이러한 인물의 대표로 꼽는다.

위 주위에서도 가끔 포커 페이스를 보게 되는데, 후흑의 상당한 경지에 이른 사람들이다.

 

후흑에 능숙한 달인이 되면 그것은 윤기 없는 흑칠을 한 것처럼 평범하지만

무광의 검은 색에서 무엇인가 표현할 수 없는 호감을 느끼는 것처럼,

그 한량없고 태연한 외모 속에 있는 검은 복심은 가려서 보이지 않고 무엇인가에 현혹되어

그 손아귀에 말려들고 마는 것이다.

조조가 바로 그 달인이다.

 

그러나 이 2단계로도 부족하다.

2단계에서는 아직 모양이 있고 색이 있기 때문에

우리의 이목으로도 잘 주의해 보면 그 뱃속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3단계는 '두꺼우나 모양이 없고, 검으나 색이 없는' 경지이다.

이 경지에 이른 사람은 무색투명한 영역에 있기 때문에

아무리 얼굴의 피부가 두껍고 아무리 뱃속이 검더라도 고금을 통하여 누구도 그것을 간파한 사람이 없다.

따라서 이러한 경지에 도달하기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며,

이러한 인물을 역사 속에서 찾기도 또한 어려운 일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영웅 호걸 카리스마적 지도자는 누구도 이 경지에는 미치지 못한다.

찾는다면 대성(大聖) 대현(大賢) 중에서 몇 사람 꼽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예를 들자면 공자나 석가나 예수와 같은 ....

 

 

출처. 최명. 『삼국지 속의 삼국지 1』에서 발췌. p 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