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9. 9. 20:10ㆍ이런 저런 내 얘기들/개(犬) 이야기
친구는 며칠째 안달복달했다. 망울이가 음식을 마다하고 자리보전에 들어간 탓이다.
망울이는 몰티즈 수컷, 집안의 재롱둥이였다.
고환암 말기였던 망울이는 남편이 출근 한 그날 오후에 영면했다.
친구는 울먹이며 남편에게 전화했고, 남편은 저녁약속을 미루고 달려왔다.
향년 17세, 인명으로 치면 칠순에 이른 나이라 천수를 누렸다.
그래도 망울이 떠날 줄 친구는 차마 몰랐다.
희디흰 털을 쓰다듬으며 부부는 하염없이 울었다.
친구는 애견 장례식장에 전화했다.
절차를 묻고는 망울이의 유품인 옷과 목걸이를 챙겼다.
망울이의 영정도 마련했다.
시신을 넣은 상자에는 흰 장미를 뿌렸다.
한 번도 결근한 적이 없는 남편이 출근을 포기하고 서울 외곽의 식장까지 동행했다.
그곳에 가서야 알았다.
미리 연락했으면 2일장을 치러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운명 당일은 염습해 입관한 뒤 빈소를 차려 조문하고 다음 날은 발인과 화장하는 예를 갖출 수 있었는데
그걸 몰랐다.
할 수 없이 염습해서 화장까지 하루 만에 치렀다.
친구는 망울을 소홀하게 보내는 것 같아 가슴이 미어졌다.
친구는 망울이 입을 수의를 골랐다.
삼베도 있었지만 비단으로 했다.
망울은 5kg이 넘지 않아 화장 비용이 기본인 15만원이었다.
오동나무에 입관하거나 유골을 납골당에 안치하려면 돈을 더 내야 했다.
납골당은 경건하고 호화로웠다.
잠시 마음이 흔들렸지만 친구는 망울을 그곳에 두면 외로울 것 같아 유골을 들고 가기로 했다.
운구할 때 리무진을 이용하는 장엄한 장례절차도 있었다.
그 비용은 100만원쯤 든다고 했다.
친구는 빈소에 영정을 놓고 조촐한 영결식을 거행 했다.
망울이 즐겨 먹던 사료를 제수로 올렸다.
언뜻 보니 향을 사르고 절을 하는 이웃 상주도 있었다.
절차에 따라 장례식장 직원이 제문을 읽었다.
애조 띤 목청을 듣자니 한층 숙연해 졌다.
“오늘 망울이 우리 곁을 떠납니다, 우리가 준 사랑보다 망울이 준 사랑이 더 큽니다,
누구도 그런 사랑 베풀지 못합니다. 망울은 가도 사랑은 남았습니다.
하늘은 망울의 영혼을 받아 주소서.“
친구 부부는 방성대곡하고 말았다.
한 줌의 유골로 남은 망울을 항아리에 담아 오면서 친구는 흐느꼈다.
부부는 집 부근 철쭉나무 아래에 유골을 뿌렸다.
망울은 철쭉꽃을 보면 늘 꼬리를 흔들었다.
망울이 가고 난 집은 텅 빈 듯했다.
친구는 밤새 뒤척였다.
다음 날 친구는 빈 유골 항아리에 장미꽃을 꽂았다.
꽃을 보면 망울의 얼굴이 겹쳤다.
퇴근한 남편이 그 꽃을 보더니 눈시울이 빨개졌다.
남편은 말했다.
“저 꽃 시들게 하지 마.”
남편은 품에서 휴대전화를 꺼냈다.
망울의 사진이 담겨 있었다.
망울이 살아온 듯 친구는 울컥했다.
남편은 품에서 휴대전화를 꺼냈다.
망울이의 사진이 담겨 있었다.
망울이 살아온 듯 친구는 울컥했다.
(손철주 /「죽은 개와 산 부모」중에서)
미술평론가 손철주 에세이집《꽃피는 삶에 홀리다》속에「죽은 개와 산 부모」란 제목으로 씌여진 글입니다.
한겨레 신문에도 기고했더군요. 보셔서 느끼셨겠습니다만 오버하는 애견인들을 향해서 비아냥거린 글입니다.
좋다이기야!
그래 오버 좀 했다고 치자! 17년 기르던 개가 죽어서 돈 백만원 썼다! 썼어!
그럼 손가야! 수 억원짜리 외제차 타고 다니는 놈들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냐?
수 천만원짜리 밍크코트에 수 백만원짜리 핸드백 들고 댕기는 년들에 대해선 어케 생각하냐?
지금 저이들이 망울이랑 17년을 함께 살았다잖아?
손가야, 니 친구 중에 망울이처럼 해줄만한 친구는 있냐?
막말로 니 자식들이 망울이처럼 해주디?
개는 말이다, 인간들처럼 통빡 굴려서 꼬리치는 거 아니다.
저 먹구 살 방편으로, 살아남기 위해서 충성하는 척하지도 않아.
오로지 주인만을 위해서, 주인에 의지해서 일편단심 평생 살다가 죽는 거야.
제 주인이 거렁뱅이나 술주정뱅이라고 해도 반가와하며 꼬리 쳐.
주인네가 찢어지게 가난해서 몇 끼씩 굶겨도 옆 집 개한테 쪽팔려 하지 않아.
손씨! 너무 그러지 마. 눈꼴 시면 그냥 눈꼴 시다고 한 마디 해.
뭘 이렇게 스토리까지 만들어서 내돌리냐?
근데 손씨!, 개 장례식까지는 몰라도 화장은 해줘야 하지 않겠니?
17년동안이나 가족들과 함께 동고동락한 개가 죽었는데,
아무리 법이 어쩌기로서니 쓰레기 봉지에 싸서 내다 버린다는 건 너무 몰인정하잖아.
어떠냐, 니 생각은?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아무렴 개가 연탄재만도 못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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