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가 죽었습니다
2010. 6. 21. 11:03ㆍ이런 저런 내 얘기들/개(犬) 이야기
오늘 시골집 갈 때 누나가 '가을이'를 데리고 나왔더랬습니다.
3일간 곡기를 끊었었다니까 '오늘'일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던 모양입니다.
가방이 아니고 종이 박스에 담아 나왔길래 저는 죽은 줄로만 알았습니다.
'가을이'가 평소에 제 차 앞자리에 앉는 걸 좋아했지요.
기력이 없어서 고개도 못 쳐들었다는데,
제 목소릴 듣더니 비실비실 일어서더군요. 누나가 신기하답니다.
사료 한 포대 사준 적도 없는 저를 왜 그리 좋아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시골집 가서 두 시간 있다가 죽었습니다.
매실 따고 어쩌고 하다보니 잠시 '가을이'의 존재를 잊고 있었습니다.
하마트면 모를 뻔했는데, 제수씨가 낌새를 발견하고 알려줬습니다.
누구보다도 누나가 챙겼어야 했는데, 무서웠던가 봅니다.
그나마 제가 임종하는 순간을 지켜봐 줄 수 있었던 건 다행이었습니다.
마지막 숨을 내몰아 쉴 때까지 머리맡에서 쓰다듬어주고 뽀뽀해주고 그랬습니다.
우리 '가을이'정도면 행복한 죽음을 맞은 셈이지요?
밭 여가리 산비탈에 잘 묻어주었습니다.
힘든 세월을 잘 견뎌왔습니다. 매일매일 당뇨주사를 맞으며 연명한 지가 4년이 넘었으니까요.
이제 편히 쉬거라, 우리 '가을이',
힘들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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