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1. 21. 10:42ㆍ이런 저런 내 얘기들/개(犬) 이야기
몇 날을 더 살다 갈려나.
며칠 전엔 밤을 꼬박 새며 헐떡거리길래
곧 죽게 생겼다는 판단이 들어서
누님에게 삼베 준비해달라고 하고,
동생에겐 묻을 자리까지 봐달라 했는데,
의외로 연명이 길구먼.
종양이 온 전신으로 퍼져서 이젠 눕는 것조차도 힘들어 하지.
고통이 이루 말할 수 없을텐데, 다행히 진통제가 잘 듣더군.
그래도 움직일려면 많이 아픈가봐. 쇳소릴 내.
요즘은 베란다 문턱도 못넘어서 거실이고 방이고 아무데나 오줌을 싸는데,
그러고나면 면목이 없어서 죽는 소릴내며 동정을 구해.
저녁에 잘 때는 수면제 반알을 먹이는데, 그 바람에 좀 자지. 자다가 일어나다가 하더군.
뒷다리도 후들거려서 이틀 전부턴 똥도 잘 못 싸.
그래서 어제 관장을 해줬더니 많이 누대.
오늘은 늘 산책 하던 길로 데려가줬는데,
그런 몸으로도 밖엘 나간다니까 좋아서 엉엉 울더라.
똥싸게 할려는 것보다도,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추억이 된 그 길, 눈에 한번 더 넣으라고 데려간거지.
물론 걷지는 못하고, 내가 들쳐안고서.
가만히 땅에다 내려놔줬지.
나가면 요소요소마다 다 들려서 오줌 갈기고 가던 놈인데
겨우 둬 발짝 내딛더니 안되겠는지 차로 돌아와선 차문 어서 열으래.
에휴__ ...
창문을 활짝 열고 산비탈 따라서 천천히 밖엣 풍경 좀더 보여주고 왔네.
돌아와선 물을 잔뜩 먹더라구. 겨우 그깟걸로 힘이 들진 않았을텐데,
저도 속이 상했나.
우리집에 살림해주는 분이 저녁 5~6시면 퇴근하시는데,
전에는 누워서 삐꿈이 쳐다만보던 녀석이 현관까지 비척비척 따라 나온단 거야.
혼자 있기가 겁이 난다는 뜻이겠지.
그러니 어쩌냐구.
네 옆에만 붙어있을 수는 없는 거잖아.
다행히 아직까지 사료건 간식이건 먹기는 잘하는데,
머지않아 식욕도 잃겠지.
어쩌면 좋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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