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3. 22. 06:10ㆍ이런 저런 내 얘기들/내 얘기.. 하나
요즘 광양으론 매화, 구례론 산수유 보러들 가느라 바쁠 겁니다.
저도 어제 구례를 갈까 했었는데 황사가 심하대서 말았습니다.
작년인가 재작년인가 광양 청매실농원엘 갔었는데, 넘쳐나는 사람들로 난리북새통이었더랬습니다.
옛날에도 매화밭이야 있었겠습니다만,
저는 매화(梅花)라는 꽃을 책에서만 봐와서 그런지,
그런 식으로 과수원에 떼로 피어난 것을 보니까 영 흥취가 일지 않더군요.
거기 다녀온 뒤론 다신 그런 데 안가기로 했습니다.
부모님 사시는 집 대문에 매실나무가 큰 게 한 그루 있습니다.
매실(梅實)이 꽤 많이 나옵니다.
전부 동생하고 누나 차집니다. 저는 신 거 별루거든요.
우리집 살림해주시는 분이 담부터는 꼭 몫을 챙겨오라더군요. 그러마 했습니다.
그런데 어제 아버지가 정식으로 부동산에 집을 내놓으셨답니다.
마당이랑, 밭 여가리에 배나무도 일곱 그루 잘 되는데, 배 맛이 참 좋습니다.
뒤란에는 앵두나무가 서너 그루, 담벼락 밑으론 구기자 나무가 둬 그루, ... , 살구나무, 대추나무.
아버지가 산에서 캐다가 심은, 모양이 특이하게 잘 가꾼 소나무도 여러 그루 있습니다.
아버진 그 소나무에 애착이 많으십니다.
아마 집이 바로 팔릴 겁니다.
얼마전에 인근에 국방대학인가가 들어서기로 확정된 탓에 값도 오르고, 매매도 잘 되는 모양입니다.
어머니가 지금은 저렇게 앉지도 못하십니다.
참, 그 얘기를 안한 것 같은데,
어머니, 그 '담도암' 말고, 이번엔 다리가 부러져서 입원해 계십니다.
방에서 이불자락에 걸려서 엉거주춤 넘어지셨다는데,
고관절 있는 곳이 부러졌다더군요. 결국 인공관절 수술을 하셨습니다.
보통 사람의 경우는 바로 일어나서 걷는다는데, 어머닌 안되네요. 어렵게 생겼습니다.
이거저거, 아무래도 오래 사시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며칠 전엔 웃기는 일이 생겼더랬습니다.
아침에 누나한테서 전화가 왔는데 여기 병원 로비라면서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전화를 끊은 겁니다.
어머니 간병하러 간 줄만 알았습니다.
달려가봤더니 엎드려서 꼼짝도 못하고 맥을 못추는 겁니다. 어지러워서 그렇답니다.
토하겠대서 여자 화장실을 데려갔는데, 나오지 않아서 애먹었습니다.
아무래도 안되겠어서 옆에 있는 응급실로 가서 엠알아이니 씨티니 사진을 여러장 찍었는데,
사진상으로는 별 이상이 없다더군요.
그래도 여전히 어지러워서 몸을 못 가누는데, 그냥 올 수는 없잖습니까?
바로 입원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했습니다.
어머닌 6층, 누나는 10층. 물론 어머닌 모르시지요. 지금도 모릅니다.
그런데 응급실에 있는 의사나 간호사들이 누나 부르기를 "어머님" "어머님" 하는 거예요.
가만 보니 저와의 관계를 그렇게 부르는 거더라고요.
누나랑 저랑은 두 살 차이 밖에 안나거든요.
이런 얘기 해도 될라나? 제 누나, 여태 미스랍니다.
나이에 비해서 젊게 보이면 젊게 보이지, 나이 들어보이지는 않거든요.
그런데 모두가 나를 아들로 알고는 "어머님이 그동안은 이런 증상이 없었냐"는 둥 하는 겁니다.
이러니저러니 '관계'를 설명해야 할 이유도 없겠고 해서 그냥 모르는 척 넘겼습니다.
그런데 입원수속을 하려면 보호자 인적사항을 작성해줘야잖습니까?
'관계'를 써야 하잖아요.
그런데 그런 정황에서도 웃음이 나는 거예요. 갑자기 장난치고 싶어지는 겁니다. 누나가 알 턱도 없고요.
보증인 '관계'란에다 아들이라고 써버렸습니다.
한글로 아들 이렇게요. ^^
저 위에 꽃이 뭔 꽃인지 아세요?
양귀비예요.
아버지가 어디서 씨앗을 구했는지 서너대 심으셨더라구요.
"아니, 이거 양귀비 아녜요?" 그랬더니 화들짝 놀라시는 겁니다.
아버진 우리가 뭔 꽃인지를 모를 줄 아셨나 봅니다.
일주일 뒤엔가 갔더니 싹 없애셨더군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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