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3. 7. 19:02ㆍ이런 저런 내 얘기들/내 얘기.. 하나
지난번에 북유럽 갔을 때의 얘깁니다.
노르웨이에서 베르겐 가는 도중에 보스(Voss)에서 유료 화장실 이용료를 미스최가 일괄 지불했고
또 한번 러시아 국경 넘어갈 때 뇌물로 1유로씩 거둘 때도 미스최가 대납(?)을 했습니다.
그 돈, 돌려줘야지요. 미스최에게는 큰 돈입니다. 몇 십만원 됩니다.
일정도 며칠 안 남은 터에, 여행중에 걷기도 그렇고, 또 다들 피곤해서 쉬려는 호텔에서 거두기도 좀 그렇습니다.
그래서 여기 도시락 먹는 자리가, 장소나 시간상으로 적당한 듯해서 얘기를 꺼냈습니다.
크게 떠들 얘기는 아니겠고 하여, 팀마다 찾아가서 소곤소곤 내막을 대충 말해주고 다 거뒀습니다.
미스최에게 줘야할 돈은 2유로지만, 어떻게 동전으로 2유로를 건네주겠습니까?
노팁 노옵션 여행상품이라서 미스최에겐 팁도 없습니다. 그래서 5유로씩 걷자고 했지요.
사실은 10유로씩은 거둬줘야합니다. 모양새가 그렇습니다.
그래봤자 실제로는 8유로밖에 안 되니까 우리돈으로 1만4천원밖에 안되는데,
5유로, 아니 3유로를 어떻게 팁으로 줍니까?
그런데 일행들 면면을 보니 그럴만한 사람들이 못 되겠더군요. 눈치 돌아가는 게 있잖습니까?
그래서 미스최한테는 쪽팔리구새구, 눈감기로 작정하고 5유로씩만 내라고 했습니다.
아 그런데 두 팀, 6명의 여자들이 나중에 못 내겠다고 자기네 돈을 돌려달라는 겁니다.
생각지도 못한 일이라 얼굴이 화닥거려서 그러라고 했습니다.
그깟것 얼마 됩니까? 30유로잖아요. 제가 채워넣는대도 별 거 아닙니다.
......
에이 더는 얘기 못하겠습니다.
버스에서 즈덜끼리 하는 얘기가 얼핏 들리는데, 다음 달엔 남미 갈라고 한답니다.
남미 가려면 여행경비가 얼마 드는 줄 아십니까? 천 만원도 더 듭니다.
아니 그러면서 어떻게 오 천원을 가지고 이러쿵 저러쿵 합니까?
제가 여행에서 돌아오면 미스최한테 메일도 보내주고 여행기 마치면 뵈주려고도 했었습니다만
챙피해서 다 걷어치웠습니다.
미스최한테 참 미안하고 염치없는 사람이 되어버렸습니다.
나 원 여태 여행 다니면서 이번 같은 사람들은 첨 겪어봤습니다.
지금 미스최가 화장실 입구에서 일괄지불하는 장면입니다.
이제 생각하니까 화장실 비용을 두 번 지불했었군요.
노르웨이 보스에서와 여기 에스토니아 국경에서. 이 사진은 에스토니아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미스최에게 줘야할 돈이 3유로입니다.
"아 나 진짜 이거!"
러시아 땅으로 넘어온 겁니다.
그 복잡하고 지루한 입국절차 마치고 나서 바로 공터에서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는 겁니다.
에스토니아 탈린에 우리 교포가 딱 한 사람 삽니다. 그 분이 만든 도시락입니다.
저 자리에서 걷었습니다.
첫 날, 미스최가 그러더군요.
북유럽을 오는 사람은 해외여행이 처음이거나 마지막인 분들이 많다고요.
처음이란 건 좀 그렇지만 '마지막'이라는 말은 일리가 있겠다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더군요. 미스최가 잘못 알고 있었던 겁니다.
개나 걸이나, 오징어 꼴뚜기, 다 올 수 있는 뎁니다.
제가 북유럽 여행기를 마치면서 에필로그를 쓰겠다고 했었는데,
지구 환경에 대한 얘기를 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틈틈이 자료도 모아봤었구요.
노르웨이를 보면서 안타깝고 절박한 생각이 들어서였습니다.
지금 북극의 빙하가 녹는다고 하잖습니까?
며칠 전의 신문에 보니 베링해 심해에서 메탄이 폭발했다는 기사도 있었구요.
여러번 인용합니다만 《6도의 악몽》시나리오대로 변해가는 것 같습니다.
노르웨이는 직격탄이거든요. 알프스 자락의 나라들과는 또 다릅니다.
지금은 빙하에서 내려오는 풍부한 수량으로 인해서 아름다운 자연과 풍요를 누리고 있습니다만,
그것이 머지 않았다는 것을 그들도 잘 압니다. 심각해하고 있더군요.
아이스란드 쪽으로, 오래전부터 대비책을 은밀히 진행해 오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지구환경과 관련해서는 앞으로도 누차 얘기할 기회가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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