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스님께

2010. 3. 12. 17:42이런 저런 내 얘기들/내 얘기.. 하나

 

  

 

 

  

  

 

저는 이 두 분이 사귀는 사이인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부럽습니다. 잘 어울립니다.

 

그런데 사실 저는 이 두 분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법정스님이 쓰신 책을 대학 때 두어 권 읽었던 것 같고,

이해인 수녀님의 시는 인터넷에서만 가끔 보아온 것이 전부입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스님이 책을 쓴다’는 것에 대해서는 별로 좋게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해인 수녀님의 시는 너무나 범람하다보니 식상해서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더러 마음에 드는 시가 있어도 독자들이 전부 소녀들인 것 같아서 좀 멋적더군요. 

 

암튼 이 두 분이 서로 알고 지내는 사이였다는 것을 저는 전혀 몰랐다는 말인데,

오랜 세월 나눠온 정들이 애틋하고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그런데 그동안 주고 받았다는 편지들의 문맥을 가만히 들여다보니깐 단순한 친구사이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한 눈에 얼핏만 봐도 연인사이임이 분명해 보입니다.

 

 

 

 

법정 스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자신의 책을 전부 없애라고 하셨다지요?

- ‘흔적을 남기고 싶지 않다’, 결국은 그 말씀이겠지요.

왜 그러셨을까요? 중요한 대목입니다.

아마도 뒷꼭지가 꽤나 근질거리셨던 모양인데, 그렇다면 스님의 뒷꼭지를 잡아당긴 것의 실체는 무엇일까요?

전에 성철 스님이 돌아가시면서 하신 말씀, "필화야, 이 애비가 잘못했다"가 많은 의문 꺼리를 던져준 적이 있습니다.

'색즉시공 공즉시색'이란 세상의 모든 이치가 내 인식에서 비롯된다는, 맘먹기에 달렸다는 말인데,

자, 그런데 법정 스님이 책을 없애라 했다, 이 말입니다? 책이 있으면 어떻고 없으면 어떻습니까?

그 말을 듣고는 퍼뜩 ‘혹시 스님이 경계를 넘어서지 못하셨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중들이 아무리 “대종사” “대선사” 우러른대도 본인이 아니면 아닌 거지요.

 

 

 

 

우리가 스님이나 신부님과 수녀님, 그리고 교회 목사님들에게 지나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김수환 추기경도 “먹고 살 길을 찾다가 신부가 되었다”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우리는 학자, 문학가, 음악가, 미술가 등등에게 한 수 접히고 배우려고 합니다.

성직자도 그 중의 하나입니다. 가르치려하는 면에서는 같으니까요.

그러니까 그들이 문학을 하건, 음악을 하건, 미술을 하건, 성직자를 하건, 제 소임만 다 하면 필요충분한 것인데,

그런데 우리는 그들에게서 그 이상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고상한 인격까지를 바란다는 것이지요.

말하자면 ‘덤’을 요구하는 겁니다. ‘덤’이란 것은 더 줄 수도 있고 안줘도 그만입니다.

 

벌이가 션찮으면 투잡도 하는 마당인데, 성직자가 취미나 특기 활동을 하는 정도가 뭐 어떻습니까?

제 말은 스님이나 신부님 수녀님도 얼마든지 문학작품도 쓸 수 있고 누드모델도 할 수 있다 이겁니다.

문학 ·예술 ·학문을 전공으로 삼고 성직을 부전공(투쟙)으로 한다 해서 잘못될 거라도 있습니까? 

(법정스님은 이점을 고민하셨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조금 더 어긋난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지구 나이가 50억년, 공룡이 200만년을 살고, 인간이 나타난 것은 100만년 전쯤,, … 맞습니까?

그런데 우리가 지구의 주인인양 행세를 합니다. 부처님 예수님이 여태 살았대도 겨우 3천년을 못 넘는데 말입니다.

 

자, 천당을 간다굽쇼? 해탈이란 걸 해서 윤회에서 벗어난다굽쇼?

이 세상에선 볼일이 다 끝났으니까 딴 세상 궁리까지 한다, 그 말이겠지요.  

좋습니다. 그러나 우리 인간만 그러란 법은 없으니까 아프리카 사자도 마찬가지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사자 한 놈이 사냥할 생각은 안하고 굴속에 쳐박혀 정진한다고 칩시다.

그 놈 굶겨죽일 수는 없으니 동료들이 먹이를 물어다 줄 겁니다.  

그런데 그 놈이 이따금씩 소피보러 나와서 한마디씩 하고 들어가는데, 아! 그럴듯하다 이겁니다.

들어보니 자기넨 여태 헛살았다 이겁니다. 사냥만 잘해서 먹구사는 게 다가 아니더란 거죠.

그 담부터는 한놈, 두놈, 세놈, 네놈, 다섯놈, 여섯놈, 일곱놈, ……

엥? 전부다 修道 정진하겠다고 굴 속에 처박히네요? 먹이를 물어다 줄 놈이 한 놈도 없게 생겼습니다.

사자들이 전부 집단 아사(餓死)하고 말면 어떻게 됩니까? 먹이사슬이 무너지는 거잖습니까. 

사자는 천국엘 가고 윤회를 벗어났는지 몰라도 남아있는 생명체인 지구는 온통 대혼란에 빠질 겁니다.

자, 절미(絶尾)하고 제 말의 요지인즉, 천당을 가건, 해탈을 하건 니 맘대로 하시라,

그래봤자 커다란 죽 그릇에서 너 한 숟갈 떠 간 것 뿐이다, 공(空)이다, 이 말입니다.

 

 

 

 

제가 이리 장황하게 늘어놓는 이유는 법정스님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서 입니다.

저는 두 분의 편지를 보면서 스님이 마지막 가시는 길에 수녀님과의 사랑은 챙겨가셨구나 했습니다.

아니, 가져갈 것은 오로지 그 사랑만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대중에게 주목받는 유명한 분들이라서 사랑을 나누는 데에도 눈치보느라 많은 제약이 따랐을 것입니다.  

아무리 고상한 인격으로 순백한 사랑을 한다고 해도 그 누가 이해를 해주고 받아줍니까?

유부남이 처녀를, 유부녀가 총각을, 유뷰남과 유부녀가……. 발견 즉시 쥑일 놈 되는 세상입니다.

그러나 법정스님과 이해인 수녀님은 사랑을 한다해도 스캔들만 될 뿐이니 외려 조건이 좋았습니다.

법정스님!, 가수 태진아 노래 중에 '사랑은 아무나 하나' 라는 게 있습니다.

그 노랫말에 숙연해 한 적도 있었는데,  스님,, 이 세상에 다시 오실 것도 아니고 완전히 손 털고 가시는 마당인데,

눈치 보지 마시고 크게 소리 한번 질러보십시요. 성철 스님이 따님에게 하셨단 것처럼요.

대중들 앞에서 떳떳하게 “'해인아, 사랑했다!”라고, 크게 한번 외쳐보시란 말입니다.

법정 스님, 사랑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랍니다. 사랑도 제대로 못해본 인간이 부처가 된들 뭐 합니까?

어따가 써먹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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