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여행기 (9) .. 에필로그

2009. 10. 4. 19:49발칸반도/터키

 

 



패키지로 해외여행을 몇번 다니다 보니 저절로 느껴지더군요.

그 여행이 즐거웠나 어쨌는가는 여행을 마치고 일행들과 헤어질 때를 보면 알겠더라구요.

이별의 순간에.. 딱히 더 건넬 말이 없는데도  왠지 자꾸 미적거려지고

마지막 헤어지자며 내밀은 손길 눈길을 거두는 것이 못내 아쉽고

먼저 등을 보이며 저만치 빠져나가는 이의 뒷모습이 야속하게 느껴질 때, 

그런 경우는 틀림없이 좋은 추억으로 남는 여행이었습니다.

어찌 보면 여행 동안에 잠시 되찾았던 자신의 순수함과의 이별을 아쉬워한다는 것이

더 솔직한 표현일런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여러분은 이번에 어떠셨습니까?

저는 대전으로 내려오는 버스 속에서 눈물을 한 바가지는 족히 흘렸습니다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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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여기는 터키에 대한 개략적인 정보를 갖고 계신 분들이 많겠기에

터키 다녀오신 분들이 늘상으로 하는 중복 되는 얘기는 피하기로  하겠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번에 저희 父子와 함께 여행을 다녀오신  일행분들에 대한 인사를 겸하면서

터키 겨울여행에서의 눈(雪)과 관련된 부분만 간략히 소개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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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탄불에선 안 보이던 눈이

앙카라의 '아타튀르크 영묘'에 들렀을 때는

군인들이 눈을 치우고 있을 정도로 꽤 쌓여있었지요.

다시 앙카라를 떠나서 '카파도키아'를 관광한 후

바다 처럼 크다는 소금호수에 이르렀는데

눈발이 하도 거세서 한치 앞도 분간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아쉬운 마음에 다들 차에서 내려 눈구덩이 속을  빠져가며 몇발짝 걸어가 보긴했습니다만

질척거리는 물 가를 한번 밟아보고는 허둥지둥 차로 되돌아오고 말았지요.

그 새 쌓인 눈으로  주차장에 세워둔 버스를 빼내느라

괜히 버스기사와 현지 가이드만 고생을 시켰더랬습니다.

 


어찌 됐든 그렇게 '콘야' 까지 도착하긴 했는데

내내 걱정이 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먼저 어떤 팀인가가 지중해 연안에 있는 다음의 종착지 '안탈랴' 까지 넘어가는데
5시간 걸리는 거리를 13시간이나 걸렸다더라구요.


 

호텔 로비에 있는 컴퓨터를 볼 겸해서 틈틈히  밖에 나가 눈 길을 살펴보곤 했는데,

어두워진 이후론 차도 다니지 않다 보니  내리는 눈이   흩날림 없이 그대로 도로에
쌓여가는 형편을 보며  여간 걱정스러운 게 아니었습니다.


 

눈길 운전을 해 보신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아무리 운전경력이 어쩌구 해도 미끄러지는 데는 장사가 없는 거 거든요.

더구나 일요일이라서 눈 치울 사람마져도 없을 거라잖습니까?

결과적으로 버스기사가  운전을  잘하기는 했습니다만

참으로 조마조마했었습니다. 그래도 내색들은 안하시더군요.

참, 요 며칠 전에 뉴질랜드에서 우리 여행객을 태운 버스가 멀쩡한 길에서 굴러서

여러 사람 크게 다쳤다던데, 운이 사납다 보면 뭔 일을 당할지를 누가 알겠습니까?

 


돌이켜 생각해봐도 참으로 위태롭기가 짝이 없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러거나 어쩌거나 설경 하나는 진짜 끝내줬지요.

저는 생전 그렇게 아름다운  눈 구경을  처음 해봤습니다.

그 끝없이 펼쳐진 벌판이 온통 새하얀 게 雪國이 따로 없더군요.

드믄드믄 홀로 선 나무와 검은 전봇대 행렬은

극명한 대조를 이뤄 참으로 더할 나위 없는 훌륭한 미술작품으로 보였습니다.

토로스 산맥 경계에 이르러서는  촘촘히 박힌 소나무와 삼나무의 울창한 森林이

어쩜 그리도  내리는 눈을  한 점도 떨구지 않고 소담스럽게 이고 섰는지

그 설경을 어찌 필설로 다 형용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 모두 크리스마스 카드가 따로 없다고들 했습니다만

그 역시도 턱 없이 부족한 표현일  뿐이었지요.

 


그러고보니 중간에 들렸던 그 중요한 '카파도키아'를 빼먹었군요.

가이드 미스 김이 그랬죠?

터키여행의 하일라이트는 '이스탄불'과 '에페소' 그리고 '카파도키아'라구요.

그 첫번째로 우리가 기대를 갖고 들린 곳이 바로 그 '카파도키아' 아니었겠습니까?

코란에도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고 써 있다지요?

우리가 터키 여행에서 생각지도 못한 기막힌 설경을 가외의 소득으로 얻었는데

어찌 댓가를 치루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세상엔 꽁짜란 없는 법이니까요.

온통 눈으로 덮힌 '카파도키아'는 그 눈부심으로 인해서

기암괴석의 형체만 대충 알아볼 수 있을  뿐,

현무암 응회암 등이 층층이 뒤섞여 오묘한 색깔을 낸다는 암석과 토양은 커녕

어디가 골짜기이고 길인지, 경계 마져도 제대로 알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우리가 '괴레메 야외박물관'에서   만난 두개의 열기구에 탄 사람들,

보나마나 그냥  쓸데없이 돈만 15만원  허공에 내버린 걸 겁니다.

생각해 보세요. 온통 사방이 눈으로 덮여 하얀데, 하물며 위에서 내려다 보는 경치라니.

그래도 우린 그네들이 탄 열기구를 배경으로 꽤 괜찮은 사진을 몇장씩은 건지지 않았습니까?

 

 

토로스 산맥을 막 넘어서 '안탈랴'로 내려가는 길,

아니  어떻게 풍광이 그렇게 달라질 수가 있답니까?

마치 제주도의 봄 풍경을 보는 것 같더라구요.

정말 별천지도 그런 별천지가  없더군요.



......



요 까지만 하지요.
아무래도 나머지 상세한 얘기 까지 하자면 한도 끝도 없겠습니다.

 

 

이번 여행이 명호 명원이 형제의 첫 해외여행이라니까

느낀 점이나 감동이 남달랐을 겁니다.
정리할 겸 복습할 겸 해서 두 형제가 멋지게 마무리해 주리라 기대하며,  

제 얘기는 이쯤해서 마치렵니다.

다만 여기서 한가지 덧붙이자면,  제 생각에  터키 여행은 봄철에 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5월 정도?
앞에서 언급했던 끝없이 펼쳐진 눈 덮힌 벌판이라는데가 밀밭이라는 거예요.
그러니 봄철엔 연녹색으로 출렁이는  밀밭이 얼마나 장관을 이루겠습니까?

제가 터키를 다시 가게 된다면 이스탄불의 야경과 그 밀밭을 보기 위해서일 겁니다.

우리가 걸었던 길이 모두 대리석이나 시멘트 길이었음을 감안할 때
여름엔 너무 더울 거 같더군요. 어디 몸을 숨길만한 그늘도 장소도 없어 보입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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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는 마무리 인사말씀을 드리며 끝을 맺어야겠군요.

원주서 오신 멋쟁이 왕언니 내외분을 비롯해서

밑반찬을 이따만하게 싸오셔서 넉넉한 인심을 돌리셨던 명호네 네분 가족분들,

그리고 의젓한 귀염둥이 종평이네 가족과 부산서 오신 패션모델 내외분,

예쁜 딸만 둘이라서 우리 정무 같은 아들이 탐난다고 하시던 김영인 선생님 내외분,

또 母女끼리 오셨던  화가 선생님과 그 예쁜 따님 수인이네와

여행 내내 앞뒤에  함께 앉아 동행했던  나라와 나라 어머님.

참, 나라 어머님,

제가  그대로 떠나는줄 알고 쪼르르 달려와 마지막 인사를 하려던 나라가
고맙기두 하구 귀엽기두 하구... 혹? 시키셨어요? 아무렴 애들 생각이 거기에 미치겠습니까?


가이드 김지희씨와 인솔자 손도희씨,

아시죠? 우리 모두가 그간의 노고에 대해서 고마워 하는 맘을.

두 사람 모두 건승을 빕니다. 화이팅!!!


그럼  번잡한 공항에서 미처 다하지 못한  인사를 이것으로 대신하면서
아쉽지만 이제 여기서  작별을 고하겠습니다.
모두들 건강하시고 행복하게 사시길 기원드립니다.


사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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