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여행기 (8) .. 벨리댄스

2009. 10. 4. 19:41발칸반도/터키

 

 

 
 

 

터키는 일년에 한번씩 벨리댄스 경연대회가 열린답니다.

TV에서도 중계방송을 할 정도로 국민들의 관심이 대단하답니다.

그런걸 보면 벨리댄스가 단순히 섹시한 춤, 그 이상의 무엇이 있는 모양입니다.

그들은 벨리댄스를 이슬람의 전통문화라는 측면과 순수 예술적 시각에서 점수를 매기나 봅니다.

그런데 그 벨리댄스 경연대회를 5연패 한 여자가 있답니다.

타의 추종을 불허한답니다.

국민들에겐 영원한 우상이고 댄서들에겐 넘볼 수 없는 전설적인 인물인 셈입니다.

주말 황금시간대에 그녀의 코너가 따로 마련되었을 정도랍니다.

  

  

 

 

 

 

 

이스탄불에서 벨리댄스를 공연하는 장소는 많이 있을 겁니다.
그 중에 우리가 입장한 그 나이트가 터키에서 최고 수준이라더라구요.
시내 중심가에 있는 나이트 클럽인데 300~400명 정도 들어갈만한 공간이었습니다.

당시에 한국에서 터키 관광을 위한 전세기가 하루에 두 대 뜰때였습니다.
그렇다면 한국 관광객이 최소한 200명은 이스탄불에 머물고 있었다고 봐야하는데,

우리 팀밖에는 없더군요. 
식당에서 댄서들이 식탁 주변을 돌면서 추는 사진을 몇번 본 적이 있는데
아마도 그런곳으로 많이 가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탁 들어가니깐 예약된 우리 테이블로 안내를 해주더군요.
3일 전에 예약을 해야만 합답니다. 실제로 우리도 그렇게 했습니다. 
사람은 많은데 테이블 간격이 좁아서 아주 불편했습니다. 
일단 많이 채워놓고 보겠다는 식이었습니다.

 

과류와 과일 안주가 기본으로 놓여있고, 술은 처음과 중간에 각각 한 잔씩 모두 두 잔을 주는데
맥주와 와인 그리고 터키 술 <락키>, 그 중에서 선택하게 되어있더군요.
물론 여기까진 옵션에 포함된 것이구요. 더 필요하면 따로 주문하면 됩니다.
분위기는 당연히 인원이 젤 많은 한국 관광객이 주도를 했지요.

중국이나 일본 관광객도 기세를 올리더군요.

나중에 테이블에 꼿혀있는 국기를 보니까 참으로 다양하게도 왔습니다. 
대만, 태국, 싱가폴, 러시아, 이란, 미국, 독일, 영국, 스위스, 몽고, 이스라엘 까지도 왔더라니까요.

실은 이스라엘, 그 친구들이 옆에 있어서 불안했습니다 솔직히.
바로 우리랑 바짝 붙어 앉았었답니다. 20명쯤 됐나?
그런데 의외로 이스라엘, 갸들이 우리를 빼곤 젤 활기차게 놀더군요. 의욉니다.

돈도 이스라엘 친구들이 젤 많은가 봅니다. 연실 시켜먹는 걸 보니.

 

10시쯤 돼서 공연을 시작하자 두 명의 댄서가 나와서 춤을 추더군요. 물론 젊고 예쁩니다. 

분위기가 아직 무르익지 않아서인지 관객들의 반응이 신통치않자 박수를 유도하더군요.

 

 

 

 

 

 

 

저 친구가 사회잔데 세게 각국의 대표곡들을 다 아는 겁니다.

우리를 향해선 '서울의 찬가'를 불렀는데,

그 자리에 온 모든 나라들의 노래를 그 나라의 노랫말로 선창을 하면서 합창을 유도하더라구요.

국가간의 경쟁을 유도하면서 분위기를 단번에 띄우자는 눈치였습니다.

한 두군데 빼먹은 나라가 있었는지, 깃발을 높이 드니까 곧바로 그 나라 노래가 나옵니다. 신기하데요.

한마디로 능수능란하더군요. 물론 세상도 많이 변했구요.

 

 

 

 

 

 

 

 

위에는 우리 관광객이고 아래 지휘자 흉내를 내는 사람은 중국인입니다.

 

 

 

 

 

 

 

바로 이 여잡니다.

그 유명하다는 전설적인 댄서.

아쎄나랍니다.

 

여기에 오기전에 가이드가 그러더군요.

아쎄나가 밤무대에 직접 출연하는 경우도 간혹 있다면서, 오늘 밤에 온다는 정보를 들었다구요.

자기도 열렬한 팬이라데요.

그런데 정말 아쎄나가 나온 겁니다.

행운이었지요.

 

그녀가 나온다는 멘트가 나오자 다들 의자를 고쳐앉았습니다.
개중에는 터키 사람들도 있었겠지만 거의가 다 외국인이었는데 그들도 우리처럼 귀동냥을 해왔는지

그녀가 등장하자 모두들  잡담을 멈추고 무대에만 집중하더군요.
아무튼 종업원들이며 가이드며 할 거 없이 다들 들어와선 뒤에 주욱 늘어섰습니다.
진짜로 명성이 대단하긴 대단한가 보더라구요.

 

 

 

 

 

 

 

아쎄나...!!!

 

무표정해보이는 얼굴인데도 카리스마가 철철 넘칩니다.
야실대며 웃는 표정의 앞의 댄서와는 차원이 달라요.
진짜 기품이 있지요. 잘 생긴 얼굴은 아닌데도 말입니다.
꼭  여학교의  빈틈없는 교장 선생이나 기숙사 사감 처럼 생겼어요.

내적인 모든 갈등을 초월한듯, 처연하고 냉정한 얼굴에,

범접할 수 없는 위엄.  술탄 앞에서나 췄을듯한 그런 오만함이 엿보이더군요.

그리고 배를 떠는 기술이 앞의 댄서들과는 확연히 차이가 납니다.
정말로 문풍지 떠는 소리가 저 뒤에까지 들리더라구요.
내가 이 말을  국내 와서 하니까 다들 아무도 안 믿던데, 사실이랍니다.

가슴부터 시작해서 허벅다리까지 파르르 떨리는데 제 심장 까지 떨리더라니까요.
지금도 그 살점 떨리는 소리가 들려요.

 

다르르르르르르!!!!

 

 


 

 

 

 

 

터키에는 아쎄나 처럼 전설적인 남자 가수가 또 한 명 있었답니다.

쿠루드족 출신의 이보.

인기도 대단했고 돈도 많이 벌었답니다. 세계 갑부 대열에 든답니다.

가수를 그만두고는 연예기획사를 하는데, 연예계를 좌지우지 한답니다.

 

그 이보가 쎄나의 춤을 한번 보고는 홀딱 반해서 2년여를 쫒아다니며 구애한 끝에 결혼까지 하게 되었다네요.

이슬람 관습에 따라서 쎄나도 결혼을 한 후에 평범한 가정주부로 들어앉아서 두 아이의 어머니까지 되었는데,

이보가 바람을 피우더란 겁니다.

그러자 아쎄나가 화딱지가 나서 아이는 물론이고  자기의 재산까지도 다 줘버리고 이혼을 해버렸답니다.

참, 이슬람국가에선 여자가 이혼하면 재산 분배를 못 받습니다. 그러니 돈 한 푼 없는 알거지로 나온 셈이죠.

나중에 이보가 죽고  상속하는 걸로 치자면 그 재산이 어마어마 했을텐데,,
그걸 가차없이 포기한 걸 보면 보통 대찬 여자가 아니지요?

 

집을 나오긴 했는데 먹고살아야 할 것 아닙니까? 배운게 춤 뿐이니까 다시 벨리댄스를 하려고 했겠죠. 

그러자 이보가 방송국에 영향력을 행사해서 다 틀어막았답니다.

밤무대로 나서게 된  뒤에는 그런 사연이 있었던 겁니다.

국민 여론이 들끓었겠지요. 그러거나 말거나 묵묵히 춤만 췄답니다.

아쎄나가 다시 나왔다는 소문이 퍼지자 제자가 되겠다는 사람이 줄을 서더랍니다.

그래서 지금은 나이도 나이거니와, 무용학굔가 학원인가를 차려서 후배들 가르치는 일만 하고 있다고 합니다.

지금 밤무대에서 벨리댄스를 추는 여자들은 거의가 쎄나의 제자라고 보면 틀림없다는군요.

 

이번처럼 쎄나도 가끔 밤무대에 서긴 하는데,

현장감이 그리워서인지, 감각을 잊지 않으려고 해서인지, 둘 다인지, 그것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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