샬롬과 쌀람

2008. 7. 17. 16:04책 · 펌글 · 자료/역사

 

 

 

  샬롬과 쌀람, Shalom, Salam  장벽에 가로막힌 평화

 

 

 

 

 

 

 

스라엘이 독립 60주년을 맞았다.

지난 2년간 이스라엘이 정력적으로 준비해온 60주년 기념행사는 텔아비브와 예루살렘은 물론 그들의

영향력이 미치는 세계 곳곳에서 성대하게 치러졌다.

텔아비브의 라빈 광장과 예루살렘의 밤하늘은 현란한 불꽃으로  물들었고

그 한가운데에서 이스라엘이 지난 세월 전가의 보도로 되새기던 홀로코스트는 다시금 빛을 발했다.

이스라엘은 나찌에 희생된 어린이의 수라며 150만개의 구슬을 아이들로부터 모으는 이벤트를 벌였다.

하지만 지금 홀로코스트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주일 뒤 팔레스타인 가자와 서안,

그리고 요르단과 레바논, 시리아, 이집트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은 알 나크바(대재앙) 60주년을 맞았다.

독립 60주년을 코앞에 두고 이스라엘 전투기는 가자지구를 겨냥해 최초의 야간공습을 단행했다.

홀로코스트는 아우슈비츠나 텔아비브의 야드바�이 아니라 가자지구와 서안, 아랍 각국에 흩어진

팔레스타인 난민캠프에서 계속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팔레스타인인에게 대재앙은 단지 60년 전의 사건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이다.

 

한 자신들의 땅에서 추방당한 뒤 아직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민주적 선거를 통해 집권했던 이슬람 저항조직 하마스는 팔레스타인인들이 아니라 미국과 유럽,

이스라엘에 비토당한 후 가자지구에 감금당했다.

봉쇄된 가자에는 이스라엘군의 전투기와 탱크가 화염으로 수를 놓고 있다.

장벽으로 둘러싸인 서안의 도시와 난민캠프 들은 새벽마다 이스라엘군의 습격을 받고 있으며

네게브 사막의 이스라엘 감옥에는 팔레스타인 십대들이 넘쳐나고 있다.

 

레스타인인은 장벽 안에 갇히고 굶주리고 살해되고 유린당하며 인종청소의 표적이 되고 있다.

한때 유대인이 나찌에 당했던 참상에서 한치도 어긋나지 않으며, 60년 동안 지속되었다는 점에서

오히려 발전적이다.

 

세기가 넘게 세계는 팔레스타인을 비호하고 이스라엘을 저주해왔다.

이스라엘은 언제나 왕따를 당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홍수처럼 넘치는 국제적 립써비스 속에서 건재한 것은 미국의 패권과 이스라엘의 독립 60주년을

축하는 불꽃일 뿐이다.

팔레스타인은 대재앙 60주년이라는 길고긴 재앙의 늪 속으로 끝없이 침잠하고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계체제에 정의란 결코 존재하지 않으며 비정함과 냉담함, 잔인삼, 탐욕,

기만과 책략으로 충만한 불의가 넘치고 있다는 사실을 팔레스타인의 오늘은 보여주고 있다.

 

레스타인에 머무는 동안 나는 온갖 종류의 비극이 그곳 사람들과 벗하는 것을 보았다.

그러나 솔직히 말한다면 어떤 이들은 지옥의 불 위를 휘청거리며 걷고 있었지만

다른 자들은 대추야자나무의 그늘이 드리워진 오아시스의 단물로 입을 축이고 있었다.

건 끔찍하게도 더러운 경험이었다.

난민과 농민, 노동자, 빈민, 실업자 들이 말 그대로 팔레스타인의 불행을 온몸으로 감당하는 동안

그 곁에서 자치정부의 부패와 결탁한 신흥 자본가계급은 동족의 피가 흐르는 계곡이 내려다보이는

구릉 위에 궁전을 짓고 있었고, 푼돈을 흘리며 더 큰 부와 권력을 향한 정치적 야심을 불태우고 있었다.

 

 치정부의 관료들은 자신의 안위를 위해 이스라엘이 대신 거두어 적선하듯 건네주는 세금을

빼돌리고 그 알량한 권력을 힘없는 자들에게 폭력으로 내려먹이고 있었다.

사이에 끼어든 중간계급의 위선은 구역질이 날 지경이었다.

그들은 번지르르한 옷을 입고 흰 얼굴을 번득거리며 고급승용차를 타고 라말라의 문화쎈터에 모여들어

팔레스타인의 고난을 관람한 뒤 깨끗하고 번듯한 집으로 돌아가 푹신한 침대에 누워 단꿈을 꾸었다.

떤 자들은 팔레스타인의 해방을 써갈기고 노래하지만 대중이 싸우는 곳에는 출현하는 법이 절대

없었다. 그들은 자기 땅이 아니라 해외를 향해 목을 빼고 팔레스타인의 비극을 팔아가며 구차한 삶을

연명하고 있었다.

나는 누가 팔레스타인의 진정한 적인지, 팔레스타인인이 무엇과 싸워야 하는지 묻고 또 물어야 했다.

 

출당한 하마스가 가자에 갇혀 이스라엘 전투기의 공습을 받는 동안,

대중에 의해 불신임당한 파타의 마흐무드 압바스가 다시 등장해 워싱턴과 예루살렘에서 그에게 권력을

하사한 부시와 올메르트의 손을 잡았다.

현실은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해서는 내부의 적들과 먼저 싸워야 한다는 고통스러운 진실을,

그리고 누가 해방의 주역인지를 일깨워준다.

그것은 세계의 다른 곳에서도 마찬가지로 진실이었고 여전히 진실로 남아 있다. 

 

 

  

 

 


유재현의 이스라엘 · 팔레스타인 기행

<샬롬과 쌀람/창비> 서문 중에서 옮겨적음.

 

꼭 사보세요! 강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