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불출의 변

2008. 7. 8. 00:07이런 저런 내 얘기들/네 얘기 · 쟤 얘기

 

 

 

 

 

  

내 딸아이..

 

가끔 아이와 적당한 거리를 두고 편한 자세로 마주앉아
어떠한 분야든 막론하고 논제를 제시하곤
담론이나 논쟁을 즐긴다.
그 과정에서 적당히 개입해 논점 일탈을 막아 방향을 잡아주는데,
아이의 논리가 제대로 구축 되어가는 걸 보는 일은 즐겁다.

 

책을 읽는 게 습관이 된 듯하여 대견해
한껏 고무하는 걸 잊지 않는다.

 

- 지금의 독서는,
깊이 있는 지식 습득을 위한 방대하고 다양한 섭렵을 목적으로 하는
기초학습일 뿐이다.
독서는 풍요로운 사유로 논리를 세우기 위함이며
사유의 풍요는 삶을 행복하게 만든다.
논리의 구축으로 얻는 비판능력은
분별력과 변별력을 목적으로 하며
비판능력 상실로 분별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순치나 세뇌, 파쇼나 억압, 불의나 폭력 앞에 방치되어
자신의 삶을 조망할 능력을 갖추지 못한다.
이러한 사유가 철학이며
철학 배제된 삶은 행복할 수가 없다.
이유는 순리와 오류의 이치를 모르기 때문이다... -


깨달아 가는 즐거움을 터득한듯
다분야에 호기심을 드러내며 질문을 쏟아내는데
내가 곤혹을 느끼는 건
그 또래 특유의 곱게 채색될 감성이
날선 비판의식으로 하여 잃는 건 아닌지.. 하는 우려 때문이다.
예를 들면
독도 관련 뉴스를 함께 보다,

 

- 독도문제를 대응할 논의를 위한
대통령의 각당대표들 초대를 어떻게 거부할 수가 있을까...
저러고도 제일 야당대표라 할 수가 있을까... -

 

그 조그만 입술을 오므리고 쫑알거린다.

 

- 지 조국의 의지에 반하는 논의에 참석할 리가 있겠어...? -

 

- ....... -

 

나는 또 좃선의 칼럼에 분개하며 말한다.

- 참말로 호환마마보다 무섭다더니
수십년 세뇌도 모자라 발악을 하는구만.. 이것들이 대체 언제까지,
언제까지 정부정책을 훼방하고 국민과 이간질하고
통일을 방해할 건지 일하기 힘들긴 하겠다 정말 ...... -


- 신문지 장사가 옹알이로 꼬집는다고 꼬집히면 어떡해,
꼬집혀 아프다고 같이 옹알이하고 있으면 해결되나...? -

 

- .......... -


ㅎㅎㅎㅎ

 

내가 잘못 키우는 건지
과연 잘 키우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그러나,
지구는 인류만의 것이 아니며
지적 생명체인 인류가 보살펴 함께 살아야 하며
그들의 생존환경이 내 삶과 직결된다는 것,

 

스스로의 힘으로 독립을 이루어낸 민족을
깊이 존경하고 흠모한다는 것,


베트남 향한 사죄는 일회성으로 끝나선 안 된다는 것,
국민 개개인이 채무감을 가져야 한다는 것,

 

물질의 다소로 상대를 경원하는 것에 수치를 가져야 한다는 것,
내가 받는 모든 혜택은 누군가의 필요에 돌려주어
나누며 더불어야 한다는 것,

 

폭력엔 실천으로 저항하며
평화엔 지원으로 고무해야 한다는 것.......

 

무차별 폭격으로 흉하게 상처난 베트남의 정글을
공중촬영한 한 장의 사진에
전쟁의 폐해와 참상과 죄악, 그리고 패권국의 전쟁놀음은 결국
타 생명을 담보로한 경제논리라는 것을 간파하고 분노하는
열다섯 그 조그만 가슴이 사랑으로 가득차 반짝반짝 빛나고 있으니
그다지 잘못 키운 건 아닌 듯하다.

 

내가 아이의 왕이 아니듯
아이는 내 신하가 아니라는, 관리자에 불과하다는,
아이의 곁에서 반발앞선 동행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나는 지식습득을 강요하지 않는다.
지식은 넷창만 열면 모두 해결되나
그 지식을 활용, 대입, 적용, 수단화하는 건 제 몫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그릇 크기와 모양에 따라 자신과 타자의 삶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아이가 알아야 할 상징적인 날들, 빛나는 날들인
4,3의 제주와  5,18의 광주
6,10의 서울이 갖는 의미를 설명하니
이런저런 질문과 생각을 말하더니 곧 화답한다.

 

- 슈퍼맨과 베트맨, 스파이더맨같이
악을 소탕하는 영웅의 환상이 부시맨을 만든 건 아닐까..?
무슬림을 악으로 규정하고,
악의 무리인 그들을 징치하고 지구의 정의를 실현한다고
팔루자 학살도 아부그라이브 만행도
별 죄의식 없이 자행한 건 아닐까........ 엄마...? -

 

-ㅎㅎㅎㅎㅎ... -

 


님들은 과히 나무라지 마시라.
오늘은 작정하고 팔불출 되기로 했으니.

 

 

 

 

 

 

 

 

< 松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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