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매 한쌍

2008. 7. 2. 08:30이런 저런 내 얘기들/네 얘기 · 쟤 얘기

 

 

 

 


 

 

 

 

 

 

새들의 재재거림에 눈을뜨면
길 잃어 낯선 곳에 와있는듯 잠시 난감하다.
이곳으로 이사한지도 벌써 달포가 가까운데
여전히 전에 살던 동네가 눈앞에 어른거리고 그립다.

 

 

 

 

 

 

한적한 시골 강가마을에서의 몇년은 평화로웠다.
몇세대 되지않은 이웃들과의 유대도
시골정서 그대로 간직해서 좋았고
무엇보다
마당 가장자리서 바라보는
새벽강 물안개 피어 오르는 모습이 좋았는데
습기 때문에 악화되는 건강을 이유로
그 동네를 떠나야 했으니 아쉬운 일이었다.

 

 

 

 

 


푸른주단을 깔아 놓은듯 이삭패는 들판의 농로를 가로질러
고함소리 허드러진
오일장 구경가는 일또한 즐거운 일상이었는데,
이것저것 흥정해 양팔이 떨어져라 사들고 돌아오곤했다.

 

 

 

 

 

 

 

 

 

 

 

 

 

 

어느 장날
각종 동물을 파는 차양을 발견한 아이는
쪼그려 앉아 깔깔거리며 그앞을 떠나지 못하고
집안을 동물원으로 만들 기세로 조르기 시작했다.
햄스터에서 토끼로, 강아지에서 새로... 분분하다
십자매 한쌍으로 타협하고는
돌아오는 내내 나는 갈등했다.
 
강아지를 사달래서 병아리로 대신하고
그 병아리 죽어 며칠을 울고
어항의 열대어 죽어 울고
화초가 시들해서 죽어도 맘아파하고.....
해서, 다시는 살아있는 놈은 집안에 들이지 않겠다고
맘 먹었던 일이 생각나서였다. 

 

 

 

 

 

 


 

 

 

 

 

 

의외로 새들은 잘자라 별로 성가시지않고
아이의 일상으로 편입되 즐거움을 선물했는데
숫넘을 쉽,으로
암넘을 베스트,로 이름을 지어 부르며
그들의 특징과 노는 모습을 말하며
내관심을 유도하려 아이는 열심이었다.

 

 

 

 

 

 


 

 

 

 

 

 

얼마지나
알을 두개 낳아 품기 시작했는데
부화를 여러날 앞두고 이사 날짜가 닥치게된다.

 

그다지 멀지않은 거리였으나

짐칸에 싣고온터라 딴일을 제쳐두고
새장부터 살피던 나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둥지 밖 모이통에 알 하나가 떨어져 있었고
하나는 둥지안에 그대로 있었는데
모이나 물은 엎지른 흔적없이 그대로 였던 것이다.

 

 

 

 

 

 


 

 

 

 

 

이동하는 동안 흔들려 둥지안의 알이 밖으로 떨어졌다면
모이나 물이 온통 엎질러 졌을 텐데,
그렇다면
두개의 알이 서로 부딪쳐 다치지않게 하려고
쉽이나 베스트가 하나를 옮겨 포기한건 아니었을까.

 

모이통의 알을 다시 둥지속으로 넣고 가려주었는데,
그후 쉽과 베스트는 거의 둥지속에서 살았고
잠깐씩 물과 먹이를 먹은후 다시들어가곤 했다.
부화시기가 너무 늦는게 이상하다 생각은 하면서도
대수롭지 않게 지내고있었다.

 

 

 

 

 

 

 

 

 

 

 

 

 

어느날 아침 쉽이 이상했다.
괴성에 가까운 울음으로 둥지 가장자리를 맴돌고 있었다.
나는 심상치 않은 일임을 예감하고
아이를 위로할 말을 준비했는데
사태를 알아차린 아이는 크게 울었고
나는 아득한 기분이되어 준비한 말을 입밖에 내지 못했다.

 

 

 

 

 

 

 

 

 

 

 

 

 

새장 청소를 위해 내손에 잡혀 옮겨질때
벗어나려 파닥이든 날개짓과 콩닥거리던 가슴과
따스하던 온기가 고스란히 기억되어
가슴이 조여 드는듯했다.
 
알을 품던 베스트는 하나를 포기해야 할만큼
극심한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숨을 놓아 버린듯하다.
둥지안에서 베스트를 꺼내는 동안
울부짖으며 내 손등을 쪼던 쉽은
빈 둥지안을 들여다 보며 절규하는듯 울었다.

 

 

 

 

 

 

 

 

 

 

 

 

 

부랴부랴 조류농장에 전화를 하며 아이를 달랬고
며칠후 암수섞인 세넘이 새식구로 와 쉽과 다시
쌍을 이루게 되었다.
다행하고도 신기하게
새친구들을 새장에 넣어주는 순간부터 쉽은 괴성을 멈추었다.
 
새친구들과 익숙해질때 새것으로 둥지를 넣어주마..
그래... 다행이다,
이별을 아름답게 하는 모습을 너에게 배워야겠구나
빠른 망각도 배워 덜 아파야겠구나...

 

 

 

 

 

 


 

 

 

 

 

 

 

 

비록 마당가에서 물안개를 볼수는 없지만
그래도 건강이 좋아진다면
그리움은 그리움대로 두고 새동네에 정붙이며 살아보자..
새장안 모이를 채워주며 마음을 추스린다.
 

..........

 

 

 

 

 

 

 

 

 

 < 松 >

 

 

'이런 저런 내 얘기들 > 네 얘기 · 쟤 얘기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선배라는 것, (김남희)  (0) 2008.07.03
불빛  (0) 2008.07.03
비름나물  (0) 2008.07.02
어떤 죽음  (0) 2008.06.27
산소 가는 길  (0) 2008.0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