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망
2008. 5. 30. 07:39ㆍ이런 저런 내 얘기들/네 얘기 · 쟤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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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평리 임씨네 맏아들에게 시집을 갔는데
층층시하 대가족에 가축까지, 족히 수십명의 끼니가
하루 나락 한섬이나 되더란다.
고모님의 시부媤父 되시는 분의 위세가 근방에서 대단키로
소문이 자자했는데
양지말에 작은댁을,
음지말 과수댁을 情人으로 두신탓에
출입이 여간 잦은게 아니었다 한다.
읍내 여학교로 통학하던 나는
통학생들 사이에 그 사돈어른의 악명이 높다는걸
익히 알고 있었으며 나도 가끔 목격했으니
편역들 수도 변명할 수도 없었는데
사돈어른이 큰기침과 함께 버스에 오르면
학생들은 모두 버스뒷편으로 슬슬 피해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앉은채 잠시라도 주저하다간 영락없이 불호령이 떨어지고
호구조사와 신원조회를 거쳐야했다.
뉘댁 자손인고......로 시작되어
자왈.. 로 끝나는 사돈어른의 일장훈시를
부동자세로 들어야 했으니 모두 피했던 것이다.
초여름 어느날이었다.
우리는 부시게 흰 교복 차림으로
말끔히 청소 끝난 버스에 올랐다.
우리 동네서 대구,를 연결하던 직행버스의 기사는
무자비한 권위로 승객을 압도하였으므로
지금의 대한항공 기장이 울고갈 위상이었는데,
차장 아가씨가 건네주는
미쳐 포장도 뜯지않은 흰색 면장갑을 살풋이 끼고
역시 건네주는 차게 식힌 박카스 병을 비튼 기사 아저씨는
목젖을 아래위로 심하게 움직이며 꿀꺽꿀꺽 큰소리로
두어 모금 마시곤 시동을 걸었다.
그때였다.
으허허허허흠...... 크게 헛기침 소리가 나더니
갓을 쓰신 사돈어른이 버스에 올랐다.
앞으로 손을 내밀어
두루마기 뒷자락을 큰 동작으로 홱~걷어올리며
버스안을 두리번하더니
기사 옆자리로 가서 앉았다.
빈자리가 많았으므로 일어서진 않았으나
내심 불안,불편했던 우리는
그제서야 다리를 뻗었는데,
- 으허흠흠.... 크으캬악~~~~ 퉤에~!!
..........
기사 옆자리에 앉았던 사돈어른이
버스 전면의 차창을 향해
깊숙히 끌어올린 가래침을 뱉은것이었다..
일순 버스안은 터질 것같은 긴장으로 적막했고
창넘어 파란하늘이 손에 잡힐듯 말갛게 닦아놓은 유리엔
사돈어른이 뱉은 침 한줄기가 천천히 타고 흘러내렸다.
- 닦으소 고마~~~~~!!!
미쳐 다 마시지 않은 박카스병을 한손에 든 기사는
이글거리는 증오를 담아 하얗게 흘기며 호통쳤고
사돈어르신은 허둥대며 연신 변명했다.
- 난또, 나는 또...
한덴줄 알고... 난또 한데라꼬...
.........
(나는 여태 고모님껜 물론 어느누구에게도 그날의 일을 발설한적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