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보와 달퐁이

2008. 6. 1. 07:13이런 저런 내 얘기들/네 얘기 · 쟤 얘기

 

 

 

 

 


 

 

 

 

 

 

 

 

 

 

 

 

며칠전,

김치를 담으려 산 얼갈이배추단 사이에서
달팽이 한마리가 고물거리고 있었다.
아이를 불러 보여주니,
딴그릇에 옮겨 배추잎을 깔아주고
더듬이에 손을 대보고는 반사적으로 움츠리는데 화들짝 놀라고
이내 까르르 웃고 야단 법석이다.

진녹색 배설물을 보고는 신기해 하기도 하고
더듬이를 길게 뻗고 고물고물 기어다니는 모습을 들여다 보며
종알거리며 놀더니
다듬기를 끝내고 버리려던 박스속을 나무젓가락으로 헤집으며
한참을 몰두하고있었다.
나는 양념을 만들어 김치를 버무리느라 부산히 움직이면서
무얼찾으려는 아이를 간간히 돌아보고있었는데,
잠시후

" 이야~ 찾았다, 이제 안심심하겠다, 야! 너 이제 친구생겨 좋겠다."

달팽이를 젖가락 끝에 메달고는 활짝 웃으며 외친다.

"이상하네... 아까 한마리만 눈에 띄었는데... "

"엄마, 얘네들이 꼭 같이 다닐것 같았어, 심심한데 왜 혼자 다니겠어?"

자연의 신비인가 하는 곤충책을 꺼내들고는 열심히 읽더니
내곁에와서 설명이 한창이다.
달팽이 종류가 이만여종이나 되고,
암수구별없이 두기능을 모두하며 그러나
두마리가 짝짓기를 해야 알을 낳을수있고, 듣지는 못하고 볼수는있다,
습기가 있어야 살수있으며
어린달팽이는 강한 햇빛에 노출되면 위험하다,
겨울에는 점액을 내어 집 입구를 막고 겨울잠을 잔다.....
설명을 끝내고는

"큰애는 느리니까 늘보, 짝은애는 달퐁이야, 엄마도 이제부터 그렇게 불러."

이름까지 지어주더니

"참 이상한 애들이네....." 하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왜?"

"두 기능이 함께 있는데 왜 짝짓기를 할까?"

"왜 집을 등에 메달고 다닐까, 무거울텐데... "

"글쎄..... 그러니 자연은 신비로운거지... "

우답 외엔 도리가 없다.
짝짓기의 의미나 알고 하는 이야긴지..
강아지를 사달래서 병아리로 대신하고
그 병아리 죽어 며칠을 울고..
어항의 열대어 죽어 울고...
화초가 시들해서 죽어도 맘아파하고..해서
다시는 정들수있는 살아있는놈은 집안에 안들이겠다 맘먹었었는데,

아침에 잠이깨면
언제나 내게로 와 한참씩 둘이 부둥켜안고
짐승들 새끼 햐ㅀ듯 서로 킁킁냄새맡고 애무에 열중하며

"엄마, <업적>이 모야?"

"음... 세종대왕의 업적은?"

"우리글을 만들어 쉽게쓸수있게 하셨어"

"이순신장군의 업적은?"

"거북선만들어 왜적을 물리쳤지"

"엄마의 업적은?"

"??....... 몬데?"

"우리딸 생산한거"

"ㅎㅎㅎㅎ "

이렇듯 밤사이에 궁금했던 말들을 물어보다 떨어지곤 하는데
요사인 아침에도 나는 소 닭보듯하고 달팽이에게만 관심이 있다.
밤사이에 집을 기어나온 달팽이는 주위를 돌아다니며
별걸다 갉아먹는다.
아이의 시럽약병에 붙은 설명서를 갉아먹어 하얀 배설물을 내놓기도 하고
상당히 먼곳까지 가서 하마트면 밟힐뻔 한적도있는데
그럴때 마다 아이는 안타까워 비명을 지른다.

" 야야 어딜 그렇게 쏘다니니 !
그러다 집못찾으면 어떻게 할려고 그러냐! "

새로운 놀이감으로 한동안 신나하던 아이가 어느날 아침

"옴마야!! 엄마 빨리 일루와바! 빨리빨리!!"

달려가 보니
달팽이가 반투명 하얀색갈의 알을 수십개나 낳았다.
밭으로 돌려보내야 하지않을까..
제대로 못키우면 아이에게 또상처가 될텐데..
밭으로 돌려보내자고 내일은 아이를 달래보자...

 

 

 

 


 

Everlasting Melody / Dimen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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