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12. 7. 11:13ㆍ책 · 펌글 · 자료/정치·경제·사회·인류·
기적 이룬 '말라위' 아사(餓死)위기 극복, 식량 수출국으로 | |
( 2007년 12월 03일 18: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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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세계의 굶주림에 대한 세계은행과 서방국가들의 처방은 지난 20년 동안 같았다. 공적부문을 최소화하고 자유시장 원리에 맡기라는 것이었다. 아프리카의 소국 말라위가 서방 원조논리의 모순을 보란듯이 입증했다. 불과 2년 전 1300만 인구 중 500만명이 아사 위기에 처했던 말라위가 식량원조국으로 변모했다고 뉴욕타임스가 2일 전했다.
말라위는 작황이 기록적으로 늘어나면서 올해는 아프리카 국가 가운데 가장 많은 식량을 세계식량계획에 판매할 정도로 농업 입국에 성공했다. 인근 짐바브웨에만 수십만t의 옥수수를 수출했다. 정부 비축 식량마저 동이 났던 최악의 상황에서 곳간이 넘쳐흐르게 된 비결은 세계은행을 비롯한 원조 공여국들의 오랜 권고를 역행하면서 가능했다.
한반도의 절반 면적(11만8480㎢)에 불과한 말라위는 여느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토양이 급격히 황폐화되고 있다. 게다가 현지 농부들은 보조금 중단으로 천정부지로 뛴 비료를 구입할 수 없었다. 빙구 와무타리카 대통령은 딴 길을 택했다. 말라위 정부는 지난해의 경우 전체 농가의 절반에 50㎏들이 비료를 15달러에 구입할 수 있는 쿠폰을 나눠 줬다. 시장 가격의 3분의 1에 불과한 값에 1224평에 뿌릴 수 있는 비료를 제공한 것이다. 좋은 종자를 싸게 구입할 수 있는 쿠폰도 지급했다. 말라위 정부가 비료 및 종자 보조금에 지출한 예산은 7400만달러. 하지만 풍작으로 거둬들인 가치는 1억2000만~1억4000만달러로 2배에 달했다. 보조금 철폐는 지난 20년 간 대(對)아프리카 원조의 제1원칙이었다.
말라위의 기적은 국제사회의 원조 논리에 작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영국 정부는 지난해 아프리카 농업보조금 용도로 800만달러의 원조를 집행했다. 세계은행도 농업보조금을 시장기능 활성화 용도로 부분 허용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세계은행 스스로 원조정책이 실패했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면서 “말라위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무시함으로써 기근을 끝낼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김진호특파원〉
베풀고도 욕먹는 美 대외식량원조
2007.9월경
배곯는 사람에게 음식을 주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다. 그러나 아무리 순수한 의도의 자선활동에도 ‘정치’가 끼어들면 왜곡된다. 미국의 대외식량원조가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는 이유다. 유엔에 따르면 전세계 상습적인 기아인구는 8억5000만명에 달한다. 대부분은 사하라 사막 이남의 검은 아프리카에 집중돼 있다.
전세계 비정부기구(NGO)들은 굶주리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 한해 수십억달러의 식량을 지원하고 있다.
그중 가장 큰 손은 한 해 20억달러의 연방예산을 제공하는 미국이다. 문제는 미국의 원조제공 방식이다.
미국의 식량원조는 일종의 농업보조금의 형태로 제공된다. 주로 밀과 옥수수 등 미국 내 잉여농산물을 정부예산으로 구입하는 방식이다. 구입한 식량의 75%는 미국 국적 선박회사를 통해 현지까지 운송해야 한다. 현지에 배달된 식량은 그대로 필요한 사람들에게 제공되지 않는다. 현지 시장에서 현금화한 뒤 NGO들에게 현금으로 지불된다.
◇현금화 정책의 모순
가장 큰 문제점은 현금화 제도에서 비롯된다. 현지 곡물시장에 미국산 농산물이 값싼 가격에 판매됨에 따라 해당국 농산물 가격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국제 구호단체 CARE가 지난달 중순 총 4500만달러 규모의 미 식량원조를 2009년까지 받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나선 이유다. 선의에서 베푼 식량이 되레 배고픈 사람들을 구조적인 가난으로 몰아넣는 논리는 이렇다.
아프리카 케냐에서 구호활동을 벌이는 CARE는 미국산 농산물을 현지 시장에서 팔아 마련한 돈으로 현지 농민들에게 수익성이 높은 해바라기 재배 프로그램을 지도했다. 식용유 용으로 팔리는 해바라기 재배를 통해 궁핍에서 벗어나게 하려는 목적이었다. 이 프로그램은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것으로 비쳤다. 하지만 2003년 자체 사업평가를 한 CARE는 미국산 원조 콩기름이 케냐 식용유 수요의 10%를 차지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 돈으로 해바라기 재배 프로그램을 실시했지만 결과적으로 해바라기 식용유의 가격을 낮추는 역효과를 본 것이다. 미국산 콩기름을 현지 시장에 판매함으로써 케냐 농부들이 자립기반을 더 빨리 마련할 수 있는 토대를 없애기 때문이다.
문제 해결은 간단하다. 미국이 관련법을 개정해 현물 대신 현금 원조를 제공하면 폐단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얼핏 간단히 보이는 이 방법은 미 의회에서 강한 반대에 봉착하고 있다. 조지 부시 미 행정부는 올해로 꼬박 3년째 ‘농장법(Farm act)’을 비롯해 식량원조 관련법의 개정을 의회에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거대 농산물 메이저들 및 운송업계의 로비에 막혀 번번이 좌절되고 있다.
올해도 여름 휴가를 마치고 9월4일 개원한 미 의회가 처리할 쟁점 안건의 하나이다. 부시 행정부는 우선 원조예산 가운데 3억달러를 미국산 농산물이 아닌 제3세계 농산물을 구입하자는 개정안을 제출했다. 그러나 하원의원의 10%가 넘는 46명이 포진하고 있는 농업위원회를 중심으로한 민주·공화 양당 의원들의 반대로 올해도 개정 전망은 밝지 않다.
부시 행정부가 식량원조의 부작용만을 우려해서 관련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은 아니다. 세계무역기구(WTO)의 자유무역 원칙에 어긋나는 사실상의 농업 및 운송보조금 정책이기 때문이다. CARE가 미 연방정부 지원을 거부하며 확대하고 있는 사업방식은 제3세계 지원의 대안이 무엇인지를 말해준다. CARE는 중간 매매상의 마진을 농민들에게 돌려주기 위해 2005년부터 17만달러를 투자해 유통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농민들에게 슈퍼마켓의 기준에 맞는 농산물 재배 요령도 교육하고 있다. 빌&멜린다 재단은 1억5000만달러를 들여 아프리카 농업생산성 제고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역시 ‘생선 잡는 법’을 교육하는 방식으로 아프리카 농부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은 한 인터뷰에서 “미 행정부의 식량원조 방식은 보호해야 할 사람들로부터 거둔 돈으로 자선을 베푸는 격”이라고 비난했다.
◇미국 식량원조의 기원
미국 내 이익집단의 이기심과 이타적 성격이 혼합돼 빚은 미 식량원조의 모순은 출발부터 노정돼 있었다. 2차 대전 이후 농업생산량이 늘어나면서 엄청난 잉여농산물을 처리하지 못하던 미 행정부는 일석이조의 대안으로 식량원조관련 법규를 만들었다. 1954년 제정된 ‘평화를 위한 식량 프로그램’법이다. 이후 조금씩 내용은 바뀌었지만 기본 골격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그렇다고 미국 내 중소자영농을 돕는 정책도 아니다. 원조예산의 절반 이상을 아처, 대니얼 미드랜드, 번지 등 4개 식량 메이저 기업들과 물류회사인 칼 웨스턴 패킹에 지출하고 있다.
〈경향신문 워싱턴|김진호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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