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향, 인제(隣蹄), 그리고 내린천 이야기

2007. 10. 28. 07:33이런 저런 내 얘기들/내 얘기.. 하나



 

 

 

 

 

 



 

 

'내린천'이란 데가 영월 동강 한탄강과 함께 유명하지, 래프팅으로...
사실 그 바람에 <인제>가 유명해졌는데...
그런데, 내가 저기 살 때만 해도 내린천이란 말이 없었어.
혹시 내가 모르는게 있나 싶어서 이번 금초 갔을때 아버지께 물어봤지.
원래 이 물이 내린천이었냐고.
그랬더니  아버지도 첨 듣는 얘기라는거야.
그냥 '기린 물'이라고 불렀을 뿐 별달리 정해진 이름이 없었다는 거지.
그리고 가보면 알지만 川이 아니고 江이거든.
물론 유래가 있어서 그리 붙였겠지만 아무튼 현지에 살던 사람들에게는 그랬었어.




 


 

 

저 물, 발원지가 기린면 어딘가는 잘 모르겠는데,
산은 아마 방태산이란 데가 젤 클 걸?
아니 점봉산이 더 큰가?
나도 그쪽 방면으로 등산을 해본 일조차 없으니 모르지.
현리가 면소재지인데, 거기에 지금 3군단 사령부가 있어.
옛날 생각하면 상상도 못할정도로 천지개벽했지.
감자바우 중에서도 그야말로 오지 깡촌이었지.


 

 

 

 

 

 

중간에 흙탕물 띠가 보이지?
두줄기 물이 합친다는 거야. '아우라지'라는 말이 그런 뜻일 걸?
위에서 내려오는 내린천과 설악산에서 내려오는 물이 합친다고 해서 저 동네 이름도 合江里야.
그 합강리에 내 다니던 국민학교가 산밑에 있었는데.......

저 두 물이 만나면 소용돌이가 저절로 생겨.
그래서 홍수때 떠내려 온 사람들이 저기서 여럿 휘말려서 죽었다네.
어려서도 저긴 무서워 했어.
헤엄치며 놀다가도 저기까지 떠내려가면 죽는단 생각에 조심했지.


 


 


 

이짝 설악산에서 내려오는 강 이름도 없었다고 했잖아.
소양강 상류겠지만 별다른 이름은 없고 그냥 용대리물이라 불렀지. 
 

 

 

 


 

몇해 전에 설치했다는 번지점프대더군. 여름엔  사람들이 꽤 많이 북적댄다더라.
참 TV에서 보니까 저기서 뗏목 타고 내려가는 시연도 하던데....... 
당시엔 무단 벌목해다가 인제 읍내에 장작으로 내다판 사람이 많았지.

영림서 공무원이 길목을 지키고 섰다가 뺏고.... ㅠㅠ


 


 


 

 

저 자리가 바로 내 할아버지 산소가 있던 자리야.
지금은 확 바뀌었지. 옛날엔 저기를 '카부께'라고 불렀는데......
산 모퉁이가 合水되는 곳을 향해 툭 불거져 나왔지.
산소에서 내려다 보면 경치 하난 끝내줬지. 토질은 안 좋았더군.
학교 다닐때 겨울이면 저 모퉁이 돌아올때 고생 좀 했지.

보기에도 바람이 들이치게 생겼잖아?
지금은 아주 확 까뭉개서 뒤로 70~80 미터는 물러난 것 같던데.....

주차장까지 생겼더구만.




 



 

저런 덴 당연히 저런 모래톱이 생겨나지.
옛날엔 저 모래사장이 아주 넓었는데, 이번에 보니 많이 깎여나갔더군.
저 섬에 집이 한 채가 있었어. 농사 짓는 집이었을텐데

거길 어떻게 건너다녔을까? 뱃길이 없었거던.
저 너머 동네 이름을 '순깨'라 했고. 

인제를 가려면

원주 까지 중부고속도로로 가서, 중앙고속도로로 옮겨타서 홍천까지 간 담에
홍천서 인제로 쭉 가는거야.
작년부터 새로 닦은 도로가 완공돼서 길 아주 좋아.
그런데 홍천 지나서 철정 검문소라고 유명한 검문소가 있는데,
거기서 우측으로 틀어서 가면 저 상남면-기린면이 나와.
인제로 직빵 가는 거랑은 많이 우회하는 셈이지. 세 배 정도.

 

 



 



 

아버지가 저 길로 들어서자시더라고.
아버지 연세가 80이시잖아,
그래서 늘 이 번이 마지막이란 생각이 드시는지

추억의 흔적들을 정리해보고 싶어하셔.
저 길을 몇해 전에도 아버지랑 둘이서 속초 가느라고 넘어간 적이 있었는데,

어찌나 호젓하고 좋던지,,

쉬엄쉬엄 여기저기 가다섰다를 했는데, 고개 이름이 뭐였더라? 

약수터가 있는 곳인데...? 필례약수......
이번에는, 사진에 보이는 저 이정표의 덕산리,

- 산사태로 숱한 사람들이 죽었다고 뉴스에도 많이 나왔던 바로 그곳을 가보려고 했는데,
수해복구가 다 안돼서 길이 끊긴데가 있을 거라고 사람들이 말리더군.


참, 덕적리란 데는 (덕산리에서 더 들어가면 덕적리야),
옛날에 6.25 끝나고 아무런 의지할 곳 없는 사람들이 몰래 들어가서 화
일궈서 살던 동네.

그만큼 산간벽지지.
포병들 훈련할 때 포 사격장이 아까 그 합강정 근처에 있었고,

포탄이 떨어지는 탄착지점이 바로 그 덕적리지.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되는 얘긴데..

동네사람들이 포탄에 더러 죽었단 소리도 들었던 기억이 나네.
그런데 거기서도 인제읍내까지 학교를 다닌애들이 있었어. 한 학년에 한 둘씩. 

쇠줄을 이편 저편에 길게 건너매고

사공이 줄을 잡아당겨서 건너는 배가 있었어. 그걸 무슨 배라더라?

한 열명 정도 탔지.
여름에 학교 갔다 오는 길에, 몰래 배꽁댕이에 매달려 가다가 다이빙해서 돌아오는게 엄청 재밌었다네. 
조금만 잘못 떠내려가면 밑에 合水지점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 있거든.
그러니까 자신의 수영실력과 거리를 계산해야지.
멀리까지 매달려가는 게 용기였다네. 기찻길에서 버티기 놀이처럼. ㅎㅎㅎ

비가 많이 왔다하면 거기 사는 애들은 일찍 보내줬어.
갸들 집에 가자면 20리쯤 안됐을까 싶은데... 나도 안가봐서 몰라.




 

 

 

 

김남희 책에 아침가리니 뭔 가리니 하면서

인제에서 설악산 넘어가는 길을 세세하게 소개한 대목이 많은데,

저기가 현리,, 인제로 가는 길에서 우회전해서 접어들면 바로 김남희가 걷던 길.

 

 

강원도 갈때면 늘 길 중간에서 막국수를 사먹는데,
이번에도 점심때가 되어서 막국수 집을 찾으니 동네사람들이 저 집을 가르쳐주더군.

저 길로 한 2키로쯤 가면 돼.
나이가 60 좀 넘은 내외가 하시는 허룸한 집인데

의외로 손님이 꽤 되대?
그런데 거긴 막국수가 아니라 두부를 전문으로 하는 집이더라고.
막국수를 먹긴했는데 역시 신통찮았지. 대신 두부는 좋더군.


두부가 어찌나 부슬부슬하고 탐스러운지, 탁 보기에도 벌써 맛있게 생겼더라.
저렇게 무쇠판에다 두부와 참기름을 얹어서 익으면 그냥 먹는거야.
두부전골을 먹어봤어야 솜씨를 제대로 알 수 있는 건데

막국수 먹을 요량땜에 그 맛을 보진 못했어.

김치는 별로더군.

얼갈이 배추김치 같은거 시골길에서 잘 만나면 참 맛있는 거거든.

 

 

 

 

 

 




참, 두부전골은 내 어머니가 아주 잘하셔.
정말 일품이지. 별것도 아닌데 다들 흉내를 못내.

집안 여자들이 옆에서 쭈욱 지켜보면서 바로 따라해 보는데도

전혀 딴맛이 되더라고. 참 희한하지?

더덕 지지는거,

호박장 찌개,

무우장 찌개,

두부 된장찌개,

서리 맞은 끝물 새끼꼬추 말려놨다 튀기는 거,,

내가 봐도 별 기술이랄 것도 없는데,

다들 먹어보고 간 사람들은 두고두고 얘기를 하더군.
돼지고기국도 우리집만의 별식이지.

 



 

 

 



 

저기가 아까 그 카부껜데

학교에서 집 까지 가는데 딱 중간지점. 원통 방향으로 가는.
읍내에 살다가 7살 때 절루 이사를 갔는데,

어린 마음에도 참 서글프더라.
뭔 일이 있어서 그리했을텐데,
지금까지도 물어보지 않았네. ......

하여튼 저 길을 5년 넘게 걸어다녔구먼.
지금 차로 달려보면 뭐 거리라 할 것도 없는데, 그땐 왜 그리 멀게 느껴졌는지.
특히 한 여름에 걷자면 죽겠더구만.
전에 내가 얘기했었지? 방과후에 도서실서 책보다가 간 적이 꽤 있었다고.

헤이휴~ 친구도 없이 혼자 걷는다고 생각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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