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7. 25. 01:04ㆍ이런 저런 내 얘기들/내 얘기.. 하나
제가 여름이고 겨울이고 간에 콩국수 먹는 걸 무척 좋아합니다.
당시 콩국수를 잘하는 집이 어디 있는 줄을 몰라서
그저 시골 부모님에게나 가야 먹을 수 있는 음식이겠거니 하며 살았는데,
어느날 은행 근처에 "콩국수" 간판이 걸린 것을 발견하고는
유심히 기억해 뒀다가 여름날 일부러 찾아갔습니다.
허룸하기 짝이 없는 게 선술집 마냥 홀에 테이블 달랑 두개뿐이더라구요.
"계세요? 영업합니까?" 둬 번 소리쳐 부르니까 그제서야
할머니가 안에서 방문을 삐쭉이 내밀며 "누구 찾수?" 하며 나오시는데,
하도 구질구질해서 앉아서 먹을 상황도 아니더군요.
(배달도 안될듯 싶어서) 콩국수 2인분을 싸달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할머니가 부엌으로 가서 한참을 덜그럭 거리더니 펫티병에 콩국물을 담고,
스티로폼에 면발을 싸가지고 나오시면서,
"면(麵)이 굳기 전에 얼릉 집에 가서 먹으슈!"
콩국수를 많이 먹어봐서 맛을 좀 알지요.
콩물도, 면(麵)도 아주 일품이었습니다.
그런데 왜 식당 꼴이 그 모양일까? 두 번째 들렀을 때 여쭤봤더니,
무주 어딘가에서 이사를 나왔는데
장사를 첨 해보는데다가 문을 연지도 얼마 되지 않았다고.
아무튼 그런식으로 일 년 정도 그 집을 이용하다가
제가 딴 곳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습니다.
그 뒤로 다 잊고 지냈는데 삼사년쯤 지났을라나?
얼핏 동네사람 누가 외식을 잘하고 왔다길래 뭘 먹고 왔냐니깐
콩국수를 먹고 오는 중이라는 거예요.
아니, 콩국수 먹은 것도 자랑인가? 싶어서 다시 물어봤더니
어디 어디에... 손님이 얼마나 많고 유명한 집인데... 여태 몰랐냐는? 식으로.
바로 그 할머니네 집을 얘기 하는 거더라구요.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되는 게,
기껏 네댓 평 되는 가게였는데???
이상타? 혹시 옆집 어디루 이사를 했나????
내가 왜 그 집을 잊어버리고 있었을까,,
그답 달려가 봤어요. 아니 이게 웬 일입니까?
가게가 확 달라져있더라구요.
옆집과 털어서 합치고, 그것도 모자라서
뒤에 있던 방이며 뒷마당 헛간 까지 죄다 방으로 개조했는데
방마다 손님들이 빼곡히 들어찼어요.
일하는 아줌마도 여럿이고.
둘러보니 그 할머니는 주방 안켠에 있는 것 같던데......
아무렴 날 기억할까 싶어 인사를 드리진 않았죠.
메뉴판을 보니까 콩국수와 칼국수 딱 두 가지 뿐인데,
손님들 먹는 걸 보니 반반 정도 되더군요.
아까도 얘기 했지만 제가 그 식당 테이블에 앉아서 먹어 보질 않았잖아요.
그제야 김치맛을 처음 맛보게 됐는데,
얼갈이 김치라고 하나?
그 옛날 여름에 먹던 시골 김치,,
- 시큼털털하면서 씹을때 물이 툭툭 터지는,,,
콩국수와 함께 먹을때 기막히게 잘 어울리지요.
김치를 일부러 찌그러진 양재기에 담아내오는 센스. ㅎㅎ
...........
...........
역시 식당 장사는 음식솜씨가 최고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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