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7. 13. 08:09ㆍ이런 저런 내 얘기들/내 얘기.. 하나
별 이야기
내가 고향이 강원도 인제라고 얘기했던가?
그때만 해도 소양강 줄기의 상류는 어딜가도
강들이 깨끗했단다.
물도, 강가의 모래며 자갈들도,
주변의 풍광 어느 하나도 깨끗하지 않은게 없었다.
그래서 늘 학교에서 소풍을 가도 강으로만 갔지.
그 시절엔 여름에 강가에 나가 친구들과 어울려 놀면서
그대로 밖에서 잠을 자는 게 유행이었단다.
자갈밭이 넓고 깨끗한데다가 강바람이 불어선지 모기가 없어서 그랬던 모양이야.
평평한 돌로 바닥을 잡고 경계 랍시고 오종종 돌담도 쌓고...
그런데 지금도 내가 그 장면을 선명하게 기억하는 이유는
밤하늘의 `별` 때문이 아닌가 싶어.
당시엔 우리나라 어딜 가도 마찬가지었겠지만
정말이지 밤 하늘의 `별`을 보는 게 얼마나 멋졌니?
자연시간에 배운 별자리도 정말로 다 찾아 낼 수가 있었잖아.
파스텔 가루가 도화지에 번진 것처럼 부옇고 하얀 은하수 하며.....
달이 없어도 별빛만으로도 밤길을 걸을 수가 있었어.
그런데 이젠 어딜가야 그런 밤하늘을 볼 수 있을까?
누가 그러는데 몽고엘 가면 꼭 밤하늘의 `별`을 보고 오라는거야.
초원 위에 떠 있는 별들이 손으로 막 갈퀴질해도 될 것 같이 가까이 느껴진다는거지.
아 그 황홀함을 생각하면 나는 지금도 막 소름이 돋는다.
네팔도 그렇대. 하얗게 눈덮인 히말라야 위로
총총한 별들이 그렇게 신비로울 수가 없다는 거야.
사막에서의 밤 하늘은 어떤 그림일까?
남태평양의 밤 하늘도 마찬가질까?
그런데 왜 나는 지난날 여행을 하면서도
언제 한번 밖에 나가서 밤하늘의 별을 쳐다볼 생각을 못했느냔 거지.
여강고성의 밤하늘,
레이크 루이스의 밤하늘,
뉴질랜드 남쪽 끝, 그 투명한 퀸즈랜드의 밤하늘도...
아는 만큼 보이고, 보는 만큼 느끼고,
느낀 만큼 사랑하게 되는 게 여행이라던데
바보처럼 아무것도 본 것이 없는데
뭘 느끼고 사랑할 게 남아있겠니. 나는.
"중요한건 눈에 보이지 않아..." "물론이지..."
"꽃도 마찬가지야.
어느 별에 사는 꽃 한 송이를 사랑한다면 밤에 하늘을 바라 보는게 감미로울거야.
별들마다 모두 꽃이 필테니까"
"물론이지..."
"물도 마찬가지야. 아저씨가 내게 마시라고 준 물은 음악 같은 것이었어.
도르래와 밧줄 때문에... 기억하지... 물맛이 참 좋았지"
"그래..."
"밤이면 별들을 바라봐.
내 별은 너무 작아서 어디 있는지 지금 가르쳐 줄 수가 없어.
그 편이 더 좋아. 내 별은 아저씨에게는 여러 별들중의 하나가 되는거지.
그럼 아저씬 어느 별이든지 바라보는게 즐겁게 될테니까...
그 별들은 모두 아저씨 친구가 될거야"
- 어린왕자 26번째 이야기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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