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얘기 하나 들어볼라우?

2007. 7. 24. 21:04이런 저런 내 얘기들/내 얘기.. 셋


  

 

 

 

 


날에 세도가 당당했던 정승대감이 늙어서 은퇴를 했는데,
그 위세 부리던 가락이 여전히 남아서
집안에 들어앉아서도 가솔이며 하인들을 쥐잡듯하드리야.



런데 마침 하인 중에 어리지만 아주 맹랑한 놈이 하나 있었다누먼. 
그 놈이 바로 칠복이놈인데,
어느날 집안에 그 정승 늙은이 혼자만 방에 있는 걸 확인하고는
잽싸게 대감 방으로 뛰어들어가서는
다짜고짜 귀싸대기를 한 대 쳐발르고 도망갔단 겨.

러니 당연히 난리가 났지.
대감이 버선발로 뛰어나와서 실성한듯 소리쳤을거 아녀.
"우엑우엑! 저눔 잡아라! 저눔 잡아라!" 
그러니 뭔 영문인지도 모르고 집안이 발칵 뒤집혀서,

일단 아랫것들 풀어서 칠복이란 놈부터 잡아들이고 봤겠지.

 

 

대감은 물론이고, 마누라 아들 딸, 식솔, 동네사람, 고을관헌, 등등등,

죄다 나와서 지켜보는 가운데 큰 아들이 애비를 대신해서 국문을 하는데. 
칠복이놈 曰,  
"제가 뭔 일로 밉보였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리 누명까지 만들어가며 번잡떨 것 없이, 그냥 쥑여주소서~. 

다만 왜 이렇게까지 일을 벌려가며 이 미천한 놈을 죽이려 하시는지가 몹시 궁금하옵니다~~."

러면서 눈물을 뚝뚝 흘리니,
아닌게 아니라 누가 봐도 칠복이가 대감마님 따귀를 때렸다는 말이 믿어지겠냔 말이지. 
하인들까지도 고개를 맞춰가며 즈덜끼리 슝슝거리는 터라,
자식들도 나중엔 늙은 대감의 눈치만 살피게 되었는데,

...... 

갑자기 버럭, 불길한 생각이 떠올른 거야. 혹시 아버님이 뭔 몹쓸 병이라도???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아버님, 일단 안으로 들어가셔서 말씀 하시지요!"
"그려요 아버님 들어가세요!"  "여보, 안으로 어여 들어가서 다시 자초지종을 들어 봅세다." 


대감이 눈치를 딱 살피니 마누라 아들은 물론,
아랫것들 마져 자신을 미친 놈 취급하는게 아닌가 말여.
늙은이가  분에 못이겨 쓰러지고 말았디야.
그런데 며칠 뒤에 기력이 웬간히 회복되니까 또다시 길길이 날뛰었을 거 아녀.
그러면 또 자식들이며 하인들이 나서서 붙잡고 사정을 하고 말이여.

하여튼 그 뒤로도 수없이 반복했디야.
나중엔 늙은이 저도 지쳐서 포기하고 말았다는 겨.

 


 

세월이 흘러흘러 이제 모든게 제자리로 돌아갔다고 생각될 즈음해서,
늙은이가 이제야 칠복이놈을 손 볼 때가 되었다 싶어서 조용히 아들을 불러 놓고 얘기를 꺼냈디야.

" 얘야, 너도 알다시피 몇해 전에 칠복이 그놈이 내 방에 들어와서 내 귀때기를...."


" 어이쿠 아버님! 

  얘들아~!  빨리 들어와 봐라~! 아버님 병이 다시 도지셨다아~! "



국 그 늙은인 해결을 못 보구 그냥 죽었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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