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때 1호차 운전수

2007. 7. 20. 11:45이런 저런 내 얘기들/내 얘기.. 셋

 
 

 

 박정희가 처갓집을 갔을 땐데 말이여
참, 본처랑 살때가 아니고 육여사랑 살땡께 처갓집이 충북옥천이여.  
 


집 안에 붙어 있어봐야 장모가 바람이나 피지 말라고 잔소리나 해싸코 항께
밖에나 나가서 '진짜 바람'이나 쐴라고 했는지 아니면 첨 부터 행선지가 있었는지
아무튼 택시를 잡아 탔는데,

허룸한 잠바떼기 하나 걸쳐 입고 모자 푹 눌러썼응께
누구도  설마 대통령이라곤 상상도 할 수 없었다는겨.
그렇지않아도 비쩍 말라서 거무튀튀하고 광대뼈만 툭 불거져 나온게,
사실 말이지 인물이야 뭔 볼 품이 있었는감?

당연히 택시기사도 몰랐을테니까 그냥 다니러 온 늙은이로만 생각하고 태웠디야.
그랬더니 속리산을 가자더라누먼. 
옥천서 속리산을 가자면 '말티재'라고 유명한 고개가 있지 왜? 엄청 꾸불거리는.
넘어가 보면 알지만 운전대 홱홱 돌려야 되는코스자니여.

마침 손님도 없던 날인데 장거리 손님을 만났으니 기분이  째졌겠지.
암튼 택시대절을 한 것잉께, 시간 끌어볼라고 세월아 네월아하면서 천천히 "법대루" 운전을 했다는겨.
 
속리산을 도착항께 뭔 식당인가를 갔다올테니 저 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으라드랴.
한~~  둬 시간 있응께 어디서 쐬주를 한 잔했는지 아니면 '응응응'을 했는지 얼굴이 불콰해진 게
아주 기분이 좋아서 왔더라누먼.
그때까지도 박정희라곤 꿈에도 생각 못하고, 그냥 집에다 잘 데려다주고 인사만 깍듯이하고
왔다는겨.
 


그런데 한 열흘 있응께 전화가 왔드리야, 옥천경찰서라믄서.
보통사람들은 왜  파출소 소리만 들어도 가슴이 철렁하자니여~.
그런데 전화하는 경찰쉐키가 오히려 더 떠는거 같드리야.
"당신 열흘 전에 누구 태우고 속리산 갔었어?"  "당신 뭐 잘못한 거 없었어?" 
"요금은 제대루 받은겨?"
그러면서 얼릉 경찰서로 튀오라고 하더래.
가 봉께 빽차 한 대 세워 놓고 경찰들이 우루루 몰려나와서  달달떨며 안절부절
못하고 있드리야.
 
 

생각해봐, 그 빽차를 타고 가면서 얼마나 겁먹었겠냐구. 
어디루 데려가냐니깐 가보면 안다면서 갈쳐주지도 않드리야.
청와대를 다 와서야 갈쳐주는데 세상에 그런 황당할 데가 없더라는겨.  


아무튼 딱 도착항께 건장하게 생긴 라이방 쓴 놈이 하나 나와서 경찰애덜은 돌려 보내고,

택시기사 그 냥반만 어느 방으로 데려가더니 거기서 기다리고 있으라고 하드랴.
한참 있응께 이번엔 딴 놈이 나와서 예의바르게 행동하구 어쩌구하면서 들어가 보라고
하더라는겨.


엉금엉금 기다시피해가며  들어가 보니,  아 글쎄, 워메 워메!
그때 속리산에서 태우고 댕기던 바로 그 손님이더라는겨.
그제서야 아차 싶었디야.

뭐 길게도 말 안하더란 겨.
"임자!  임자가 낼부터 내 차 운전해!" 

 

 

저 냥반, 1호차 운전수 꽤 오래했디야.
이 얘기는 보은에 살았던 동창친구한테서 들은 얘긴데, 절대로 뻥칠 놈이 아니여.
그럴 재주도 없는 놈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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